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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보라다 전동 칼갈이(나이프 샤프너)
    기계와 함께하는 이야기 2021. 4. 15. 22:56

    패키징

     

    1. 들어가며

     

    자취를 시작하면서 처음엔 떡볶이와 짜장면을 걸신들린 듯이 먹었더랬다. 그렇게 먹고살아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누가 뭐래도 일단 맛있는 음식들이지 않은가. 덕분에 아랫배에 인격이 두둑하게 들어찼지만 그때는 그저 그게 맛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살았다.

    자취 경력 10년이 넘어가는 지금에 와서야 집밥이 최고다. 가끔 찾아가는 집에서 얻어먹는 집밥이야말로 신이 내린 최고의 음식이다. 그러나 음식이 맛있다고 집에서 살 수야 있나. 결국 자취방에서 나는 칼을 들었다. 어머니의 집밥을 기억하는 내 손에도 어머니의 손맛이 깃들기를 바랐다. 그러나 칼질부터 글러먹었다. 왜 이렇게 잘 썰리지 않느냔 말이다. 

    기술의 숙련도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썰리고 안썰리고의 문제는 다른 곳에 원인이 있었다. 내가 쓰는 칼은 다이소에서 구입한 3천 원짜리 칼이고 어머니는 고가의 쌍둥이칼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어머니의 칼은 아버지가 수시로 숫돌로 갈아내어 언제나 예리함을 품고 있었다. 본가에 들어가 간단한 요리를 위해 칼을 들었던 나는 쌍둥이칼을 내심 탐내었으나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러면 숫돌로 칼 갈아주는 아버지라도 모시고 갈까 했으나 그 또한 어려웠다. 결국 나는 3천 원짜리 다이소 수준의 칼놀림밖에는 하지 못할 것이었다. 

    그러나 세상의 수많은 다이소 칼잡이분들이어, 실망하지 말지어다. 전기의 시대에 전기로 할 수 없는 것은 없었다. 전동 칼갈이 하나면 소드마스터가 될 수 있으리니.

     

     

    2. 언박싱

     

    알보라다 전동 칼갈이는 화이트와 오렌지 두 색으로 출시되었다. 화이트야말로 심플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한 나는 거침없이 화이트 제품을 선택했다. 하지만 주방엔 오렌지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오렌지색도 나쁘지 않으리라 본다. 색상이란 취향의 문제일 뿐.

    화이트와 오렌지
    패키징

     

    상자를 보면 심플하게 하얀색으로 되어있다. 이런저런 복잡한 미사여구를 새기기보다는 이런 심플함이 요즘엔 마음에 든다. 하단에 프로페셔널 다이아몬드 전동 나이프 샤프너라고 쓴 문구를 볼 수 있다.

    물체의 굳기를 경도라고 하는데 요즘에도 아이들이 모스 경도계를 외우는지 모르겠다. 활석-석고-방해석-형석-인해석-정장석-석영-황옥-강옥-금강석 순서로 경도가 높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방해석으로 석고를 긁으면 경도가 낮은 석고가 긁히고, 형석으로 방해석을 긁으면 경도가 낮은 방해석이 긁힌다. 이중 금강석이 바로 다이아몬드다. 마찰을 통해 쇠를 절단하거나 치과 진료를 위해 이를 깎아내는데 다이아몬드로 코팅된 톱니나 드릴이 쓰인다. 긁어내는 데는 다이아몬드가 짱짱 세기 때문이다. 당연히 철보다 다이아몬드가 경도가 높으므로 둘이 마찰을 시키면 철이 갈려나간다. 이런 다이아몬드가 코팅된 회전 숫돌이 제품에 들어있다. (참고로 석고랑 석영, 금강석은 봤는데 나머지는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걸까. 모스 경도계를 외우고 있는 지금 시점에도 나는 궁금하다.)

     

    측면 패키징

     

    측면에는 대문짝만하게 KC인증이 있다. KC인증은 Korean Certification의 약자로 한국에서 전기용품의 안정성을 안정 검증기관에서 공식적으로 검증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KC인증이 없는 제품은 국내에 수입 판매가 불가능하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 외국에서 직구를 통해 구입하는 제품들은 KC인증이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런 부분도 눈여겨보아야 안전을 지킬 수 있다.

    KC인증은 안전인증과 전자파 인증 두 가지를 모두 획득해야 받을 수 있다. 알보라다 전동 칼갈이 제품 상자의 측면에 두 가지 인증을 받은 것이 확인되므로 안심하고 쓸 수 있을 것 같다. 정식 수입을 통해 들어온 제품이므로 AS나 추후 발생 가능한 부분에 고객지원이 원활하리라 생각된다.

    참고로 이 제품은 정격 220볼트만을 지원하므로 110 볼트를 사용하는 국외에서는 사용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알보라다 전동 칼갈이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외국에 사는 친구 주겠다고 사가는 일은 주의해야 하겠다. (애초에 코로나 때문에 못 나가지만...) 국내 친구라면 마음껏 사주도록 하자.

     

    개봉

     

    상자를 열면 계란판같은 충격 흡수지에 제품이 고정되어 있다. 간단한 설명서 한 장이 들어있다. 사용방법이 아주 심플하기 때문에 복잡한 설명서가 필요하지 않다. 설명서의 내용 대부분도 주의사항에 대한 것이다. 아무래도 날카로운 날붙이를 쓰는 기계이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존재할 수 있다. 때문에 설명서를 잘 읽어보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의사항에 언급된 사용방법에 대해 나중에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다. 

     

     

    3. 외관

     

    알보라다 전동 칼갈이

     

    제품을 살펴보면 전형적인 주방가전의 느낌이 난다. 깔끔한 화이트에 유선형 디자인으로 유광 처리된 외관이다. 이물질이 묻거나 했을 때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세척이 쉽다. 복잡한 기능 필요 없이 칼갈이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다. 주방에 있을 때 어색하지 않은 디자인이라서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 자연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옆에 두고 자주 사용하면 항상 예리한 칼날을 사용할 수 있다.

     

    전원 스위치

     

    하단에 전원스위치가 있다. (I/O는 In / Out 이므로 I에 두면 전원이 켜지고 O에 두면 전원이 꺼진다. 전원이 들어오면 모터가 돌아가는데 매우 시끄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무난한 수준의 소리였고 진동도 심하지 않았다. 제품을 잡고 있지 않아도 진동에 의해 미끄러지거나 하지 않아 밸런스가 잘 잡혀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1단계와 2단계 칼갈이
    홈 안쪽으로 보이는 다이아몬트 코팅된 회전숫돌

     

    칼날이 심하게 상한 경우에는 먼저 거칠게 왕창 깎아내고 그 다음 세밀하게 갈아내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숫돌의 경우도 입자가 굵은 것부터 시작해서 점차 세밀한 것을 사용하여 칼을 간다. 알보라다 전동 칼갈이도 1번 홀을 통해 먼저 크게 갈아내고 2번 홀을 통해 매끈하게 갈 수 있도록 입자가 다른 회전숫돌로 구성되어있다. 칼날의 왼쪽과 오른쪽면을 고르게 갈아내야 하기 때문에 각 숫돌마다 좌측과 우측면을 갈 수 있도록 2개씩 홀이 존재한다.

    칼날이 가지는 각도가 적당해야 재료가 잘 썰리기 때문에 살짝 비스듬히 칼이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일부러 힘을 줄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칼이 들어가는 대로 두면 최적의 상태로 갈린다. 회전숫돌에는 스프링이 있어서 칼이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밀려들어가면서 적절한 텐션을 유지한다. 모든 것이 칼날을 최적으로 갈아내는데 영향을 미친다. 

     

    알보라다 전동칼갈이 하단
    알보라다 전동칼갈이 하단
    알보라다 전동칼갈이 하단 쇳가루 집진부
    알보라다 전동칼갈이 쇳가루 포집부(자석)
    회전숫돌에서 갈린 쇳가루가 하단으로 떨어지는 구조

     

    제품 하단에는 칼을 갈면서 나오는 쇳가루가 한 곳으로 모이도록 설계가 되어있다. 하단에는 탈착이 가능한 자석 뚜껑이 있는데 쇳가루가 자연스럽게 이곳에 모이게 된다. 칼을 다 간 뒤에는 포집용 뚜껑을 열어 물에 적신 티슈로 닦아내면 갈린 쇳가루를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다. 

    바닥 네귀퉁이에는 충격을 흡수하고 움직임을 방지하도록 고무가 있는데 진동을 매우 잘 흡수해 주었다. 보통 모터가 있는 전동기기들이 진동에 의해 움직이는 현상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알보라다 전동 칼갈이의 경우 제품 무게와 고무가 적절한 밸런스를 이루어 바닥에 잘 고정시켜준다. 칼을 다루는 제품이기 때문에 이러한 안정성은 높게 평가할만하다. 

     

    접지코드

     

    접지선이 존재하는 코드라서 전기안전에 대한 준비도 제대로 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국내 정식 발매된 제품이라 별도의 변환기 없이 220V 콘센트에 꽃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직구 제품이 110V 변환젠더 등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정식 발매가 주는 강점이 확실하게 있다. 

     

     

    4. 사용기

     

    0123
    사용순서

     

    칼갈이를 적게 한 왼쪽과 많이 한 오른쪽

     

    솔직히 처음에 다이소 칼을 알보라다 전동 칼갈이로 갈면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기기를 의심하기 보다는 저렴한 칼의 성능을 의심했기 때문이다. 호박에 줄 그어도 수박이 못되듯이 3천 원짜리 칼을 잘 갈았다고 날카로운 칼이 될 거라고 기대를 못한 탓이다. 심지어 다이소 칼은 측면에 프린팅까지 된 상태라서 적당한 각도로 갈릴 수 있을지 의심이 되었다. 

    많이 사용하는 칼날의 중심부를 중점적으로 갈았더니 칼날면의 넓이에 차이가 발생했다. 일단 육안으로는 칼이 잘 갈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흥분하여 곧바로 감자튀김을 위해 감자를 썰어보았는데 칼이 저절로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칼이 잘 갈렸다면 응당 느꼈을 법한 일이지만 2년 동안 한 번도 칼을 갈아본 적이 없는 내게는 엄청난 변화가 느껴졌다. 3천 원짜리 칼도 잘 갈리므로 더욱 고가의 칼도 잘 갈아줄 것으로 보인다. 효과는 완벽했다. 

     

    쇳가루 포집
    쇳가루 확인

     

    갈린 칼에서 나온 쇳가루가 잘 포집되었는지 하단의 뚜껑을 열어보았더니 자석에 없던 얼룩무늬가 있었다. 휴지로 닦아내니 곧바로 묻어나와서 쇳가루가 잘 모여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루가 미세해서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자석으로 잘 모아주는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회전숫돌에 묻어있는 쇳가루를 정리할 수가 없다는 점인데, 전용 솔을 하나 준비하여 털어주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 측에서도 서비스로 하나쯤 넣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용시 주의사항 : 회전하는 숫돌에 칼을 넣어 갈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칼 끝부분만 닿았을 때 부상의 위험이 있다. 칼 손잡이쪽부터 갈면서 칼 끝방향이 갈리도록 당겨주듯이 사용하는 것이 포인트. 칼을 다루는 제품이므로 사용법을 잘 숙지하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추가로 칼은 한 방향으로 갈아야 한다. 숫돌에 닿은 상태로 왕복으로 움직이면 칼날이 상하는 지름길이므로 주의! 

     

    종이를 잘라보았습니다

     

     

    5. 총평

     

    처음엔 자취생에게 좀 과한 물건이 아닐까 고민했다. 뭐 대단한걸 먹는다고 전동 칼갈이씩이나 두고 쓸까 싶었다. 칼날이 무뎌지면 3천 원짜리 칼 하나 새로 사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칼을 갈아보고는 완전히 생각이 달라졌다. 항상 날카로운 칼날이 유지된다는 것은 요리가 더욱 손쉬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은 힘으로 재료를 썰고 스트레스받지 않은 상태로 요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무같이 커다란 재료를 손질하는 것이 무섭지 않아 졌다. 자취생에게도 이 정도 만족감인데 요리를 많이 하는 분들이라면 더욱 높은 만족감을 주리라 생각된다. 알보라다 전동 칼갈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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