VR의 세계에 입문한 지 어언 2년 여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사촌동생의 오큘러스 리프트를 잠시 빌려 사용해 보고 나만 모르던 신세계에서 사람들이 재미나게 놀고 있었구나 싶어 배신감이 컸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 오큘러스리프트의 안면 부착 부분은 스펀지로 되어있었는데 땀에 푹 쩔기도 하고 얼굴이 쓸리면 한참이나 쓰라렸던 기억이 납니다. VR의 착용감이 아직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었고 나중에는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실리콘 커버를 사서 썼는데 광대가 쓰라린 건 여전했습니다. 나중에서야 그것이 기본적으로는 광대가 튀어나온 동양인의 얼굴형에 맞지 않는 형태라서 그런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벼르다가 퀘스트 2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실수 없이 곧바로 XX환기를 구입하여 바로 장착 후 사용했는데 리프트 때보다 훨씬 편해져서 거기서 만족해 버렸습니다. 근데 더 편한 게 있었습니다. VR연구소에서 판매 중인 F2환기가 또 한 번 제게 신세계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2. 패키징
VR연구소의 F2 참외환기는 BOBOVR의 제품입니다. 메타퀘스트의 헤드마운트 파트의 악세서리를 꾸준히 내고 있고 최근에는 피코 4 액세서리도 출시하고 있는 제법 전통 있는 업체입니다. 우선 패키징은 메타퀘스트의 패키징을 오마주한 디자인으로 되어있습니다. 외부 커버를 슬라이딩 방식으로 벗겨내면 제품 상자가 나오는 방식입니다. 실링도 되어있어서 새 제품을 쓴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전해줍니다. 얼굴에 마주 닿는 부분인데 남이 쓰던 것 반품한 것을 쓰면 좀 거시기하니까요. 이런 봉인씰 하나에서도 정성이 느껴집니다.
구성품은 환기형 안면 인터페이스, 설명서, 에어서큘레이터, C to C usb 케이블, 클리닝 천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예전에 F2 참외환기는 에어서큘레이터만으로 구성된 줄 알았는데 안면 인터페이스까지 구성품인지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근데 기존에 사용하던 것과 큰 차이 있겠나 싶었던 저 안면 인터페이스가 대박이었습니다. 추후에 이야기하도록 할게요.
3. 제품 상세
우선 구성품 중 하얀 상자를 열면 에어서큘레이터와 C to C 케이블이 들어있습니다. C to C 케이블은 퀘스트 본체에서 즉각적으로 충전이 가능하면서도 활동에 거슬리지 않도록 짧은 길이로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에어서큘레이터는 착탈식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핸드폰 충전기 등에서 충전하여 사용해도 되지만 가끔 까먹고 충전을 잊었다면 퀘스트 본체로부터 빼앗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측면에는 C type 단자가 있고 풍량을 1,2단계로 변경할 수 있는 스위치가 있습니다. 전원 입력은 5V 0.3V로 충전되며 내장 배터리 용량은 200mA였습니다. 배터리가 작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시간이 꽤나 오래 지속되는 데다가 고용량 배터리가 무게를 증가시켜 VR경험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부분을 생각해 보면 딱 적당한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단으로는 안면 인터페이스 환기시스템 덕트와 연결되어 공기를 빨아들이는 흡입구가 존재합니다. 정면으로는 승용차 전면 그릴 같은 느낌의 배기구가 있습니다. 저는 저곳이 흡기구일줄 알았는데 배기구더라고요. 아마 저곳으로 흡기하여 안면인터페이스 쪽 덕트로 공기를 전달하면 눈에 바람이 직접 전달되어 안구건조 등의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안면 인터페이스 전체에서 습해진 공기를 조금씩 모아서 바깥으로 일괄 배출하는 방식으로 디자인된 것이라 추측 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가 너무 놀라버린 참외환기의 안면인터페이스입니다. 제조사인 BOBOVR의 브랜드를 선명하게 각인시켜 놓을 정도로 제품에 자신이 있다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하단부와 상단부까지 공기가 통할 수 있는 덕트를 다양하게 준비해 놓고 최종적으로 상단의 덕트를 통해 에어서큘레이터에 전달하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상단의 나사는 에어서큘레이터의 자석과 작용하여 착탈을 용이하게 해주는 구조입니다.
제가 매우 감탄했던 부분은 우선 안면인터페이스의 외곽 처리입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은 통짜 플라스틱에 가죽폼을 붙여놓았을 뿐이라 얼굴형에 완벽하게 맞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F2 참외환기의 안면인터페이스는 테두리 부분을 플라스틱에서 자연스럽게 실리콘으로 전환되게 처리하여 안면 형태에 맞게 자연스럽게 밀착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착용감이 매우 좋아졌고 붙어있는 가죽폼도 훨씬 두툼하게 만들어져 있어 얼굴에 딱 들러붙으면서도 압박이 가해지지 않는 구조였습니다.
또한 안면인터페이스의 코마개 부분이 기존제품은 분리형이라 너무 자주 빠지고 불편했던데 반해 F2 참외환기의 코마개 부분은 안면인터페이스와 일체형이라서 빠지거나 할 일이 없어 매우 편리했습니다. 저는 이거 하나만으로도 F2 참외환기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코마개 빠진 거 다시 끼워 넣는 거 정말 귀찮았거든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안면 인터페이스의 나사 부분이 에어서큘레이터의 자석에 붙도록 되어있어 간단하게 착탈이 되도록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상당히 과격한 움직임에도 떨어질 낌새를 보여주지 않아서 앞으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면인터페이스의 덕트와 딱 맞아떨어지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다 좋아지네요.
최종적으로 장착을 완료하면 위와 같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피콜로스트랩과 전혀 간섭이 없었습니다. 에어서큘레이터의 가운데 부분이 움푹 파인 것은 엘리트스트랩의 중앙 스트랩이 지나가는 자리를 피하고 있는 것이라서 엘리트스트랩을 사용하시는 분들도 무리 없이 사용 가능하실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저는 도수 있는 렌즈가이드를 사용 중인데 렌즈가이드와도 간섭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하나 더 신기했던 것은 에어서큘레이터와 퀘스트의 색상이 놀랍도록 일치하는 부분입니다. 제품에 위화감을 주지 않을뿐더러 원래 저렇게 출시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웠습니다. BOBOVR이 이 제품에 진심이라는 것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4. 사용후기
메타퀘스트에서 제가 주로 하는 것은 신스라이더와 스매시드럼, 리얼 VR피싱입니다. 가끔 레스밀 바디컴뱃도 하긴 합니다. 특히 신스라이더는 30분 정도 하면 얼굴이 땀범벅이 될 정도로 운동량이 많습니다. (바디컴뱃이 운동량은 더 높겠지만 자주 못합니다. 하고 나면 아파서...) 가끔 몸은 더 할 수 있는데 얼굴이 축축해지는 기분이 찝찝해서 그만둘 때가 있었는데 이번에 F2 참외환기를 장착하고 도전해 보았습니다. 스위치를 올리면 확실히 안면에서 시원한 감각이 느껴졌고 조금 더 뽀송한 느낌으로 신스라이더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사용 전후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기보다 사용을 하면 확실히 느껴지는 차이가 있다 정도로 받아들여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편안한 안면인터페이스까지 더하니 확실히 VR경험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5. 마치며
F2 참외환기는 새로 퀘스트를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기본 액세서리로 추천할만한 제품입니다. 그리고 사용 중에 렌즈에 습기가 차거나 안면 인터페이스의 불편함을 느끼는 기존 유저들도 충분히 고려할만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VR경험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땀이나 습기같이 현실을 자각하게 하는 것들을 배제하는 것이 중요한데 여기에 F2 참외환기가 충분이 제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좋은 기회 주신 VR연구소분들께 감사드리고 리뷰를 읽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