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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도 스쿠터 여행 후기 + 태안 학암포 일몰
    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1. 8. 10. 10:28



    몇 년인가 전부터 방학이 오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던 것이 마치 습관처럼 남았다. 

    말로만 듣던 역마살이라는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더 넓은, 내가 보지 못한 세상을 보고 싶은 마음임을 나는 알고 있다.

    지난 겨울에 경주에서 시도하려다 운전면허증이 없어 못했던 스쿠터 여행에 과감하게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 

    휴가를 받은 기간은 8월 3일부터 7일까지였는데 전국이 비소식이라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원래 가족여행으로 태안의 학암포에 들렀다가 혼자 떨어져 나와 전라도 여행을 할 계획이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집에서 해가 뜨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그럴 수는 없었다.  얼마만에 받은 휴가인데.

    하여 날씨가 맑은 곳을 찾다가 제주도가 눈에 띄었다. 

    2일에 인천에 일찌감치 도착해 있었던 나는 부랴부랴 저가항공사를 뒤져 3일 오후 1시에 출발하여 5일 오전 9시에 도착하는

    비행기표를 예약할 수 있었다.

    제주도 가는 가격이 참 많이 싸졌다.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주도를 가 보았던 것은 15년도 더 전에 초등학교 보이스카웃때로 정해진 코스를 돌았던 데다 시간도 오래 지나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말이다. 

    제주로 행선지를 정하고 나니 모든것이 자동으로 착착 정해졌다.

    스쿠터는 예약을 하고자 했으나 늦은 저녁시간이라 송금도 어렵고 하여 현지에서 조달하기로 하고 무작정 출발하였다.





    인천지하철 동막역에서 계양까지 한달음에 달려가 공항철도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몸을 실었다.

    출발할때까지만 해도 구름이 많았던 날씨는 어느새 비를 추적추적 뿌리고 있었다.

    내 휴가를 빼앗아가려 했던 비라 얄밉기 그지 없었다. 

    제주의 하늘은 맑아야 하는데 하는 걱정이 들었다.




    전날 예약해두었던 저가항공사인 티웨이항공에서 발권을 했다. 

    일찍 가면 좋은 자리를 줄 것이라는 생각에 비행시간보다 한시간 반쯤 일찍 도착했다.

    아니나 다를까, 발권하는데 "자리는 창가쪽으로 드릴까요?"하고 물어보았다.

    당연히 그렇게 해주십사 하여 표를 받고 남은 시간동안 공항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김포공항이 서울의 유일한 국제공항이던 시절에 와 보고 처음 와 보는 것이었다.

    어렸을 적 낮은 눈높이에서 보았던 공항 풍경은 이제 훌쩍 커버린(그러나 얼마 많이 크지는 못한) 내 시선에서 다시금 새롭게 느껴졌다.

    검색대를 통과하는 동안 카메라가 방사선에 고장은 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는 내 모습이 퍽 우습다.




    비행기는 한달음에 높이 날아 8000미터 상공에서 구름을 내려보며 날아갔다.

    공항에 내리던 비가 거짓말인 것처럼 느껴졌다. 

    비 구름 위를 날아가며 제주의 맑은 하늘을 꿈꿨다.

    누군가는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아무리 달려봐도 어느새 내 머리 위에 있다며 울부짖었지만 나는 지금 휴가를 즐기기 위해 비구름을 피해 달려간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나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 말린 오징어가 될 예정이었다.




    제주공항에서 내려 스쿠터를 빌릴만한 곳을 찾다 용담로 근처를 헤메이게 되었다. 

    그러나 성수기 파워와 일본 방사능 재해로 인해 사람들이 모두 제주로 몰려 남아나는 것이 별로 없었다.

    한참을 걸어 발견한 스쿠터 대여점에는 예약 없인 대여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찾아간 다른 대여점 3곳에서 연달아 모두 거절을 받고 나서야 예약을 미리 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제주를 돌아다니기에 택시비는 비싸고, 버스는 시간 손해가 많은데, 참 갑갑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네 번째 도착한 스쿠터 대여점에서 한대가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뒤돌아볼것도 없이 바로 계약을 했다. 

    싸인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가게엔 다른 손님의 전화가 와서 남은 스쿠터가 있는지를 문의해왔다.

    주인아주머니가 전화에 대고 하나 남은 스쿠터가 방금 막 나갔다는 이야기를 하실 때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한발만 늦었어도 빌리지 못할 상황이었다.

    125cc의 베스비를 빌려 난생 처음으로 스쿠터를 운전하게 되었을 때 생각보다 내가 스쿠터 운전을 잘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년 가까이 자전거로 단련된 평형감각이 마치 나를 원래부터 스쿠터를 몰아본 사람처럼 만들어 주고 있었다.

    멋진 속도감을 느끼며 계획했던 중문관광단지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원래 첫날 계획했던 부분들은 시간이 늦은 관계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나는 제주도를 얕보고 있었다.

    스쿠터를 타고 하루면 제주도를 일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제주도는 엄청 크다.

    오후 4시가 다되어 제주시에서 출발한 나는 오후 9시가 되어서야 중문에 가까스로 도착할 수 있었다.

    밤에는 가급적 운전하지 말라는 대여점 아저씨의 이야기가 귀에 계속 맴돌았지만

    중간에는 묵을 곳 하나 없어 할 수 없이 달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도착한 중문에서 숙소를 잡으려 할 때, 문득 내가 제주 도착의 첫날 아무것도 한게 없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 때 눈에 들어온 곳이 바로 테디베어박물관이었다.

    (사람들이 말했다. : 고갱님 테디베어박물관은 남자 혼자서 가시면 안됩니다... ->저도 알고 있어요...ㅠ,ㅠ)

    마침 테디베어박물관은 야간개장을 하고 있었고, 첫날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자러 가느니 이거라도 하나 보고 들어가자는

    오기같은 것이 생겼다. 

    물론 내가 '궁'이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도 있었고, 그때 나온 곰 인형들도 기억하고 있었다는 점도 작용했다.

    과감히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과연 연인 아니면 가족만 볼 수 있다는 테디베어박물관의 위용은 대단해서, 많이 외로워졌다...




    본인은 고흐를 좋아하는데 자화상을 패러디한 테디베어가 있어서 찍어보았다. 우수에 찬 듯한 눈빛이 압권이다.









    이것은 솜인형은 아니고 폴리스톤과 같이 돌조각을 이용하여 만들어 놓은 테디베어 상품이다. 정신줄이 나가게 귀엽게 생겼다.



    궁에 나온 테디베어다.



    테디베어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핸드폰으로 네비게이션을 찍어 근처에 있다는 찜질방을 찾아갔다.

    정말 허술한 찜질방으로 카운터에는 사람도 없고 목욕탕에서 혼자 목욕을 하였으며 잠자는 곳에는 떨렁 10명 정도가 누워 있는

    장사가 안되는 찜질방이었다.

    찜질방에 있던 음식점도 장사가 안됐던지  문을 닫아 놓았고, 저녁을 먹지 못한 나는 주인아저씨께 이야기를 드려 밖에서 식사를

    하고 올 수 있었다.

    제주도의 떡볶이와 김밥의 맛은 역시 육지와 다르지 않다는 교훈도 얻었다...




    2박 3일 일정이라고는 하지만 시간적으로는 촉박하기만 하여 새벽에 4시 반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다시 스쿠터에 올랐다.

    정방폭포를 보러 갈 요량이었는데 도착했더니 8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었다.

    이미 해는 환하게 떴고, 입장을 기다리면 다른 일정이 다 꼬일 것 같았다.

    일단은 근처에 있는 올레길을 걸으면서 생각을 좀 해보기로 하였다.

    잘 정리된 길을 걷다 보니 작은 폭포도 보이고, 깎아지는듯한 절벽도 보였다. 

    제법 훌륭한 풍경인데 표지판도 없이 올레길의 일부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할 수 없이 시간을 기다려 개장을 한 뒤에 정방폭포를 보기로 하였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물이 바로 바다로 떨어지는 폭포라는 이야기를 1박2일에서 보았다.

    사실 이번 제주 여행에 불을 지핀 것은 1박 2일이었다.

    엉또폭포라는 곳을 소개했는데 비가 오지 않으면 볼 수 없다고 하여 가지도 않았다.

    아마 비가 왔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번 구경을 가보지 않았을까 싶다.




    천지연 폭포에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날이 제법 밝아 어디든 입장이 가능한 수준이었고, 관광객도 하나 둘씩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사진을 찍어주십사 하고 부탁도 드릴 수 있었다.

    이날 본 폭포 4곳 중에 가장 멋진 풍경이었다고 생각한다.

    천지연폭포 근처에는 오리가 많이 살고 있다.

    솜털도 다 벗지 못한 새끼 오리 한마리가 발발거리며 물가를 헤집고 다니는 모습에 한동안 넊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주상절리대를 구경하기 위해 또 다시 스쿠터를 타고 이동하였다.

    위의 사진은 제주에서 내가 본 경치중에 가장 이국적인 곳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8개의 벤치가 늘어서 있고 그 주변에 야자수가 심어져 있는 모습은 마치 하와이를 연상시켰다.

    (그렇다고 내가 하와이에 가 본 것은 아니지만...)




    주상절리 기둥 또한 파도에 조금씩 깎여 둥글둥글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곳도 있었다. 

    돌기둥이 생기는 자연의 신비에 파도로 인한 마모라는 자연의 신비가 또 얹히는 느낌이다.





    푸른 바다와 날카로운 기둥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파도가 밀려와 육각 기둥에서 산산히 부서지는 모습에서 강인한 돌의 힘을 느끼지만 긴 시간의 흐름에서 보면 결국은 파도가 이겨

    조금씩 기둥을 갉아먹고 있음을 알 수 있으리라. 

    (힘 센 놈하고 약한놈하고 싸우면 오래사는 놈이 이긴다...)




    또 다른 자연의 신비, 천제연이다.

    물이 맑아 바닥이 모두 비쳐보이고, 병풍처럼 둘러싼 바위는 마치 조각을 한 듯 하다. 

    재미난 부분은 저 바위 사이사이로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혼자 여행을 하면서 주변에 있는 분들께 사진을 많이 부탁하는 편이다.

    사진을 찍어주시는 분들마다 자신만의 작품세계가 있기 때문에 이 또한 하나의 재미가 된다.

    천제연에서 사진을 부탁드렸을 때 그 분은 한 장의 멋진 사진을 찍어주시기 위해 5번이나 다시를 외치셨고, 결국 모가지가 짤린 사진 두장과

    눈을 감은 사진 한장, 구도가 이상한 사진 두장을 더 남겨주셨다.(그래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천제연 아래에는 오작교를 모티프로 하여 만들었다는 다리가 있는데 그 거대함과 높이가 사람을 압도한다.

    연못 아래로 폭포가 있지만 사진은 생략하기로 한다.(아마 힘들어서 후달거리며 찍었더니 다 흔들린 모양이다...

    천제연 폭포 코스는 제법 험난하므로 체력에 자신 있는 사람들만 구경하도록 하자)




    카카오 열매가 이렇게 생긴것을 처음 보신분들이 꽤 되시리라.

    반을 쪼개어 아몬드 같이 생긴 씨앗을 갈아 코코아를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밀크초콜렛 맛있겠다...




    내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화이트 초콜릿이 덩어리째 있다.

    초콜릿 박물관에는 실제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과정이 유리를 통해서 보여지도록 되어 있다.

    만든 초콜릿은 판매되는데, 수제다 보니 가격이 제법 나간다.

    하지만 그 디자인을 보고 있노라면 산다고 한들 쉽게 먹을 수는 없으리라.

    시식해보라며 한 조각 초콜릿 부스러기를 주기에 낼름 먹었는데, 맛이 부드럽고 좋았다.

    글쓰면서 배고프다...

    구매를 하고 싶었지만 남은 일정이 있어서, 들고 다니면 다 녹을 것 같았다.

    택배거래 여부를 여쭤보니 홈페이지가 적힌 팜플렛을 나눠주시면서, 8월초에는 기온이 높아서 택배거래가 안된다고 하셨다.

    그 이후에는 된다고 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보셔도 좋을듯 하다.










    초콜렛 박물관을 가는 길목에 협제 해수욕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바다색이 옥빛이 나는 곳은 산호가 부서진 모래가 있는 곳이라고 들었다.

    정말 말도 나오지 않는 색이다.

    사람들은 이래서 옥에 환장을 하는가보다.






    스쿠터를 반납하기 전에 온갖 똥폼을 잡으며 사진을 찍어 보았다.








    제주시로 다시 올라와 스쿠터를 반납하고(스쿠터 대여 금액이 일당제라서 하루에 얼마씩 내는 데, 오후 7시까지만 영업을 하기 때문에

    그 전에 반납을 해야 한다. 하여 미리 반납을 해 버렸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성산행 버스에 올랐다.

    성산일출봉을 보겠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출발했는데, 도착 전에 해가 떨어질까봐 조마조마 했다.

    일출봉은 의외로 일몰 풍경도 준수하다고 하여 "제발 내가 가기 전에 해야 지지 마라"고 소원을 빌어야 했다.

    다행히 도착했을 때 해는 아직 지지 않았고, 그 장엄한 모습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성산일출봉에서 내려다본 성산의 일몰 모습이 신비롭다.







    다시 시외버스를 타고 제주시로 돌아와 용두암으로 가서 해수찜질사우나라는 곳에서 하루를 묵었다.

    다음 스케줄이 오전 7시 55분 비행기 탑승이었기 때문에 공항 근처의 찜질방을 잡은 것이었다.

    마음같아서는 몇일 더 묵고 싶었지만 인천에 돌아가 바로 가족여행으로 태안에 갈 계획이었기 때문에 일정은 타이트할 수 밖에 없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목욕을 하고 공항에 도착하여 면세점에서 양주 한병을 사 들고 인천에 귀가했다.




    팔토시는 했는데 선크림 없이 스쿠터 운전을 했더니 손등이 홀랑 탔다. 

    절묘하게 손등만 탄 점이 재미있다.

    이렇게 인천에 도착하면서 나의 짧지만 알찬 제주도 스쿠터 투어가 끝이 났다. 

    한번 가 보았으니 되었다는 여행이 아니라, 이번에 보지 못한 곳을 다음에 보겠다는 다짐이 남는 여행이었다.

    혼자하는 여행은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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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에 SONY A500과 1855 번들렌즈님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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