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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5일 제주여행기-2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2. 8. 18. 22:29
3일차 제주여행의 첫번째 일정은 일출랜드였습니다.
미천굴이 있는 곳인데, 굴만 따로 관람할 수는 없고 식물원 등 랜드의 입장권을 통째로 끊어야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사실 식물원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개장시간보다 약간 일찍 도착을 했지요.
하릴없이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아쉬워 매표소의 아저씨께 먼저 좀 들어가볼 수 없느냐고 여쭈어 보았습니다.
의외로 흔쾌히 그러라고 하시고는, 분수와 동굴 조명을 켜야 하니 식물원 관람을 천천히 하고 오면 될 것이라고 일러주셨습니다.
덕분에 먼저 혼자 호젓하게 공원을 관람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지요.<식물이 우거진 것이 마치 밀림같은 느낌도 든다. 아침에 약간의 비가 와서 더욱 촉촉한 (시간이 지나며 날이 더워지자 축축한) 느낌이다>
<정원이 촘촘하게 잘 꾸며져 있습니다>
<제주의 상징 돌하르방은 어디서든 볼 수 있다>
<미천굴 입구의 정경. 미천굴 혹은 일출랜드는 불교의 영향을 좀 받은 듯한 느낌이 있는 조형물을 많이 볼 수 있다.>
<주변에도 돌로 조각을 해 놓은 곳이 많이 있습니다. 제주에 많은 것 세가지, 돌, 바람, 여자. 나한테 없는 것 세가지, 돈, 바람끼, 여자>
일출랜드를 지나 성읍 민속마을에 도착을 했습니다.
딱히 별건 없고 실제 사용하던 제주 전통 초가집들이 남아있다는 곳인데, 가이드를 해주겠다며 오신 분의 이야기를 듣다가 자연스레 오미자차를
사게 되는 곳입니다. 오미자차 샘플을 마셔 보았는데 맛이 참 좋습니다만 이런 형태의 판매가 맞지 않으신 분들은 혼자 관람하셔도 크게 무리가
없는 곳입니다.(안내까지 받고 물건을 안사려니 너무도 송구스러웠습니다만 헝그리한 학생이 건강식까지 사긴 좀 무리가 있죠.
관절에 좋다고 말뼈를 환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것도 문화충격이었습니다.)
성읍민속마을에서 나와 김영갑갤러리를 관람하고(사진전시관이라 사진을 찍지 않았음) 제주민속촌에 도착을 했습니다.
민속촌에는 관람용 열차가 있는데 어릴적 코끼리 열차를 타보고는 처음이라 추억이 새록새록 하더군요.
민속촌 관람 후에는 신영영화박물관에 갔습니다. 영화배우이며 국회의원인 신영균씨가 만든 곳이라고 하네요.
이 세곳을 퉁쳐서 설명드리는 이유는 사실상 볼만한 것이 별로 없다는 판단에서 입니다.
입장료 대비를 떠나서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읍민속마을과 제주민속촌의 경우에는 그냥 한국민속촌에 가시는 것이 나으며,(혹은 전라도 계신 분은 낙안읍성도 좋습니다.)
신영영화박물관은 제가 일전에 소개시켜드린바 있는 남양주 종합영화촬영소에 가시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인 의견입니다.ㅠ,ㅠ)
남양주종합영화촬영소 관람은 하단 링크를 참조하세요.
http://xellojunil.tistory.com/66 - 남양주 종합영화촬영소 후기
사진을 찍는 분들은 김영갑 갤러리 한번 가보시는것을 추천합니다.
<바람에 날리지 않게 초가집에 격자모양으로 끈을 이은 모습이 제주도 전통 초가집임을 알려준다>
<성읍민속마을의 풍경입니다>
<제주민속촌에서 열차를 타면 종점이 장터입니다. 중간중간 내릴 수 있지만 장터에서 40 유독 분간 정차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지요>
<신영영화박물관의 입구에는 대종상영화제에서 수상을 한 사람들의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신영영화박물관 뒤켠에는 쥬라기공원의 티라노사우루스렉스, 벨로시랩터, 마스크, 친구, 죠스 등의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날 오후에는 먼저 건축학개론에 나온 한가인 하우스를 방문하였습니다.
영화에서 엄태웅이 한가인의 집을 리모델링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바로 그곳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동하여 쇠소깍과 외돌개를 보았습니다.
쇠소깍은 개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인데 지금은 수상보트와 카누를 탈 수 있게 관광지화 되어 있습니다.
이곳에 있는 가게중에 감귤쥬스를 얼려서 파는 곳이 있는데, 맛있습니다. 먹을만한 가치가 있어요.
외돌개는 촛대바위같은 곳으로 자연의 풍화작용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곳입니다. (이곳에 도착했을 때 중국인 관광객이 폭주하여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였습니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야 되는데 중국말로 말씀하실까봐 부탁하기가 망설여지더라는...)
두곳 다 풍경이 좋습니다.
<쇠소깍에서 연인들이 투명 카누를 타는 모습... 1인용도 준비해달라 이거임!!! 됐다 치사해서 안타~>
<외돌개에 오롯이 선 바위의 모습>
세번째 숙소는 건강나라찜질방이었습니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 방문입니다.
굉장히 허름하고 서비스되는 것도 없는 찜질방입니다만(식혜 등을 파는 매점이 아예 없음) 좋은 점이 있습니다.
나가서 밥을 먹고 오거나 해도 된다는 것이죠.
작년에도 그 편안함이 좋았기 때문에 이번에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주변에는 밥집이 많고 5일장도 있어 눈요기가 됩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제주지방 기상청은 계속 비가 온다며 저를 겁주다가 4일째에 되서는 오후나 되어야 비가 온다고 하여 저를 안심시키고는
아침부터 비로 샤워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신뢰도가 15 하락하였습니다.)
제주지방 기상청의 말을 제가 또 믿으면 장을 지집니다. (어딜 지진다곤 안함... 머리카락, 발톱 등일수도 있음)
비가왔다면 엉또폭포에 가봐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1박2일에서 소개한 바 있는 엉또폭포는 70ml 이상의 강수량이 있을때만 나타나는 폭포입니다.
최고의 폭포라고 찬사받은 바 있는 곳이라 오던길을 약간 거슬러 올라가 구경해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날의 강수량은 70ml에 택도없이 미치지 못했는지 폭포의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엉또폭포 가볼만 합니다.
폭포가 없어도 그 바위절벽이 주는 장엄함이란 글로 전달해드리기 힘든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안개가 껴서 더욱 신비스런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안개에 휩싸인 엉또폭포의 전경. 다음에 비가 오면 꼭 보고 싶은 곳입니다>
<엉? 또 다리?>
엉또폭포를 구경하고 다음 행선지는 마라도였습니다.
제주의 모든 것을 보고 두번 다시 안와도 괜찮을 기세! 가 이번 여행의 모토였습니다.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에 가기 위해서는 모슬포항으로 가야 합니다. (다른 방면도 있긴 하지만 배편의 시간간격이 넓다고 합니다.)
모슬포항에서 출발하여 마라도에 도착하니 온통 해물짜장 집이었습니다.
무한도전의 위력도 크고 아무튼 짜장면만 먹고 사는 동네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다만 대한민국 최남단이라는 의미가 갖는 뭉클함이 있고, 등대가 있는 곳 주변이 잘 꾸며져 있으며, 화산섬이 가지는 절벽의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에 충분히 가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짜장면은 못먹어봤습니다. 다만 우도에서 전복짜장이 맛있다고 해서 먹어봤는데 괜찮더라는 말을 남겨봅니다.)
<모슬포항을 출발하며>
<마라도에 도착해서>
<대한민국 최남단에서. 20대 마지막 여행을 기념하며!>
<마라도 해안절벽의 모습>
<마라도행 정기여객선 삼영호. 파도가 제법 있었는지 스릴있는 운항을 할 수 있었다>
마지막 코스로 협재굴에 가기로 하였습니다.
갤탭에 설치된 아이나비를 통해 협재굴을 검색하고 달리는데, 아무것도 없는 산 중턱에서 목적지에 도착했다며 안내가 종료되는
무서운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아스팔트 도로 아래 굴이 있다는 것도 아니고 상당히 당황스러움)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협재굴은 한림공원이라는 식물원에 있더군요.
협재굴, 쌍룡굴, 황금굴 세개가 다 이공원에 있어 또 울며 겨자먹기로 한림공원 표를 끊어야 했습니다. (식물은 많이 봤는데...)
전날 미천굴에서 카메라에 습기가 찬 모습을 목격하고 놀라서 이번에는 굴에서는 사진을 찍지 않기로 했기에 사진이 없습니다.
다만 돈을 낸 것이 아까워 굴만 보고 가지 못하고 식물원도 구경하는데 나름 괜찮은 식물들이 좀 있기에 찍어왔습니다.
발만 물에 퉁퉁 불어있지 않았다면 더 오래 관람했을텐데 아쉽습니다.
<비를 촉촉히 머금은 꽃망울>
<물허벅에서 물이 솟구치고 있다>
<카메라만 방수가 된다면 비가 오는 풍경도 찍기 좋은 소재가 많이 있다. 근데 내껀 방수가 안되잖아. 나는 안될꺼야 아마...>
<꽃의 색이 독특하다. 아니 모양도 독특하다>
4일차 여행을 끝내고 스쿠터를 반납했습니다.
짐칸도 없고, 기름 잔량도 나오지 않아 애먹인 녀석인데 헤어지는데 약간은 섭섭했습니다.
5일째 한라산을 타기로 생각했기 때문에 등산로에 갈 수 있는 버스를 쉽게 탈 수 있는 시외버스터미널 옆의 예하게스트하우스에 방을 잡았습니다.
원래는 숨게스트하우스라는 곳에 가려 했는데 방이 없어 예하에 가게 되었지만 차선의 선택 치고는 매우 만족스러웠지요.
게스트하우스 이용이 처음이었는데 외국인과 같은 방을 쓰는 것도 그렇고 모든 것이 새로움의 연속이었습니다.
방에서 발을 말리며 쉬고 있는데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 외국인이 들어왔습니다.
훌륭한 김치발음의 나이스투미츄를 외치는데 대답이 "안녕하세요?" 였습니다.
모자를 벗고 나서 그의 모습을 보니 한국인이었습니다-_-.
얼굴이 탄데다 검은 모자까지 눌러쓰고 있어 영락없는 외국인으로 알았던 것이지요.
엄청난 실례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지만 해결할 방법은 없었습니다.
나중에 이야기를 나눠보니 인천에 사시는 분인데다가 수의학을 배우신 분으로 학덕이 높고 성격이 좋은 분이셨습니다.
저보다는 한살 많으셨는데 여자친구분과 함께 여행중이라고 하셨구요. (나도 다음에는 여자친구랑 여행와야겠다. 아 나는 여자친구가 없지?!)
게스트하우스에서는 7시 30분부터 9시 사이에 맥주(혹은 음료)를 서비스로 제공하여 이용자간의 만남을 주선하는 듯 했습니다.
제가 묵은 방은 4인실이었는데 앞서 말한 분 다음에 부르나이공화국에서 두분이 오셔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구요.
제 영어가 형편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기도 했지요.
로비에서는 외국인들이 부르마불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푹 쉬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주섬주섬 준비를 하고 6시에 출발하는 성판악행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제주기상청에서 말한 오늘의 날씨는 구름많음.
이때 알아채렸어야 했는데...
출발하는 시점에는 파란 하늘도 듬성듬성 보이고 날씨가 괜찮았습니다.
조금 올라가니 안개비가 내렸구요.
그리고 백록담을 100m남겨놓은 시점에 비바람이 내 온몸을 강타했습니다.(세탁기에 들어간 느낌) (하락할 신뢰도가 남지 않았습니다)
반팔에 반바지, 싸구려 우비를 입고, 비닐봉지에 쵸코바두개와 물 두병, 그리고 음악을 들으려(감히 음악을 들으려!!) 준비해간 갤럭시탭.
이 무례한 등산자에게 한라산은 천벌을 내리기 시작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빗방울이 바람에 날려 뺨따구를 때릴 때 비비총을 코앞에서 맞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말 억울한 것은 막상 올라갔는데도 백록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8월 15일을 맞아 올라온 일련의 청년들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것은 보았습니다.
온몸이 흠뻑젖어 내려온 시각은 3시 30분. 꼬박 9시간의 산행을 하고 온몸이 녹초가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다리가 욱신거림.)<Hell gate의 입구는 생각보다 평안하다>
<사진으로 바람을 전달할 수 없음이 너무도 안타깝다. 한라산에서 찍은 사진이 열장이 채 못되는데 비가 계속와서 꺼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려오는 길은 다시 맑았다 비왔다를 반복했다. 숲에 갇혀 이끼로 가득찬 나무처럼 변할까 무서웠다.>
<한라산의 날씨가 변화 무쌍하다>
마지막 날의 판타스틱한 한라산 등정을 마치고 등정 인증서를 받았습니다.(정상 인증샷과 함께 천원을 내면 줌...
5000원을 내면 이름이 새겨진 메달도 줌-_-;;
천원짜리 종이쪼가리가 뭐라고 하시겠지만, 백록담도 못봤는데 아무도 안알아주면 억울할 것 같았어요.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내려와 맡겨놓은 짐을 찾고 공항으로 직행했습니다.
신발은 다 젖고 헤져 쓸 수 없었기에 다이소에서 삼천원짜리 쪼리를 사서 신고 신발은 버렸구요.
한라산을 탈 때는 날씨가 맑은지 확인하고... 최소한 신발을 바닥 두툼한 것으로 신어야 합니다. (명심할것)
공항에서 3시간동안 시체처럼 잠들었다가 집으로 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드디어 집에가는 비행기>
<한라산에서 꿈에도 그리던 바로 그 서울 전경>
괴테는 말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할 수가 없고, 할 수 있는 일은 하고싶지 않다. "
여행이란 할 수 있을 때는 하고싶지 않고, 하고싶을 때는 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이 두 가지 우연이 마주쳤을 때 비로소 여행은 성사되지요.
그런 여행을 했습니다.
혼자서 하는 여행(커플을 보면 괜히 걸어가며 갈라놓고 싶은 심술궂은 마음을 만들기도 하지만) 나를 성숙케 하는 여행이라 믿습니다.
내가 결정하고, 내가 판단하고,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는 자유로움이 있는 것이죠..
제게 여행은 그런 자유입니다.
혼자하는 여행, 그 자유로움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