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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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를 여행하는 뚜벅이를 위한 안내서 - 3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9. 5. 22. 16:44
3일 차에는 이와쿠니와 미야지마에 다녀오기로 했다. 이와쿠니는 사실 히로시마현에 속하는 곳은 아니지만 히로시마를 찾는 사람들이 워낙에 많이 방문하다 보니 '히로시마 투어리스트 패스 와이드'버전으로 갈 수 있게 해 놓았다. 나는 처음부터 이와쿠니에 갈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와이드버전으로 구매해 둔 상태였다. 가장 이른 차가 여덟 시경에나 있어서 아침시간이 아깝던 차에 전날 봐두었던 포토스폿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강 중앙에 물에 거의 잠기다시피 한 나무 몇 그루가 있는데 그곳에 백로가 잔뜩 앉아있던 것을 봐두었던 것이다. 이동하는 버스에서 본 것이라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아쉬웠는데 아침에 비는 시간을 이용해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터미널이 있는 겐초마에(현청앞)까지 노면전차를 타고 이동한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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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를 여행하는 뚜벅이를 위한 안내서 - 2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9. 1. 28. 23:05
여행지에서의 나는 대단히 이른 아침을 맞는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작용한다. 우선 갑작스레 불편해진 잠자리때문에 깊은 잠에 들 수 없다는 것이 이유가 될 수 있겠다. 특히 이번 경우처럼 도미토리에 묵는 경우라면 더더욱. 조금만 더 잠을 잤을 때 뒤의 일정이 거듭 꼬여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생기는 마음의 긴장상태도 하나의 원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원인은 화장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잠시 꿈의 세계로 떠났던 정신이 기상과 함께 돌아오면 잊고 있던 감각들(예를 들면 배변의 강한 감각)이 돌아오게 마련인데, 이것은 인류 공통의 증상인지라 숙소에 있는 인원들이 공용 화장실로 한꺼번에 몰려든다. 10분의 밍기적거림은 화장실과의 만남을 1시간 늦어지게 만들 수도 있다. 아침에 샤워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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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를 여행하는 뚜벅이를 위한 안내서 - 1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8. 9. 27. 23:45
여행(旅行)에서 여(旅)는 나그네를 의미하는 한자라고 한다. 나그네의 뜻을 살펴보면 '자기 고장을 떠나 다른 곳에 잠시 머물거나 떠도는 사람'이라고 하니 여행자을 일컫는 말로 이보다 적합한 단어는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기 집을 놔두고 굳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회피, 그 동안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의 탐구, 새로운 장소에서 배우는 새로운 지식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내게도 앞서 언급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히로시마로 떠나는 길에는 '현실에서의 도피'라는 이유도 있었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물리적으로도 멀어지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때로 여행은 이렇게 잠시 힘겨움에서 멀어질 시간을 주기도 한다. 사실 여행을 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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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큐슈를 여행하는 뚜벅이를 위한 안내서 - 8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8. 5. 26. 19:59
여행 마지막날의 아침이 밝았다. 일본의 매력에 푹 빠져서 벌써 여섯번째 일본 여행을 하고 있지만 마지막날의 느낌은 항상 똑같았다. '이제 돌아가야 하는구나. 이 곳을 다시 보러 올 수 있을까?' 한국에 돌아가기 싫은 것은 아니다. 다만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해주던 이 이국적인 풍경들을 이제 추억속에서만 찾게 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다음번 여행을 할 때가 오면 나는 또 새로운 여행지를 찾을테니 이 곳에 다시 올 확률은 매우 낮다. 내가 결정하면서도 그 사실이 못내 서운한 것이다. 비행기 시간이 오후 3시반이라 1시반까지는 공항에 도착할 필요가 있어서 관광은 오전 정도만 가능할 것 같았다. 구마모토성 바로 옆에 숙소를 잡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아침에 일어나 곧바로 닿을 수 있는 관광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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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큐슈를 여행하는 뚜벅이를 위한 안내서 - 7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8. 5. 15. 22:44
어김없이 찌뿌둥한 몸 덕분에 새벽에 일어난 나는 호텔숙박의 최고 장점이라 생각하는 반신욕을 하며 일정을 정리했다. 9시 30분에 가고시마츄오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예약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는 상당히 여유로웠는데 이상하게 정신적으로는 여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 7시에 일어났는데도 2시간 30분이라는게 그리 넉넉한 시간이 아니었다. 이틀 묵는다고 이래저래 펼쳐놓은 짐들을 다시 싸야했고 널어놓은 빨래도 걷고 해야해서 그랬던 것 같다. 전날 마시다 남은 1L짜리 커피를 물 마시듯 들이키고 곧바로 츄오역으로 향했다. 이날의 여행 컨셉은 '온갖 관광열차를 이용하여 구마모토로 돌아가는 것' 이었다. 이제 길이 좀 익숙해져서 츄오역 가는 길이 눈에 보였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를 첫 날은 그렇게 빙빙 돌아서 왔다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