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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박9일 북큐슈 여행기 - 1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6. 6. 17. 23:05
2016년 4월 초에 저는 갑작스러운 계시를 받게 됩니다.
(이러다 신내림까지 받을기세...)
"한동안 여행을 간 적이 없으니 떠나도록 하여라..."
무언가에 홀린듯, 저는 비행기 티켓을 찾아 인터넷 세계를 헤메이게 되었죠.
그리고 후쿠오카공항 취항기념 이벤트로 특가 항공권을 판매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나라 일본이지만 12만6천원에 큐슈를 왕복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달콤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냅다 질렀습니다.
8박9일간의 큐슈 여행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티케팅 3일 뒤, 큐슈 구마모토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여 49명의 사상자와 11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게 됩니다.(스미마셍...)
사실 저는 예전에 2011년에도 도쿄여행을 계획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여 여행계획을 전면 중단한 흑역사도 있었죠.
지진지진열매라도 먹었는지 왜 이렇게 여행이 험난한 여정이 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습니다.
그래도 6월이나 되어야 출발하는 일정이기에 4월의 지진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들 항공권을 취소하고 여행지를 변경하는 상황에서 저는 꿋꿋하게 항공권을 끌어안고 버텼습니다.
그리고 5월 10일이 되자 항공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지진으로 인한 승객 감소로 취항이 연기되었다며 제 소중한 항공권은 강제취소되기에 이릅니다. (마이 프레셔스!!!)
여행 일정이 한 달 남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항공권 취소에 저는 적잖이 당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후쿠오카에 취항한 다른 항공사들을 털어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티웨이에서 같은 일정으로 항공권을 예매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가격은 되려 더 저렴한 왕복비용 9만8천원.
이런걸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뒤에 무언가 더 기다리고 있는 새옹지마라고 해야 할까요.
티케팅을 완료하고 친구를 꼬시기 시작합니다.
작년에 오사카에 같이 다녀온 골송이라는 친구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겠군요.)
여행을 떠날 때 누군가와 함께 한다면 두 가지를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덜 외로울 수 있다. 그러나 더 짜증날 수 있다. - 제네시스, 2016'
아무래도 같이 다니면 밥을 먹거나 숙소를 잡는 부분에서 더 편한 점이 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미끼를 던져봤던 것이죠.
(나는 그냥 미끼를 던진 것이여... 그놈은 그 미끼를 확 물어분 것이고... 뭐가 딸려올지는 나도 몰랐었지...)
의외로 쉽게 여행을 결정한 골송 덕분에 8박9일중 초반 3일을 함께하는 일정으로 계획을 잡게 됩니다.
각종 패스와 유심카드 등을 구입하고 짐을 싸고 숙소를 정하는 사전작업을 거친 후에 드디어 6월 7일 대망의 출국일 아침이 밝아옵니다.
인천을 떠나 후쿠오카를 훑고올까 합니다.
<티웨이 타고 FUK공항으로>
후쿠오카공항에서 만난 후쿠오카의 풍경은 상쾌했습니다.
여행에는 날씨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푸른 하늘이 반겨주고 있으니 반쯤 먹고 들어가는 셈이죠.
날씨가 좋으면 사진은 잘 나오고 사람은 죽어나긴 합니다.
근데 어차피 비가 와도 사람이 죽어나긴 마찬가지이므로 날씨가 좋은 편이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됩니다.
전반적으로 이번 여행은 날씨가 잘 받쳐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카타역 전경>
후쿠오카공항의 국제선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선방향의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지하철을 타고 하카타역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의 안내방송에서 한중일 각국의 언어로 방송을 하는데 어색한 한국어가 대번에 들려옵니다.
"오늘'은' 저희 버스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감사하지만 내일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같이 들렸다고 하면 좀 과장일까요.
후쿠오카시에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꼽아보면 텐진역과 하카타역을 들 수 있겠습니다.
하카타역에는 AMU플라자와 한큐백화점, KITTE 등의 쇼핑몰이 모여있고, 바로 옆에는 하카타 버스 터미널이, 뒤로는 요도바시 카메라 건물이 있습니다.
저는 쇼핑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냥 지나가는 곳이었지만,
그래도 빵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하카타역 1층의 il FORNO del MIGNON(일 포노 델 미뇽)에서 크로와상 한번 드셔보시면 좋겠네요.
저는 천상의 맛을 외치며 폭풍흡입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첫 날은 못먹고 나중에 유후인에 가던 날 사먹었는데 첫날 안먹은걸 두고두고 후회했습니다. 미리 알았다면 몇번 더 사먹었을텐데...)
쇼핑에 관심이 없다고 말씀드렸지만, 사실 장난감을 좋아해서 요도바시 카메라에 두번 드나들었었네요.
이번 큐슈여행에서는 JR북큐슈 레일패스 5일권을 이용할 계획이었습니다.
미리 한국에서 주문한 레일패스 교환증을 하카타역의 미도리노마도구치(녹색창구)에 제시하고 표를 받았습니다.
JR북큐슈 레일패스 5일권은 총 16회의 지정석 예약이 가능했기 때문에 4일차부터 8일차까지의 여행 일정에 맞는 지정석을 미리 받아 두었습니다.
앞으로는 예매한 기차표가 제 이동 시간표가 되겠네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날새벽에 일어나 아침 이동 위주로 일정을 짜 두었기 때문에 잠을 일찍일찍 자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일본은 상점가가 문을 일찍 닫으므로 강제 조기취침하는 부분도 고려했습니다.
하카타역에 도착했을 때 약 1시정도 된 시간이었는데, 숙소였던 곳의 체크인이 3시부터였기 때문에 천천히 점심이나 먹고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숙소로 가는 길에 먹거리가 많은 캐널시티가 있었기 때문에 캐리어를 굴리며 캐널시티로 어슬렁어슬렁 이동했죠.
<캐널시티 분수대>
예전부터 제가 일본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이미지 중 하나가 바로 '물 관리를 잘 하는 나라'라는 것입니다.
그냥 흘려보낼 수도 있는 물이지만 수로를 잘 정비하여 정갈한 풍경으로 바꿔놓곤 하는 것 같습니다.
하카타에 흐르는 나카강의 한 흐름을 건물 사이로 끌어와 운하를 만든 곳이 캐널시티(운하도시)입니다.
덕분에 인공 투성이의 건물 사이에 물길이 흐르고 분수가 솟구치는 재미난 풍경이 연출됩니다.
인공과 자연의 적절한 조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캐널시티 라멘스타디움>
저와 골송은 이곳에 라멘스타디움이라는 곳이 있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바 있습니다.
캐널시티 5층에 자리잡은 라멘스타디움에는 전국의 유명 라멘집 8곳이 영업중입니다.
정말 무서운 부분은 2~3개월마다 투표 등의 방법을 통해 인기가 없는 점포가 퇴출되고 새로운 점포가 다시 들어올 수 있는 무한경쟁 시스템이라는 점입니다.
라멘 스타디움이 아니라 라멘 콜로세움이라고 해도 되겠군요.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라면을 맛볼 수 있는 라멘 골라먹움 입니다. (라임!!!)
<캐널시티 라멘스타디움>
어차피 전국에서 몰려든 유명 라멘집들이므로 명성을 따라가기 보다는 입구의 대표 라멘 사진을 보고 삘이 오는 라멘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히데챤 이라는 곳의 돈코츠 라멘이 맛있어보였으므로 더 고민하지 않고 바로 들어갔죠.
입구에서 자동판매기를 이용하여 쿠폰을 구매해야 하는데, 한국어 안내가 가능하므로 큰 문제 없이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고추기름이 살짝 올라간 얼큰한 라면 한 그릇에 일본에 온 실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큐슈에서의 첫 식사를 제법 만족스럽게 한 저는(동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 같지만) 숙소를 향해 쭉쭉 나아갔습니다.
2014년 생애 첫 해외여행으로 일본 동경에 발을 디뎠을 때는 현지 유심도 없고 로밍도 하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구글지도도 없어서 길을 헤메고 이사람 저사람 붙잡아가며 물어보던 여행 초짜의 좌충우돌 막가파식 여행이었죠.
덕분에 아리따운 처자도 만나보고(도쿄편 1일차 참조) 예상치 못한 숨은 명소를 찾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부터는 현지 유심을 구입해서 구글 지도를 써서 길을 찾았습니다.
원하는 곳에 거의 틀림없이 도착하곤 했죠.
모르는 곳에서 느끼던 당혹감과 원하던 장소를 찾았을 때의 급격한 행복함은 이제 느낄 수 없게 되었네요.
기술의 발달로 더 편한 여행이 되었지만 여행지의 신비로움은 덜하다는 생각이 조금 듭니다.
아니면 그냥 옛 추억을 미화하는 아저씨가 되어가는건지도 모르겠네요.
<캐널시티 풍경>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시간이 2시 30분이 막 지나던 참이었습니다.
아직 3시가 되려면 시간이 좀 남았기 때문에 숙소에는 우선 캐리어만 맡겨두고 뒤켠의 하천으로 나와 커피 한 잔을 홀짝이며 경치를 구경했습니다.
어딘가에선 일을 하는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겠지만, 이 작은 하천의 주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전쟁같이 치열하던 서울에서의 삶을 잠시 뒤로 한 채 한 명의 여행객이 되어 하천변을 걸으며 느끼는 한가로움이 너무 좋았습니다.
눈이 닿는 곳에 물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달까요?
<숙소 주변 하천풍경>
3시가 넘어 다시 들어간 숙소에서 미리 예약해둔 2인실 방을 배정받고 짐을 정리하고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자니 4시 정도가 되었습니다.
원래 숙소 주변의 가까운 볼거리인 구시다신사, 후쿠오카성터, 하카타 포트타워 정도를 구경하는 것이 이날의 일정이었습니다.
근데 여행을 떠나기 직전 여행동호회에 올라온 후쿠오카의 남장원(난조인)이라는 곳의 사진이 제 시선을 붙들었습니다.
거대한 대불상이 누워있다는 그 곳에 가보고 싶었죠.
동행인에게 또 미끼를 던지니 덥석 물어제꼈습니다. (뭣이 중헌지도 모르고)
가는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네이버에 '난조인'을 입력했더니 연관검색어에 '그럼 난 조인성'이 뜨는 웃기는 경험도 했습니다.
(그래 니가 원빈이면 난 조인성이다...)
난조인을 가기 위해서는 하카타역에서 JR을 타고 기도난조인마에 역으로 가야 합니다.(편도 370엔)
질질 끌고다니던 캐리어 없이 배낭만 들고 기차를 타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이 좋았습니다.
<기도난조인마에 역 풍경>
인터넷에서 조사를 해봤을 때 나왔던 많은 정보와 달리 의외로 난조인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갔을때는 저희 말고는 한 사람도 역에서 내리지 않을 정도더군요.
난조인을 도는 내내 만난 사람이 열 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심지어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곳을 찾아낼 때의 짜릿함은 여행의 묘미입니다.
<기도난조인마에 역 간판>
난조인은 원래 간사이 지역의 고야산에 있던 절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1886년 반 불교세력의 파괴 협박이 지속되었고, 1899년 스님이었던 하야시 사토슌의 노력으로 지금의 사사구리 지역에 이전되었습니다.
일본 순례길 중 하나인 오헨로 순례길 88사찰의 주요 거점이며 연간 백만명의 방문객이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이 난조인은 두 가지로 유명한데, 하나는 41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부처 열반상이 있다는 것, 그리고 복권에 당첨되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역사 앞 카리스마 고양이>
역에서 나가는 곳에도 사람이 없다는 점이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심지어 하카타에서 구입한 티켓은 내고 나가야 할 것 같은데, 티켓을 받는 설비조차 없었습니다.
역에 직원이 있기는 한지 궁금했지만, 그것을 물어볼 사람조차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자네가 어련히 알아서 제 금액을 내고 오지 않았겠는가?'하는 시골의 여유가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역 앞에 할머니 한 분을 제외하고는 고양이들밖에 없어서 처음에는 길을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할 정도였죠.
할머니께 '티켓을 안내고 나와도 괜찮냐'고 여쭤보았는데 제 어설픈 일본어에 발목을 잡혀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는 불상사도 있었습니다.
결국 그곳을 지나가던 젊은 사람 두분이 구글 번역기까지 꺼내가며 도와주신 덕분에 이야기를 잘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돌아갈 때 티켓을 사지 않고 열차를 탈까봐 걱정이 된 할머니께서 그 정보를 말해주려고 노력하신 것이었습니다.
외지인이 당황하지 않게 끝까지 챙겨주시려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말이 안통해도 표정으로 마음은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기도난조인마에 역 전경>
간이역이라고는 해도 역사의 모습도 정갈했고, 주변의 풍경도 좋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가장 좋았던 점은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찰의 분위기는 관광객이 없을 때 진가가 발휘된다는 점을 예전에 새벽 불국사에서 느낀적이 있거든요.
아무도 없는 석굴암으로 가는 길에서 빗자루질을 하며 나아가시는 스님의 뒤를 따르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습니다.
이번 난조인에서는 스님은 만나지 못했지만(이건 이거 나름대로 신기함) 아무도 보이지 않는 절을 둘러보며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난조인 가는 길의 실로폰 다리>
역 앞에는 난조인 방향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하나 있었는데, 난간이 실로폰으로 되어있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출발점에 악보도 그려져 있었구요.
손톱으로 튕겨보니 청아한 소리가 났습니다.(동전으로도 때려보고 손톱으로도 때려봤는데 후자가 더 소리가 좋았습니다.)
악보에 맞추어 더듬더듬 노래도 불러보았는데, 역시 무슨 노래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일본 동요가 아니었나 싶네요.
자칫 그냥 다리라 생각하고 지나갈 수 있었는데 이런 재미난 장치를 해 두어 여행에 맛을 더해주는 점이 참 대단합니다.
<난조인 가는 길>
난조인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바로 도로 상황이었습니다.
건너가는 길에 신호등이 없는데, 도로가 산업도로인지 커다란 덤프트럭들이 쌩쌩 달리더군요.
인도도 넓지 않아서 지나다니는 차를 피해 조심조심 걸어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관광객이 적은지도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조용한 사찰 구경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니,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다 있는 법인가 봅니다.
<난조인 가는 길의 부엉이상>
<난조인 가는 길의 마네키네코>
일본은 옛날부터 고양이를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난조인으로 들어가다 길목에서 커다란 마네키네코를 만났습니다.
쭈그려 앉아 한 손을 들고 있는 고양이상을 마네키네코라고 하는데, 왼손을 들고 있으면 손님을 부르고 오른손을 들고 있으면 돈을 부른다고 합니다.
(둘다 든 고양이도 간혹 있는데 욕심이 화를 부르기도 한다고...)
위의 고양이는 오른손을 들고 있으니 돈을 불러오겠군요.
앞에 놓인 판떼기는 '천만냥'이라고 쓰인 일본 금화를 본뜬 것입니다.
저도 어디서 천만냥이 떨어졌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또 여행을 떠날텐데 말이죠.
<난조인 내부 작은 폭포>
<난조인 부동명왕>
<열반상 가는 터널>
난조인 대열반상에 가기 위해서는 절 옆으로 길게 뻗은 터널을 지나 산책로를 조금 걸으면 됩니다.
여름인데다 사람이 많이 안지나다녀서 그런지 벌레가 좀 많은 것을 빼고는 신기한 기분이었습니다.
인간이 들끓는(?!) 사바세계에서 천상계로 넘어가는 느낌을 주려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터널의 벽에는 기부자의 이름을 새긴 동자승들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고, 중간에는 작은 사당도 하나 있었습니다.
<터널 속의 동자승>
5분정도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가니 거대한 부처님의 머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이 거대한 청동와불상은 길이가 41m, 무게는 300톤에 이른다고 합니다.
자유의 여신상의 크기가 46m이므로 이 불상의 크기가 얼마나 거대한지 짐작할 만 합니다.
남장원에서 미얀마에 의료지원을 한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보답으로 아난타, 목련불, 그리고 부처님 진신사리를 증정받았습니다.
이를 안치하기 위해 세워진 이 와불상은 1995년에 완공되었다고 하니 생각보다 역사가 오래된 작품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당시 와불 낙성식과 불사리 안치를 위해 전세계에서 1300여명의 고승이 모여 공양을 올렸다고 하니 정말 대단했을 것 같습니다.
<난조인 대불상 열반상>
재미있는 부분은 바로 이 남장원의 주지스님이 와불상을 봉안한 날 복권을 사고 부처님 발바닥을 쓰다듬었는데, 그 복권이 1등에 당첨되었다는 점입니다.
(일단 주지스님이 복권을 사는 것 자체가 제 입장에선 신기하군요...)
그 이후로 부처님 발바닥에 복권 당첨을 빌기 위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고 합니다.
저도 한국에서 스브적 로또 2장을 사다 발바닥에 문질문질 해보았지만 효험이 없더군요.
정성이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아니면 한국복권은 취급을 안해주시는지도 모르겠군요.
<난조인 대불 열반상>
<기도난조인마에 역 풍경>
난조인에서의 독특한 경험을 뒤로 하고 다시 하카타로 돌아왔습니다.
처음에는 하카타역에서 숙소가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몇번 다녀보니 그리 가깝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다시금 느끼는 인간의 간사함)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이날의 마지막 일정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밤에 보아도 좋을 풍경이라면 역시 타워죠.
후쿠오카 타워는 내일 가기로 했으므로 이날은 숙소에서 가까운(가깝다고 생각했던) 하카타 포트 타워에 가기로 했습니다.
강에서 시작해 바다까지 걸어가는 길이 생각보다 가깝지 않더군요.
구글지도의 축적을 너무 우습게 본 모양이었습니다.
그래도 밤이라서 걷는동안 찌는 듯한 더위는 없었습니다만, 바닷가 특유의 찐덕찐덕하고 습한 공기가 괴로웠습니다.
중간중간에 바다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냥 주저앉아서 낚시나 하고 싶다는 생각이 피어오를 즈음 붉은 빛의 타워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카타 포트 타워>
하카타 포트타워는 높은 타워는 아니지만 하카타항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제법 괜찮은 곳입니다.
저에겐 처음 만나는 후쿠오카의 야경이었기에 기대가 상당히 컸습니다.
아쉽게도 1층의 전시장은 문을 닫은 상태였기 때문에 바로 타워로 올라가기로 하였습니다.
하카타 포트타워의 최고 장점은 역시 '무료'라는 점입니다.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고 하지 않습니까?
가기가 좀 힘들어서 그렇지, 가서는 그런 기분을 모두 잊고 후쿠오카의 야경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유리에 철망이 있어서 사진에 자꾸 걸리는 것은 많이 아쉬웠지만요.)
<하카타 포트타워 아경>
<하카타 포트타워 아경>
집으로 돌아갈때까지 걸어서 가기엔 너무 지쳐있었기 때문에 약간의 기다림을 통해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하였습니다.
첫 날의 일정은 빡빡하지 않게 해서 후쿠오카에 적응하는데 의의를 두었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기로 했죠.
샤워를 하고 맥주 한 캔을 홀짝이고 있자니 몸이 노곤노곤해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후쿠오카의 1일차는 한 마디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겠네요.
"이제는 익숙한 일본과,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저질체력."
1일차 밤이 저뭅니다.
정보편
큐슈지역을 구경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차량 렌트입니다.
다만 고속도로 사용료가 상당히 세고 우핸들의 부담이 있습니다만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도전해볼만 합니다.
두번째는 산큐패스입니다.
SunQ패스는 큐슈의 시내버스와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패스입니다.
주요 도시 터미널에 도착한 뒤, 해당 도시의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목적지에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편리한 패스입니다.
전큐슈 3일권은 1만엔, 4일권은 1만4천엔이며 북부큐슈 3일권은 한국 구매시 6천엔, 일본 현지구입시 8천엔입니다.
(모든 패스는 환율을 고려해봐야 하겠지만 대부분 한국에서 최저가로 구매하는 것이 이익입니다.)
세번째는 JR레일패스입니다.
큐슈에 있는 JR노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패스로 북큐슈3일권은 8천5백엔, 5일권은 1만엔, 전큐슈3일권은 1만5천엔, 5일권은 1만8천엔입니다.
저는 북큐슈5일권을 이용하여 여행을 다녔는데, 일정 중 하루를 커버하지 못해 나가사키행 표를 직접 구매한 적이 있습니다.
하카타-나가사키 티켓이 4천5백엔이니 위의 1만엔 패스가 얼마나 유용하고 저렴한 패스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사용한 패스이므로 이후 북큐슈JR레일패스 기준으로 설명을 드릴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큐슈는 크게 북큐슈와 남큐슈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한 여행지들은 대부분 북큐슈에 있고(후쿠오카, 유후인, 벳부, 구마모토, 나가사키, 사가, 오이타, 기타큐슈 등)
남큐슈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들이 있습니다.(가고시마, 미야자키 등, 구마모토가 중복됨)
JR에서 큐슈여행의 편의를 위해 발행하는 패스권도 구분이 명확하게 되어있어 북큐슈레일패스와 전큐슈레일패스로 나누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증정용으로 제작된 남큐슈레일패스도 있기는 합니다.)
짧은 기간 대중교통을 이용한 큐슈여행이라면 북큐슈레일패스를 추천드립니다.
레일패스를 이용할 수 있는 큐슈JR 시간표를 올려드리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016.3.26_2017.2.28.pdf
일본의 JR열차는 지정석과 자유석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지정석은 차량번호와 자리가 정확하게 지정된 사람들만 쓸 수 있습니다. (자유석 구매자들이 앉을 수 없습니다.)
자유석은 우리나라의 입석과 같은 개념으로, 자유석 차량의 남는 자리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JR큐슈레일패스는 개찰구에서 직원에게 패스를 제시하여 통과 후 자유석이 있는 모든 열차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정석 지정을 16번 할 수 있습니다.(북큐슈5일권의 경우 16번, 3일권의 경우 10번)
여행계획을 세우고 처음 패스를 받을 때(미도리노마도구치에서 진행) 지정석 시간표를 적어 내면 한꺼번에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여행이란 것이 언제나 계획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므로, 다른 미도리노마도구치가 있는 곳에서 미리 지정한 지정석을 취소하고 새로운 지정석을
예약할 수도 있습니다.(기존의 표를 취소하고 새로 지정하는 과정에서는 지정 횟수가 카운트되지 않습니다.)
여행지에서 생각보다 볼 것이 없어서 빨리 이동하고 싶거나, 아니면 볼 것이 많아서 시간을 미루고 싶거나 하다면 언제든지 지정석 시간 변경이 가능한 셈입니다.
후쿠오카 시내에서는 레일패스를 이용할 일이 없으므로 후쿠오카를 떠나는 날짜로 시작일을 지정하시면 유리합니다.
후쿠오카 시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패스로는 그린패스, 다자이후그린패스, 투어리스트 시티패스, 후쿠오카 도심1일승차권 등이 있고 복합형태로
후쿠오카 체험티켓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버스패스에 대해서는 2일차에 좀 더 상세히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에서 스마트폰 데이터를 사용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국내 통신사에서 로밍 서비스를 신청해 가는 것입니다.
국제전화를 비롯한 통화도 가능하고, 별다른 설정 없이 스마트폰만 잘 간수하면 된다는 점에서 편리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많이 비싸죠.
특히 해외에서 로밍 요금 폭탄을 맞았다는 소식이 종종 전해지는 것을 보면 감히 손이 안가는 옵션입니다.
두번째로는 포켓와이파이가 있습니다.
일본 통신사에서 판매하는 핫스팟 단말기를 대여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하루에 5000원 정도의 금액으로 사용할 수 있어 단기 여행자, 혹은 단체 여행자들에게 좋습니다.
하지만 단말기를 따로 들고다녀야 하고, 스마트폰과 와이파이 단말기 각각의 충전을 신경써야 하는 등의 귀차니즘이 있습니다.
또한 여행지에서 작동을 안하는 경우 교환도 받을 수 없어 속수무책이 되는 경우가 종종 보고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지유심을 구매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데이터양이 많고 가격이 비싼 옵션만 있었는데, 최근에는 단기 여행자를 위해 저렴한 상품도 있습니다.
제가 사용한 유심은 8일간 2기가 LTE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국내에서 1만4천원 정도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만 잘 관리하면 되기 때문에 사용은 편리하지만 초기 세팅 등이 복잡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익숙하신 분들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