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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 리듬 히어로게임과 함께하는 이야기 2008. 1. 2. 12:45
도와줘 리듬 히어로는 원제 EBA(엘리트 비트 에이전트)입니다. 리듬 히어로가 나오기 전에 구입한 게임으로 제목에 혼동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때는 2007년 어느 봄날. 1시간 전의 과거로부터 지하철을 타고 날아온 터미네이터Z(모델명 제로전일)는 용산의 한 전자상가에 나타난다. 물론 알몸은 아니다. 옆구리에 가방을 끼고 있는 그의 안경 또한 상대편을 감지하는 탐지장비 따위는 더더욱 아니다. 어쨌든 그는 지나가는 사람의 멱살을 잡(지는 못하니 그냥 부르)고 날카로운 기계적 음성으로 질문을 던진다."두꺼비 상가는 어디지?"
초면에 반말을 지껄인다며 흠씬 두드려 맞은 그는 어찌어찌 하여 두꺼비 상가를 찾게 된다. 수많은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들 틈바귀에 끼어 돌아다니던 그는 찾던 물건을 발견하기에 이른다. 다짜고짜 손가락으로 물건을 가리키며 대사를 날린다.
"그 물건이 마음에 드는군."
가게 주인은 앞으로 어떤일이 벌어질 지 알지도 못한 채 열심히 그 물건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 물건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NDS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고 또한 한번쯤 해보고 싶어 한다는 바로 그 물건이올시다. 오락실에는 이지투디제이가 있고 PSP에는 디제이맥스포터블이 있듯이 바로 NDS에는 이 응원단이 있다 이말입니다. 이 게임을 한번 해 본 사람은 식음을 전폐하고 이 게임만 하며 결국엔 드러누워 시름시름 앓다가 오엔다아아아안!!!!을 외치게 된다는 전설의 게임입죠. 음악에 맞춰 동그라미에 맞추어 스크린을 찍다보면 어느샌가 스트레스 따위는 싹 사라져 버리는 엄청난 게임입니다. 주절주절 주저리주저리...
-한시간 경과-
아무튼 그리 하여 이 게임은 꼭 사야 하는 그런 게임이라 이말씀임다."
주인장의 눈빛은 이미 그를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고 1시간 동안 설명을 한 것이 아쉬워서라도 꼭 팔아내고야 말겠다는 한국인 특유의 승부 근성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몸에 오오라로 나타나서 마치 에네르기파라도 나올법한 기세였다. 그러나 터미네이터Z는 왠지 시큰둥한 표정으로 한마디를 툭 던졌다.
"나는 일본어를 못한다."
주인장의 오오라가 흩어지고 원기옥을 쏜 손오공 마냥 힘이 빠져 주저앉아 GG를 치고 있을 때 그 틈새시장을 노리던 옆집 가게 주인이 갑자기 꽃미소를 날리며 나긋하게 손짓을 주었다.
"학생, 이리와봐요. 일본어 말고 영어로 된 것도 있어요. EBA라고 이 게임을 한번 해 본 사람이라면 미국 팝송의 역사를 직접 체험으로 느껴 볼 수 있지요. 게임 방법은 응원단하고 똑같은데 대신에 노래랑 메뉴, 스토리 등등이 모두 영어로 나온다는 거지요. 게다가 리플레이 세이브 모드까지 지원하니 이 얼마나 좋아요? 주절주절 주저리 주저리 하악하악 촵촵
-1시간 경과-
고로 (x+y)^2=x^2+2xy+y^2 이기 때문에 이 게임은 꼭 사야만 한다 이거지요. 헥 헥 헥."
"마음에 드는군. 가져간다."
라고 멘트를 날린 그는 날렵한 몸짓으로 안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가게주인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검은색 물체를 꺼내어 머리통에 겨누었다.
"카드도 되나?"
현금박치기로 좀 싼 가격에 거래를 마친 그는 엄지 손가락을 내밀고 I'll be back을 외치더니 다시 지하철을 타고 1시간 뒤 미래의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다시 돌아 올테니 단골로 봐 달라는 메시지가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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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을 처음 구하게 되었을 때 많은 리뷰를 봐 둔 상태라 튜토리얼을 진행하지 않고 바로 게임부터 진행했다. 덕분에 원반을 돌려야 하는 파트가 처음 나왔을 때 매우 당황하여 갖가지 헛짓들을 했던 기억이 난다. L키도 눌러보고 R키도 눌러보았다. 심지어 TV에 나오는 DJ랩퍼처럼 원반을 비벼야(?!)한다는 생각에 원반을 잡고 위 아래로 까딱거려 보았으나 (대략 췍 췌췌췌 췍 췍 취키럽 나우~ 의 느낌으로 비벼주었던 것 같다.) 도무지 통과가 되지 않았다. 화가나서 NDS를 던지려 하다가 아무래도 비싼 기계라 애꿎은 스타일러스만 던지며 우울한 분위기를 표현했다는 소시민의 가슴아픈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또한 처음 게임을 시작할 당시에 별1개짜리 캐릭터인 에이전트가 빡빡머리에 왠지 없어보여서 뭔가 좀 있어보이는 별2개짜리 캐릭터인 갈색 꼬브랑 머리의 에이전트J로 먼저 시작을 했다가 사정없이 날아드는 X표에 쩔쩔 매야만 했고, 나중에 겨우겨우 다 깨고 난 뒤에 별3개짜리 치프가 나온 후에야 비로소 그것이 난이도 별로 구분이 되어 있었던 것임을 깨닫고 다시금 스타일러스를 집어 던졌다는 이야기 또한 유명하다. (덤으로 하나 더 말해 보자면 1,2,3의 캐릭터들이 점점 노화되는 현상을 보인다는 판단 하에 별4개짜리 캐릭터는 분명히 커맨더 칸( 에이전트 아 고!를 외치는 할배)이 나올 것이라고 강하게 믿고 있었다. 해보신 분들은 누굴 말하는지 아시리라. 다행히도 여자3명이 디바라는 이름으로 나와 안도의 한숨을 쉬었던 일이 있었다.)
이 게임의 장점은 이미 앞서 많이 언급된 바로 이번 기회에 각종 단점들에 대하여 언급해 보고자 한다.
첫번째로 공공장소에서는 하기 힘든 게임이라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언젠가 자유게시판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지하철에서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친듯이 스핀을 하고 계시는 여성 유저를 보았노라고. 아마 모르는 사람이라면 핸드폰 진동이 허벌나게 심해서 사람이 덜덜 떤다거나 갑자기 풍이 와서 심한 경련을 일으킨다던가, 아니면 지하철의 한 부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지진이 그녀의 발 뒤꿈치를 강타중이라던가 하는 상상의 나래를 피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눈에서 땀이 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공장소에서 꿋꿋이 응원단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된다면 우리 모두 힘들게 스핀을 돌리고 있을 그분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띄워주자. 미숑 콤플리트~!
두번째로 액정에 무리가 많이 간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닌텐도는 최근 게임을 만들 때 주변 환경이나 기기의 특성 따윈 전혀 고려하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미 닌텐도 Wii를 통하여 많은 유저들이 집에 있는 TV며 유리창이며 조이스틱 등등 갖가지를 깨먹고 있다는 뉴스를 접해 보았을 것이다. 그 동안 NDS 유저들은 EBA와 응원단 등의 게임을 이용하여 액정에 무수한 기스가 내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제 살을 깎는 아픔을 느낄 것이다. 물론 필터를 붙인 유저라면 한 걱정덜어도 되겠지만 기스가 안 날 뿐이지 깨지는 것을 방지해 주지는 않는다. 닌텐도는 응원단, 데드앤퓨리어스 등의 게임을 이용하여 사람들의 욱하는 성질을 발현시켜 무심결에 액정을 강타하여 액정 깨짐 현상을 유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유리업계의 주가가 대략 5.8퍼센트 포인트씩 오르고 있으며 특히 닌텐도에 액정을 납품하는 회사는 연간 1000%의수익률을 올리고 있다는 카더라 통신이 전해져 오고 있다. 여러분은 지금 속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게임 자체가 주는 즐거움에 음악이 주는 즐거움 까지 더해서 나온 EBA에 찬사를 보낸다. 리듬 게임에 딱히 거부감이 없는 유저라면 대부분 재미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