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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박6일 도쿄 여행기 -2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4. 3. 28. 17:50
<5박6일 도쿄여행기 -1>
숙소에 도착하니 귀여운 여자분이 카운터에서 수속을 안내해주고 계셨습니다.
작은 호텔이었기 때문에 로비라기 보다는 그냥 아담한 카페같은 공간이 있었고, 체크인도 가족적인 분위기(?!)로 이루어졌습니다.
한국에 관심이 많다던 그 일본 여성분과 아주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계속---------------------------------------------------------------
아주 잠시만에 대화는 끝이 났지요. (뭘 기대하시나요...)별 이야기가 없어서 뭐라 쓸 말이 없습니다만 사실 일본에서 여성과의 에피소드는 3일차에 큼지막(?!)한 것이 있습니다.
3일차 에피소드에서 이야기 하기로 하죠.
숙소에 도착해서 침대를 배정받고 짐을 풀고 있자니 잠시 뒤에 옆 칸에 덩치 좋은 한 남자분이 와서 앉으셨습니다.한눈에 보기에도 대단히 활달해보이는 인상의 여행자였는데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말이 잘 통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는 이런 부분이 참 재미있죠.
외국인과 갑자기 만나도 오픈마인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됩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왔다는 그는 자신의 이름이 Onn이라고 하였습니다.
굳이 On/off의 '온'이다고 강조까지 하며 이름을 설명해 주는 모습에서 낮가림 없는 친근한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매년 일본에 온다던 그 형님은 일본의 저렴한 물가(?!)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셨고, 수긍할만한 근거들을 보여주셨습니다.
커다란 가방에 자잘한 생필품, 속옷, 의류 등과 건담 몇 박스가 들어있었죠.
본인이 여행 다녀온 곳들을 보여주시며, "사람은 언제 죽을 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것을 해봤어야 한다며 후회를 남기기
보다는, 할 수 있는 상황에선 해 놓아야 즐거운 마음으로 죽을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최근에 저의 생각의 흐름과 일치하는 것 같아서 긍정적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방사능이 무섭지 않느냐고 물어봤는데, 그 형님은 그런것이 걱정이 되는 상황이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이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 분위긴가 싶었지만 샘플이 하나뿐인 조사이므로 성급한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것은 자제하기로 하였습니다.
한참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지고, 저는 로비에서 다음 여행지를 검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문제는 날씨였는데요.
3일차인 목요일과 4일차인 금요일엔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습니다.
여행계획으로 세운 곳 중 하코네(箱根-상근)는 온천과 유황증기가 나오는 곳, 호수 등이 있어 야외활동이 주가 될 곳이라
생각되어 날씨가 맑을 때 가고싶었습니다.
원래 금요일 정도에 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하코네는 일본인들에게도 유명한 관광지라 토요일에 가면
사람에 너무 심하게 치일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비가온다면 다니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바지도 젖고 몸도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어서 비오는 날씨를 정말 싫어합니다.
그래서 날씨가 맑은 수요일에 먼저 다녀오자 생각하여 2일차 여행지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Onn형님이 수요일에 오오다이바에 같이 갈 생각 있는지를 물어보셨으나 위와같은 이유로 정중히 사양했죠.
하코네를 이동하는 방법에 대해 상세히 공부한 후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하코네를 가는 방법이 몇 가지가 있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만, 검색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방법인 '로망스카'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나라 경춘선으로 춘천과 같은 근거리 관광지에 연결되는 '청춘열차'와 비슷한 개념인 것 같은데요.
'신주쿠(新宿-신숙)' 역에서 출발하여 1시간 30분 정도 걸려 '하코네' 역으로 달려가는 기차입니다.
말로만 듣던 신주쿠지만 지금은 하코네를 가기 위해 잠시 지나가는 곳으로 삼고(나중에 가보기로 하고!) 하코네
프리패스 티켓을 살 수 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분명히 하코네 프리티켓 플리즈라고 유창한 영어로 말했는데, "한국인이시죠?"하고 물어오는 판매원...
제 발음은 한국의 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모양입니다.
하코네 내부에서 사용되는 이동수단을 거의 다(제가 본 바에 의하면 안되는 곳은 없었지만 혹시 모르니) 이용할 수 있는
티켓으로 2일간 사용이 가능한데요, 하코네 내부에 여관(료칸)에서 숙박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하루가 아닌 2일 사용권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2박 3일 있는 사람들을 위해 3일간 사용가능한 티켓은 500엔이 추가되죠.
티켓 가격은 5000엔으로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5만원이라는 거금입니다.
그래도 하코네를 둘러 보겠다면 이 티켓을 사는 것이 무조건 유리합니다.
하코네 둘러보는 코스를 말씀드려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신주쿠역--(로망스카)--하코네유모토역--(등산열차)--고라역--(케이블카)--소운잔--(로프웨이)--오와쿠다니--(로프웨이)
--도겐다이--(하코네 해적관광선)--하코네마치--(버스)--유넷산온천, 하코네마치 산책로 등--(버스)--귀가(오다큐센 or 로망스카)
이기 때문에, 꼬박 하루를 다 잡아먹는 일정이며, 개별로 구입을 해서 이 일정을 소화하려면 5000원을 훌쩍 뛰어넘는 거거금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프리패스를 사면 위의 모든 것을 원 티켓으로 입장 가능합니다!)
<하코네 일본 사이트의 한글 안내도>
원래 프리패스로는 로망스카는 탈 수 없고 오다큐급행 이라는 것을 탈 수 있습니다.오다큐급행은 전철같이 좌우에서 마주보는 형식의 좌석이라 주변 경치를 감상하기 어렵고, 중간에 한번 갈아타야 하는 귀찮음도
있기 때문에 870엔을 추가하여 전면을 향한 좌석이 있는 로망스카를 타는 것을 추천합니다.
물론 돌아오실때는 피곤도 할 수 있고 굳이 한번 본 경치를 또 볼 필요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오다큐 급행을 타고 오셔도
괜찮습니다. (이때는 추가요금이 필요 없죠. 저는 그리 했습죠...)
<하코네 프리패스. 3.12부터 3.13까지 쓸 수 있는 2일권이다. 아쉽게도 1일권은 팔지 않는다.><로망스카는 모양이 각기 좀 다르긴 하지만 내가 탄 차는 저렇게 생겼다.>
<기차 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1>
<기차 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들-2>일본에는 기차 매니아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중에 찾아가 본 아키하바라의 한 상점은 기차모형으로만 싹 도배가 되어있던 것도 봤지요.
일본인들의 기차사랑은 상당하다고 어디선가 주워들은것도 같구요.
각 지역의 특산품으로 만든 도시락을 기차에서 판매하기도 하는데, 이를 에키벤(역 도시락)이라고 합니다.
종류가 상당하고, 에키벤만으로 식도락여행이 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맛도 괜춘하다고 합니다.
로망스카에서는 몇 가지 에키벤을 판매하는데, 기차모양의 도시락 통에 들은 것을 먹어보고 싶었습니다만
새우튀김이 있는 것 같아서 포기했습니다. (먹고 나서 저 통을 기념으로 가져오려고 했죠...)
해산물 천국 일본에서 해물을 걸러 먹는다는 것이 참 아쉽고 또한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차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잠시 뒤 옆에 한 무리의 아주머니와 아저씨로 구성된 관광객이 들어왔습니다.
다른 분들은 같이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한 분이 제 옆에 앉아 일행에서 떨어지게 되신 듯 했습니다.
와인까지 준비해서 도시락을 드시며 여행을 즐기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머리 위 짐칸에 본인들 가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 같았는지, 제게 윗 공간을 다 써도 괜찮느냐고 질문을 하셨습니다.
정확하게 못알아들어 "Pardon?" 을 말하고, 잠시 뒤 아차싶어, "스미마셍, 와따시와 칸코쿠진데스.(죄송해요 저는 한국인입니당.)"
를 훌륭한 발음으로 말하니 몸짓으로 대화를 나눕니다.
아저씨가 한국관광객이 신기했는지 옆의 아주머니에게 한국에서 왔다며 너스레를 떠시고, 그 아주머니는 갑자기 "명동?"을
이야기 하시며 뭐라 말을 붙여보시려고 하셨습니다.
제 일본어 실력이 미천하여 원활한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말았습니다만, 그래도 먼저 말을 걸어주신 것이 참 감사했습니다.
전날 저녁 편의점에서 사온 간장과자를 우적우적 씹어먹으며 바깥 풍경을 즐겼습니다.
와사비가 들어간 간장과자라 이따금씩 콧날이 시큰해질정도로 찡한 느낌을 받았죠.
<개천을 건너가는데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뭔가 동지의식을 느낌.>
<기차가 지나가는 바로 옆에 공동묘지가 있다. 도심 곳곳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는 풍경이다.>
하코네유모토(箱根湯本-상근탕본) 역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모두 내리기 시작했습니다.저는 알고 있죠, 사람이 많이 내리는 곳이 보통 저의 목적지라는 것을!
냅다 내리려 하는데 옆에 앉아계시던 아저씨께서 말씀하십니다.
"타노시이"
대략 헤어질 때 인사라는 감은 있었는데 정확한 의미를 몰라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를 외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리고 나서 부랴부랴 사전으로 찾아보니 "즐거웠다~"는 의미였더군요.
아리가또(감사합니다.)보다는 고치라코소(저야말로) 라는 대답이 맞지 않았나 싶었지만 이미 떠난 배... 아니 사람이었죠.
안내서에서는 하코네유모토역에서 하차하여 등산열차를 타라고 했는데, 바로 옆에 뭔가 좀 낡은 느낌의 열차가 서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그 열차를 타러 우르르 달려갔습니다.
저는 알고 있죠, 사람이 우르르 몰려가는 곳이 보통 저의 목적지라는 것을!
냅다 올라타니 구불구불 산을 타고 올라갑니다.
강원도에서 산으로 올라가는 열차가 경사때문에 한번에 올라가지 못하고 지그재그로 올라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딱 그렇게 올라갑니다.
멈춘 구간에서는 내려오는 열차와 교차해서 지나가더군요.
교차하는 지점 이외에는 모두 선로가 하나이기 때문에 모노레일이라고 부르는 듯 했습니다.
하코네 주변 마을을 지나가며 풍경을 보게 되었는데, 참 한적하고 살기 좋은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방사능이 없다면...)
도쿄에서는 눈을 보지 못했는데 이곳에는 채 녹지 않은 눈이 곳곳에 쌓여있더군요.
우리나라 강원도쪽에 많은 눈이 내렸었는데 거의 그정도는 왔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등산모노레일은 생각보다 한참 시간이 걸려서야 목적지인 고라(强羅-강라)역에 도착했습니다.
<구불구불 올라간다.>
<올라가자마자 케이블카(바닥쪽에 케이블이 있는듯)를 타고 소운잔(早雲山-조운산)까지 올라감><소운잔에서 또 로프웨이(우리가 남산에서 케이블카라고 부르는)를 타고 오와쿠다니(大涌谷-대용곡)까지 간다.>
<오와쿠다니로 가는 길 아래에는 유황증기가 나오는 곳이 있다. 지면 아래 가스가 나오면서 빈 공간이 생기고, 계속 해서 무너져 내리는 등의 사고가 있어 위와 같이 안전 작업을 해 두었다고 한다. 유황이 나오는 곳 주변이 누르스름하다.>오와쿠다니에 도착하니 넓은 공터와 함께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기억으로는 더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물이 퐁퐁 솟아나고 연기가 매캐한 그런 느낌이었는데
뭔가 조금은 실망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화산의 느낌을 원했던 것 같은데 제 욕심이었겠죠.
멀리에 구름 한 자락이 걸쳐 있다고 생각하던 찰나, 그것이 구름이 아니라 후지산의 눈덮힌 부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대단히 즐거워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거대한 화산인 후지산을 직접 본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가서 쇠말뚝을 박아보고 싶은 마음도 들긴 합니다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번 직접 올라가보고 싶다는 마음도 생기더군요.
(그렇지만 사실 이번 여행은 "두번다시 오지 않겠다"가 컨셉으로 더 볼일 없이 싹 다 보고 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
다시 오게 될지는 모르겠다는 것이 함정이겠죠...)
<하코네 정상 부근의 풍경, 아래의 가게에서 다양한 상품들을 팔고 있다. ><멀리 산자락 너머로 보이는 후지산의 모습, 눈이 덮인 부분이 하얗게 되어 있어 구름으로 착각했었다.>
<작은 규모긴 하지만 따뜻한 물이 흐르는 것을 알 수 있다. 묵은 방귀냄새와 비슷한 유황냄새가 나지만 심하지는 않다.>하코네의 유황온천 근처에 가면 검은 달걀을 팝니다.
'쿠로 타마고'라고 하는데, 계란 껍질의 철분이 온천수의 황화수소와 반응하여 검어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스토리텔링기법이 마케팅에 접목되어 있는 훌륭한 예를 볼 수 있습니다.
흑계란 한 알을 먹으면 7년을 더 살 수 있다고 하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과학적 근거도 없는 이야기는 일본인들 및 관광객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하코네에 오면 흑계란을 먹어야 한다!"
를 공식화하는데 성공하였고, 엄청난 수의 계란이 팔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먹었습니다... 다섯알을 앉은자리에서 다 깨먹었으니 최소한 35년은 더 살겠네요.
처음에 검은계란을 보았을 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먹는데 이걸 다 온천에서 익혔다고? 에이 설마...'라고 생각했습니다.그도 그럴 것이 위와 아래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테이블 주변에 모여 계란을 먹고 있었는데, 한 팀당 최소 5알씩은 사가야 하므로
하루동안 어마어마한 양의 계란이 소모될 것이라 생각이 된거죠.
어디 다른데서 구워다가 파는 것은 아닌지, 검은색 물감통에다가 담궜다 빼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하고 있던 찰나!!
옆에서 부글거리던 온천에 한 아저씨가 홀연히 나타나 물에 잠겨있던 철망을 건저올리니, 그 안이 온통 흑계란이더라!!
그래서 저는 흑계란의 진리를 믿게 되었다나 뭐라나...
집에와서 어머니께 이 이야기를 말씀드렸더니 '원래 검은 계란이 들어간건 아니고? 어떤 계란이 들어가는지 봤어?'라고 하시는데
할말이 없었습니다만...
<의문의 아저씨 등장!!>
<온천 속에서 검은 계란을 꺼내간다!!!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가장 윗집 계란은 다섯개에 500엔, 한개에 대략 천원꼴이다. 아래 내려가면 4개에 500엔, 5개에 600엔 등 가격이 좀 올라가므로 무조건 이곳까지 올라와서 먹는 것이 이익이다.>
<500엔을 내면 흑계란 5개가 들어있는 종이봉투를 준다. 소금도 들어있다. 방사능 때문에 해산물을 피하려고 했는데 소금은 피할 수 없구나...>
<뜨거워서 간신히 들고 찍은 흑계란, 자갈같이 보이기도 한다. 껍데기는 엄청 뜨거운데 까고 나면 알맹이는 그렇게까지 뜨겁지는 않다.>
<속은 똑같은 계란이다. 점심을 못 먹었기에 앉은자리에서 계란 다섯개를 뚝딱 해치웠다. 일본인들이 계란을 먹을 수 없도록 먹어 없애리...>
워낙에 계란을 좋아하는 저인지라 신명나게 계란을 먹어 치웠습니다.편의점에서 파는 계란은 사실 다 식어서 좀 아쉬울때가 많은데, 따끈하게 유지된 계란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나중에 다른 블로그에서 보니 온천에서 꺼낸 계란을 오븐에서 더 익혀서 판매한다고 하네요.
(껍질이 알맹이보다 심하게 뜨거웠던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다시 로프웨이를 타고 한참을 내려가니 호수가 보입니다.
아시노 호수 (芦ノ湖-호노호=아시노코)는 백두산 천지와 같은 칼데라호수입니다.
화산 폭발이 일어나서 생긴 분화구에, 마그마가 지나간 틈새로 지하수가 솟아올라 생기는 호수죠.(아는 척!)
아시노코에는 세 지역을 오가는 관광선이 운행되고 있습니다.
중세시대의 배를 모티프로 꾸며져 있는 배입니다. (해적선도 있다는데 저는 보지 못했네요.)
사실 작년 여름에 배를 타고 울릉도에 다녀온 경험이 워낙 강렬해서, 유람선을 타는 정도로는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오래 걸어서 다리가 아팠던 것도 다른 곳에 신경쓰기 힘든 이유가 되었죠.
<중세시대 모양을 한 배들이 서있다. 돛이 안달려있어서 아쉬움이 느껴진다.>
<교차해서 지나가는 배, 위의 망루에 한번 올라가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근육질의 선원이 키를 잡고 있다. 원래 키는 선원이 아니라 선장이 잡아주는거 아닌가?>
<일본 오리로 추정되는 새는 모습이 까마귀같은 느낌이 난다. >
<붉은 색의 배 모습이 강렬하다.>
하코네마치에서 내려 버스를 기다렸습니다.이후 온천이나 큐카이도(舊街道-구가도)에 갈 수 있는 코스도 있지만 다리가 너무 아파서 어쩔 수 없었죠.
오다와라(小田原-소전원)역에 가면 하코네 프리패스로 신주쿠까지 갈 수 있는 오다큐선이 있기 때문에 그쪽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인터넷이 안되기 때문에 호텔에서 갈무리해둔 자료로 귀가길을 정했는데, 오다와라에 가면 집에 갈 수 있다고 되어있었죠.
근데 버스는 오다와라(小田原)으로 간다고 되어있는데 갈무리한 자료에는 오다와라(大田原)라고 쓰여있었습니다.
같은 곳인가 다른 곳인가 애매한 상황이지만 이미 탄 버스라 어쩔 수 없어 걱정 속에 하염없이 시간이 갔죠.
하코네 산자락에서 오다와라역까지 가는 버스는 시간이 한참 걸리긴 했지만, 운전수 아저씨의 구수한 입담(일본어를 잘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사람들이 가끔씩 피식거리는 것으로 봐서는 구수한 것 같았다. 목소리는 확실히 정감있고 구수했음) 덕분에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본에서 처음 타보는 버스였는데, 사람이 엄청나게 많이 타서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처음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어서 다행이 긴 시간 앉아서 풍경을 즐길 수 있었죠.
근데 갑자기 옆에 앉아계시던 분이 저를 툭툭 치는 것이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나를 알아보고 툭툭 건드릴 만한 사람이 없는데????'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게 왠걸...
아까 로망스카에서 옆에 앉아 같이 이동하셨던 아저씨였던 것 아니겠습니까?
굉장히 반가워해주시는 덕분에 여행지에서 훈훈함을 느꼈습니다.
일본인은 남에게 피해 안주고 서로에게 간섭도 잘 안하는 느낌이었는데, 기차에서 잠시 봤다고 버스에서 아는척을 해주시는
모습에서 '정'같은 것을 느꼈달까요?
제가 "스고이 데스네.(대단하네요)"하며 너스레를 떨자 아저씨께서도 "소데스네, 미라쿠루 데쓰네."하며 즐거워 하셨습니다.
명동 이야기하시던 아주머니도 건너편에 앉아계셨는데 사람이 많아 인사를 못하셨었습니다.
제가 가려던 길 중간쯤에 내리시고서는 바깥으로 지나가시기에 인사를 드리려고 하는데 손을 흔들어 주시네요.
고개 인사 정도를 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대단히 의외였습니다.
작은 차이지만 목례보다 훨씬 친근한 느낌이었죠. (여행지에 와 계셔서 즐거움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표정도 대단히 환해서 보는 사람이 다 즐거워 질 정도였습니다.)
일본에는 혼네와 다테마에라는 것이 있어서 속의 본심과 밖으로 행하는 행동에 구분을 둔다고 알고 있습니다.
위와 같은 행동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에 상관없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여행하는 외국인을 만나면 먼저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다시 헤어질 때 아저씨가 "타노시이"라고 하지 않으실까 싶어 "고치라코소"를 속으로 되뇌이며 준비하고 있었으나
그 멘트가 나오지 않아 쓸 수 없었음은 약간 아쉬웠습니다. 아까의 실수를 만회할 찬스였는데...)
하코네를 여행하는 길은 다양한 교통수단으로 되어 있어, 사실은 풍경도 풍경이지만 그 이동 자체를 즐기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저는 그 전날 많이 걸었던 것이 약간 무리했는지, 긴 이동이 많이 힘들어 여행을 100% 즐기지는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빠르게 귀가를 하고, 라멘을 먹기 위해 숙소 주변을 탐색하다 적당한 곳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일본 라멘은 이런 것이다!!!'를 느끼게 되죠.
(뭐 이딴맛이???)
3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