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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자와 나오키 4 - 이카로스 최후의 도약
    그외에 함께하는 이야기 2020. 4. 1. 14:48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입사를 하면 능력에 맞는 일을 할당받아 공정하게 평가받고 성과급을 받거나 승진을 하는 것을 꿈꾼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환경에서라면 당연시되어야 하는 이런 일들은 의외로 현실에서는 판타지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어렵사리 이룩한 성과를 윗선에서 홀랑 낚아채가고 입을 씻는다던가, 직장동료의 시기와 질투에 평가가 안 좋아진 나머지 승진에서 누락된다던가, 나보다 훨씬 일을 못하는 사람이 학연, 혈연, 지연, 심지어 흡연(?!)을 통해 줄을 잘 서서 승승장구한다던가 하는 일들이 그렇다. 단순히 공을 빼앗기는 것을 넘어서 누군가의 과를 떠안아야 하는 일도 있다. 이때의 억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서는 이러한 적폐에 맞서 싸워야 하는데, 사실 이런 적폐에 의한 희생자들도 자신의 일이 아니라면 한 발 슬쩍 빼고는 한다. 올바른 행동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을 보기가 매우 힘든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딘가에서 혜성처럼 나타나 이런 불합리함을 해결해 줄 신과 같은 존재, 즉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케이도 준'의 소설 '한자와 나오키'는 은행원으로 일하는 한자와가 은행 내부에 산재한 불합리함과 싸워가며 자신의 철학을 관철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1편에서는 부정대출사기, 2편에서는 호텔 재건계획과 맞물린 사내 파벌싸움, 3편에서는 기업 인수합병 부정을 그리며 정의를 관철하는 한자와의 이야기를 보여줬고 최종장인 4권에서는 항공사 재건계획과 관련한 정치인 부정행위를 파헤치는 스토리가 진행된다. 모두 실제 어디엔가 있었을 법한 이야기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그리고 한국이나 일본이나 이런 일들은 일어 나왔고 앞으로도 일어날 법 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실제에 가까운 흥미진진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4편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러해 경영 부실을 겪은 TK항공에 대해 제2채권자인 도쿄중앙은행은 채권 회수를 위해 제1채권자인 개발투자은행과 함께 TK항공의 경영 재건계획을 수립한다. 그러나 총선이 끝나고 난 뒤 집권당이 된 헌민당이 교통성 대신(우리나라로 치면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임명한 시라이의 기자회견에서의 발표로 모두 취소가 된다. 시라이는 TK항공 재건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전 집권당의 무능함을 보여준다는 기치하에 막무가내의 모습을 보인다. TF는 채권단에 TK항공의 경영 재건을 위해 일정액의 채권포기를 요구하고, 이를 거부하는 것은 민심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민의를 배경으로 한 압박공세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도쿄중앙은행의 전신인 도쿄제일은행(옛 T)과 산업중앙은행(옛 S) 중 옛 T에서 일어났던 부정한 사건이 얽혀 들어가며 은행 내부 이권다툼과 정경유착의 뿌리가 밝혀지게 된다. 

     

     

     

     

     

     

    주인공 한자와는 TK항공 재건계획을 은행장 권한으로 명령받아 옛 T로부터 인수하여 새로이 검토하게 되는데 기존의 부정이 밝혀질까 전전긍긍하는 옛 T들의 방해공작과 채권포기를 강요해오는 교통성의 압박 등 사면초가의 상황에서도 자신이 옳다고 하는 정의를 관철한다. 우리가 한자와에게 열광하게 되는 이유는 우리가 현실에서는 이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불이익이 두렵기 때문에 내부고발을 할 수 없거나 정치인에 맞서지 못하게 되면 그들은 불이익을 무기로 더욱 약자들을 옭아매게 된다. 이럴 때는 모두가 한 걸음 같이 움직여준다면 개선이 될 여지가 있는데 그것이 사실상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이와 같은 책을 읽으면서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느끼고 하나하나의 작은 저항들이 모이면 큰 흐름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무언가는 바뀌게 마련이다. 

     

     

     

     

     

     

    책의 부제인 '이카로스 최후의 도약'에서 이카로스는 그리스신화에서 미궁을 탈출하기 위해 하늘을 날았지만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간 탓에 밀랍으로 만든 날개가 녹아버려 결국 바다로 추락해버린 인물이다. 이러한 이카로스에 대한 해석은 자연의 원칙을 넘어서는 욕심을 부리면 큰 화를 입을 수 있다고 해석되는 경우도 있지만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인간의 동경이라는 인류의 영원한 로망으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 작중의 한자와는 아직 화를 입지는 않았으므로 전자라고 할 수는 없겠고, 은행원으로서 부정이 없이 사람내음이 나는 여신업무를 할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거듭 도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숫자가 아닌 사람을 보는 은행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열망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작중의 한자와는 이카로스이고 그의 도전은 결과에 상관없이 로망이다. 물론 소설에서는 성공하기 때문에 마음 놓고 한자와가 펼치는 세계에 동참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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