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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박9일 북큐슈 여행기 - 4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6. 7. 5. 22:31
북큐슈 여행 4일차입니다.
3일차 일정을 마무리 하며 자다가 마실 물이나 한통 떠놓을까 해서 라운지로 내려갔습니다.
전날 옆 침대에서 우리를 맞이했던 친구가 마침 라운지에 있더군요.
이런 게스트하우스에서 재미난 점은 세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일본이라는 공통된 취향으로 모이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독일출신의 그 친구는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나가사키에 도착한지 약 세달쯤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구마모토 지진 당시에 큐슈에 있었냐고 물어봤더니 당시 겪었던 지진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그 외에도 애니메이션 이야기도 하고, 독일의 볼거리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고등학교때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했던 것을 십분 살려서 일본어, 독일어, 영어를 적절히 섞어가며 재미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엔 이메일과 블로그주소를 주고 받은 뒤 나중을 기약하며 하루 일정을 끝마쳤습니다.
덕분에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던 저는 피로를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기상시간에 맞춰둔 알람을 한 시간씩 두번이나 미루고서야 물먹은 솜같은 몸을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친구인 골송은 아침에 먼저 체크아웃을 하고 떠난 상황이었고, 저도 슬슬 일어나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4일차의 목적지는 나가사키현에 위치한 하우스텐보스라는 놀이공원입니다.
5박6일의 일정으로 북큐슈를 돌아보려 했던 친구 골송에겐 놀이공원을 보기위해 하루를 쓰는 것이 좀 아쉽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8박 9일의 일정을 보낸 저에겐 하우스텐보스라는 테마파크는 한번 가볼만한 곳이라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4일차에 친구는 유후인으로, 저는 하우스텐보스로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하우스텐보스의 개장시간에 맞춰 일어나려 했던 것이지만 기왕 느긋하게 일어난 김에 여유를 부리며 호스텔을 나왔습니다.
나가사키역에서 하우스텐보스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시사이드라이너(Seaside liner)라는 열차를 탑승해야 합니다.
제가 북큐슈 여행을 하면서 탔던 대부분의 열차가 JR패스로 지정석 이용이 가능했던 것에 반해 시사이드라이너는 지정석이 없었습니다.
미리 예약해둔 표가 없었기 때문에 숙소에서 여유를 더 부릴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열차에서 가볍게 먹을 아침식사를 위해 편의점에서 샌드위치와 우유를 사들고 설렁설렁 나가사키역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역무원에게 하우스텐보스행 열차의 시간을 물어보았습니다.
하우스텐보스행 열차가 1시간 뒤에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저는 순식간에 1시간이 붕 뜨는 대참사를 맞게 됩니다.
그러나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 했던가요. (잉여로움은 새로운 관광지 물색의 어머니...)
구글지도로 나가사키 역 주변에 샌드위치를 먹을만한 공원을 찾던 저는 근처에 일본 26성인 순교지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 26성인 순교지>
일본의 종교는 크게 보아 불교, 신도, 기독교, 신흥종교로 나눌 수 있습니다.
부처님을 모시는 불교와 다신교로 되어있는 신도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요.
기독교는 일본 전체 인구의 1%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천황이라는 단일 우상이 존재하는 시스템 하에서 유일신이라는 개념이 사람들에게 이해되지도 않을 뿐더러 용납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때는 70만에 육박하던 기독교인들도 시간이 흐를수록 거듭되기만 하는 종교적 박해에 모두 숨어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1587년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기독교 금지령을 내리고 1597년 26인의 로마 카톨릭 교도를 책형(십자가에 매달아 창으로 찌름)에 처하기에 이릅니다.
26인에는 4명의 스페인인, 1명의 멕시코인, 1명의 포르투갈인이 있었고 나머지 20명은 일본 신자였습니다.
12,13,14세의 어린이들도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어렸던 루도비코 이바라키에게는 특별히 기독교를 버리면 살려주겠노라 회유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바라키는 단호히 거부하고 순교의 길에 올랐다고 하네요.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교황에 의해 26명의 순교자들은 성인으로 추대되고, 그 자리에 공원과 교회가 세워지게 됩니다.
공원에는 26인의 조각상이 있는데 특히 체격이 작은 세 사람이 앞서 말한 어린 순교자들입니다.
<일본 26성인 순교지>
공원 뒤쪽으로 보이는 교회는 1962년에 세워진 '성 필리포 니시자카 교회'로 '이마이 겐지'가 설계하였습니다.
그 자신이 천주교 신도이기도 했고, 가우디의 성당 설계 마음가짐에 감명받은 바 있어 그 스타일을 설계에 반영시키려 노력했습니다.
그래서그런지 하늘로 높게 뻗은 두 기둥에서 가우디의 향기가 나는 듯 합니다.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찾은 조용한 공원에서 역사 속 깃든 슬픔을 엿본 셈입니다.
벤치에 앉아 샌드위치와 우유를 마시고 있는 중에도 기독교인으로 보이는 분들의 방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나가사키 노면전차 정류장>
시 사이드 라이너 열차는 나가사키와 사세보를 연결하는 열차입니다.
이름에서 아실 수 있다시피 해변가를 달리는 열차로, 차창 밖에 바로 바다가 비치는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열차 자신도 푸른 바다를 닮고 싶었는지 새파랗게 도색이 되어 있었습니다.
보기에 벌써 시원한 느낌이 듭니다.
나가사키가 출발역이기 때문에 자리 쟁탈전 없이 편안하게 앉아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나가사키에서 시 사이드 라이너를 타시는 분이라면 무조건 왼쪽 창가에 앉으시길 추천드립니다.
눈 앞에 펼쳐지는 바다가 기차 옆을 거꾸로 달리는 모습에 넋을 잃으시게 될겁니다.
<사세보행 시사이드라이너>
<시사이드라이너를 타면 기차를 타고 해변가를 달릴 수 있다.>
한없이 맑고 푸르른 바다를 바라보며 하우스텐보스역에 접근할 즈음, 저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도착하면 11시쯤 될텐데... 야경을 보려면 9시 정도까지는 있어야 할텐데... 10시간씩 이 곳에서 할 것이 있을까?'
놀이기구를 아무리 열심히 타러 다녀도 4시간 이상은 타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럼 6시간 이상을 대기하며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그건 너무 억울한 일이었습니다.
볼 것도 많은데 놀이공원에서 핸드폰이나 들여다보며 6시간을 날린다니요.
마침 JR북큐슈패스는 열차를 몇번 타던 무료였고, 마침 시사이드라이너는 지정석이 아니라 탑승한 채로 종점까지 가도 상관 없었고,
마침 시사이드라이너의 종점은 사세보라고 하는 북큐슈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장소였고, 마침 시간도 많이 남아있었고,
해서 저는 엉덩이를 의자에 붙인 채로 하우스텐보스를 그냥 지나가기로 결심합니다.
안녕 하우스텐보스야, 좀 있다 보자!
<사세보역>
사실 사세보는 방문 계획이 전혀 없었던 곳이었기 때문에 하우스텐보스를 스쳐가면서 핸드폰으로 폭풍 검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사세보역 근처에서 무언가 할 만한 것이 없는지 찾아보았지만 사세보 햄버거를 먹는 것 말고는 모두 마땅찮아 보였습니다.
우선 역에 도착해서 관광 안내소 같은 곳에 물어보기로 하고 마음을 비우기로 하였습니다.
어차피 빈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니 이럴때 여유를 즐겨보자는 마음도 있었지요.
이윽고 사세보역에 도착한 저는 무작정 한 방향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역 밖에 나서보니 항구가 보여 바다구경이나 할 겸 가까이 가 보았습니다.
난간도 없이 바로 아래서 찰랑거리는 바다를 보고 있자니 뒤에서 누가 밀까 은근슬쩍 두려움이 몰려오더군요.
그 찰나에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와 깜짝 놀랐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런 타지에서는 먼저 말을 걸어올만한 일은 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뒤를 돌아보니 왠 아저씨께서 싱글벙글하며 '바다가 멋지지 않느냐.'며 너스레를 떠시더군요.
감탄사를 터뜨리며 맞장구를 쳐드렸더니 주변 지형지물을 여기저기 소개하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지역사랑 극진하신 아저씨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마음이 놓였습니다.
어쨌든 이상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이야기를 한참 주고받다 주변 지역에 볼 만한 것이 있는지 여쭤보았더니 근처에 있는 아케이드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제법 긴 상가거리라 볼 거리가 있을 거라고 해주시더군요.
감사의 인사를 표하고 아케이드를 향해 잽싸게 떠났습니다.
일본어를 어디서 배웠냐며 잘한다고 칭찬해주는 아저씨께 대꾸해 드릴 능력이 점차 바닥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멀리 한국에서 온 학생이 일본어를 잘 하더라는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았었던 것 같습니다.
<미우라성당>
아케이드로 가는 길에 미우라마치 교회당이 있었습니다.
일본은 한국과 비교하면 교회를 만나기 대단히 힘든 편이기 때문에 이렇게 십자가가 있는 교회건물을 만나게 되면 조금 놀라게 됩니다.
입구로 올라가는 길이 절벽에 계단으로 되어있다는 점도 독특한 부분입니다.
일본인들도 와서 구경할 정도인 사세보의 랜드마크였지만, 저는 저 절벽의 계단을 오를 체력이 없어서 그냥 지나치면서 구경만 했습니다.
하지만 하얀 색과 파스텔 느낌의 하늘색이 섞인 교회당의 모습이 참 산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욘카쵸 아케이드>
욘카쵸 아케이드는 카쿄우쵸, 조쿄우쵸, 혼시마쵸, 시마세쵸 네 마을에 걸쳐 위치하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횡단보도를 몇 번을 건너야 다 볼 수 있을 만큼 긴 상점가로 온갖 쇼핑거리, 먹거리, 볼거리 등이 풍성한 곳입니다.
구경만 하고 지나가긴 했지만, 이쪽에 묵으시는 분들이라면 식사를 해결하시거나 할 때 이용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저는 animate라는 일본 유명 하비샵에 들러 정신을 잠깐 놓았다 돌아왔습니다.
애니메이션/피규어/게임 등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이 곳을 지나치실 수 없을겁니다.
길쭉한 욘카쵸 아케이드를 왕복으로 다녀오니 시간이 제법 지나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하우스텐보스에 가도 너무 이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욘카쵸 아케이드>
<사세보항 크루즈>
사세보에서 다시 시사이드라이너를 타고 하우스텐보스 역으로 이동했습니다.
혼자 여행하는 것은 익숙해서 괜찮은데 놀이공원을 혼자 들어가자니 약간 뻘쭘하긴 했습니다.
작년의 오사카 여행때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는 그래도 친구가 함께 있었는데 말이죠.
이럴 때가 되고 보니 친구 골송의 필요성이 다시금 부각되곤 합니다.
있으면 귀찮고 없어도 귀찮은게 여행친구인 것 같습니다.
하천(or 바닷길) 너머로 오쿠라호텔이 보이면 이미 네덜란드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하우스텐보스는 네덜란드어로 '숲 속의 집'이라는 의미로 네덜란드를 테마로 하는 유럽풍 테마파크입니다.
네덜란드에서 볼 법한 건물들 사이로 운하가 가로지르고, 튤립 꽃밭에 놓인 풍차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3대 테마파크라고 하면 디즈니랜드, 유니버셜스튜디오, 그리고 이 하우스텐보스를 꼽는다고 하네요.
단순히 유럽을 흉내낸 테마파크라면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화려한 롤러코스터는 없지만 소소한 놀거리, 탈거리, 볼거리들로 잘 구성이 되어있다는 점이 제 흥미를 끌었습니다.
특히 스릴러시티라고 하는 테마존에 있다는 '감금병동'이라는 어트랙션이 제 흥미를 특히 많이 끌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한번 언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우스텐보스>
<하우스텐보스>
다리를 건너며 듣게 되는 음악은 일상세계와 꾸며진 세계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느낌을 줍니다.
공원 안에 들어오는 순간 유럽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제가 하우스텐보스를 6월10일 금요일에 가기로 결심했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주말에는 현지인을 포함한 많은 관광객 인파에 편안한 관람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
특히 6월11일부터 시작한다는 맥주축제 때문에 사람이 더욱 많이 찾게 될 것이라는 점,
그러면서도 6월 10일까지 진행되는 장미꽃 축제를 보고 싶었다는 점 등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예상이 적중되어 제가 입장했던 그 날은 관람객보다 직원이 더 많은것이 아닌가 의심했을 정도로 여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근데 장미는 다 진 것 같더라구요...(장미 어디있니...)
<하우스텐보스 오쿠라호텔>
<하우스텐보스 입구>
하우스텐보스의 이용요금은 1일권 구매시 6,500엔(현재는 6,700엔)입니다.
거의 7만원이 되는 금액이지만 자유이용권의 개념에 가깝기 때문에 이 티켓 하나로 대부분의 어트랙션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몇몇 어트랙션은 추가요금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사실 원데이패스만 사용해도 하우스텐보스 내 시설을 다 이용하기가 힘들 정도로 다양합니다.
그리고 제가 보고싶었던 것들은 패스로 다 관람이 가능했기 때문에 별 생각이 없기도 했습니다.
마침 이날부터 JR북큐슈패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이 JR패스가 있으면 하우스텐보스 요금을 20% 할인받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5,200엔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2016년 9월 30일까지 JR패스 할인이 가능합니다.)
어쨌든 5만원 이상되는 거금을 쓴 이상 뽕을 뽑는것은 숙명과도 같은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덕분에 저는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일들을 하게 됩니다.
<하우스텐보스 풍차>
<하우스텐보스 공룡의 숲>
<하우스텐보스 패트레이버>
<하우스텐보스 패트레이버>
입장한지 얼마 안되어 만난 원피스 어트랙션에서 배를 타고 정상결전 이후 재기하는 루피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냥 아동취향의 단순한 놀이기구라고도 볼 수 있는데 마지막에 해군선에 포를 쏘아 격침시켜야 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노력해보았지만 쉽지 않아 결국 C랭크를 기록했습니다.
출구로 나올 때 마지막 이벤트에서 받은 랭크에 따라 해당 랭크가 새겨진 카드를 주는데 괜시리 다음을 기약하게 되더군요.
원피스를 대단히 좋아하는 저에게는 눈물을 살짝 글썽거릴 정도로 스토리라인을 잘 살린 연출도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나가니 제가 가장 궁금했던 어트랙션인 '감금병동'이 나타났습니다.
병원의 원장이 미쳐서 환자들의 장기와 뼈 등을 모아 인조인간을 만드는 괴기스러운 곳으로 변해버린 야마다대학병원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6명 정도가 모이게 되면 사람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고 약 2분 간격으로 한 사람씩 코스를 돌게 됩니다.
안내원이 2번이 적힌 표를 나눠주시는데 한숨이 나오더군요.
'내가 왜 돈을 주고 이런 곳에서 덜덜 떨고있지... 왜 번호는 또 이렇게 빠른가...'
앞서 먼저 한 여자분이 들어가시고 기다리는 2분동안 어디선가 비명소리가 계속 해서 들려옵니다.
숫제 우는 것 같이도 들려왔습니다.
2번째인 저도 곧 바로 출발하니 주변은 어두컴컴하고 병원 특유의 알코올 향이 진동을 합니다.
이리저리 잘린 몸의 일부분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공포를 극대화시킵니다.
특히 압권인 부분은 마지막 즈음 해서 하늘에 시체를 담아 매달은 포대자루 사이를 비집어 헤치며 지나가야 하는 부분입니다.
이미 지나온 곳도 무서운 것 투성이라 돌아갈수도, 나아갈수도 없어 진퇴양난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보다 2분 먼저 출발하신 1번분을 출발한지 얼마 가지 않아 만나게 되었는데 영어도 일본어도 중국어도 아닌 언어로 제게 거듭 감사를 표하시더군요.
그리고는 난생 처음 본 제 팔뚝에 매달려 뒤에서 울부짖으며 따라오셨습니다.
저도 무서워서 슬금슬금 걷다보니 결국 6명이 모두 만나 같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간격이 조금 더 길어서 충분히 혼자임을 느꼈더라면 훨씬 공포감있는 기억이 되었을 것 같은데 약간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우스텐보스 감금병동>
스릴러 존에는 이 외에도 비슷한 류의 공포체험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무난한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일본 괴담의 집'이라는 곳이 분위기가 제법 훌륭했던 기억이 납니다.
서양인과 일본인으로 구성된 2인 남성이 이 곳에 들어갔다가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나오시더군요.
실제로 저도 길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어두워지는 곳에서 공포감이 극대화되어 쭈뼛거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전과 마찬가지로 진퇴가 양난이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진행을 했던 것이죠.
시설을 이용하며 혹시 일본어가 부족해서 진행이 안되는 부분이 있을까봐 입구에 선 매표원분들께 번번히 '일본어가 부족한데 괜찮겠느냐?'고 물어보았는데
모든 어트랙션에서 '상관없다, 괜찮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보기에도 일본어를 잘 알면 내용 이해면에서 도움이 되겠지만, 모른다고 해서 이용하기 어려운 것들은 없었습니다.
한 어트랙션을 마칠때마다 카드를 한 장씩 줬는데 나중에는 이것을 모으고 싶어서 별로 생각이 없었던 것들을 타기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우스텐보스 중앙 꽃시계>
스릴러 존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고 중앙 테마존으로 이동을 하니 진짜 유럽에 온 것 같은 분위기가 납니다.
실제로 유럽에 가본 적 없는 저이기에 진짜 유럽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말씀드리기가 좀 어렵지만 말이죠.
꽃과 나무로 한껏 꾸며져 있는 거리를 지나다니며 네덜란드의 향기를 간접체험하였습니다.
지나다니는 카트택시는 손을 들면 200엔에 원하는 목적지까지 태워주는데 이 돈을 아끼려고 끝에서 끝까지 걸어다녔습니다.
3일차에 말씀드렸다시피 100엔씩 아껴서 천엔짜리 밥먹으려 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발바닥이 아파오면 200엔이 문제가 아닌데 참 미련한 여행객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우스텐보스 열차>
<하우스텐보스>
<하우스텐보스>
벤치에 잠시 앉아 쉬면서 하우스텐보스 안내서를 보고 있자니 원데이패스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들에 대한 언급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제 눈에 띈 것은 '빛의 번지점프'라는 것이었습니다.
20m짜리 번지점프대를 낮 시간동안 1회에 한해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 저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저는 번지점프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고, 예능 프로에서 번지점프를 뛰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그들의 모습에
깊은 공감을 보내는 타입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돈의 위력은 이런 곳에서 발휘됩니다.
보통 우리나라에서 번지점프를 이용하면 최소 2만원 이상의 비용이 드는데, 여기서는 원데이패스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저를 불타오르게 했습니다.
뽕은 이럴때 뽑으라고 있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우스텐보스 번지점프>
호기롭게 번지점프대에 출사표를 던지고 서약서를 쓰면서 또 다시 저는 후회에 휩싸이게 됩니다.
'심장에 질환이 있지는 않은가?'라는 질문에 No라는 대답을 체크하면서 혹시 내가 모르는 심장질환이 있지 않을까 하며 후회했습니다.
그리고 몸에 하네스벨트를 착용하면서 저는 더욱 깊은 후회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계단을 오르며 후회했고, 앞 사람이 뛰는 모습을 보며 또 후회했습니다.
제가 대기 2번째였는데 대기 1번째에 계시던 귀여운 여성분께서 저에게 말을 걸어주시더군요.
"무...무섭지요?"
"그... 그러게요. 왜 저는 여기 있는걸까요?"
앞에 뛰어내린 사람의 줄이 다시 회수되기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에 우리는 깊은 유대관계가 생겼습니다.
서로 처음 타보는 번지라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동지의식이 생긴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를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시간이 되어 그 분의 벨트에 번지 줄을 매달게 되자 저는 다시 후회했습니다.
그 분은 한 번 머뭇거리다가 두번째에 멋지게 점프를 하여 제 심장을 콩닥거리게 하시더군요.
이윽고 제 차례가 오고 허리춤에 캐러비너를 이용해 줄을 연결하는데 정신이 아득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뽕이 뭐라고 그걸 뽑자고 이러고 있는지 가슴이 답답해져 옵니다.
안내원의 지시에 따라 발의 반을 난간 밖으로 내밀고 손을 머리에 올렸습니다.
뛰지 말고 쓰러지듯이 뛰어내리라고 하는데 극도의 긴장감 속에 귀머거리가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때 먼저 내려간 여자분이 저를 보고 '간바레~!!!(힘내라~!!!)'를 외쳐주시더군요.
잠시 발을 뒤로 물리고 모든 일을 없던 것을 돌리려고 했던 제 마음을 다잡아주는 목소리였습니다.
그리고 확성기를 통해 울려퍼지는 쓰리, 투, 원 소리에 맞춰 하늘에 몸을 맡겼습니다.
<하우스텐보스 번지점프>
갑자기 몸에 실리는 중력이 엄청난 힘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다지도 튼튼한 땅에 두 발을 붙이고 살았었던 것인가요.
깨달음을 느낄 새도 없이 몸이 심연을 향해 빠져들어가는 느낌이 들려는 찰나, 온 몸을 거꾸로 잡아당기는 힘이 느껴집니다.
벨트가 몸을 조여오고 어느새 저는 다시 하늘로 끌려올라갔습니다.
가슴 언저리가 저릿저릿하게 느껴지며 '혹시 심장에 무리가 간 것인가'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아픈 쪽이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이더군요.
살이 쪄서 벨트가 쪼이는 바람에 가슴팍에 압박감이 느껴졌던 것일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몇번의 출렁임 끝에 저는 지면에 발을 디딜 수 있었습니다.
극도의 흥분감, 고양감,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에 정신이 아득해져왔습니다.
한 번에 뛰었기 때문에 뛸 수 있었습니다.
아마 머뭇거렸더라면 그렇게 새겨진 마음속의 공포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공포를 더욱 키워 결국 뛰어내리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영원히 뛰어내리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별 것 아닌 레포츠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르고, 누군가에겐 무서운데 궂이 뛰어내리러 올라갈 필요 없는 레져일지도 모르지만
제게는 제 자신의 한계를 한번 뛰어넘을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려와보니 먼저 뛰어내린 여자분께서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박수를 쳐주시더군요.
일부러 쫓아가 '응원 덕분에 뛸 수 있었다.'며 한국에서 준비해 간 작은 답례품을 건네드렸습니다.
고마워하며 '또 보자'고 하는 그분과 작별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왜 연락처 따위를 물어보거나 하지 않았냐고 물어보신다면, 저희에 앞서 먼저 뛰신 분이 그 분의 남자친구였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네요.
세상 일이 원하는대로 풀리는건 아니라는 교훈입니다.
<하우스텐보스 자판기와 캔 수거통>
<하우스텐보스>
<하우스텐보스 돔토른 빌딩>
<하우스텐보스 캐러벨>
<하우스텐보스 수국>
나중에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다가 번지점프대 옆을 다시 지날 일이 있었습니다.
고등학생들이 놀러왔다가 번지점프대에 도전을 했던 모양이었습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줄지어 점프를 준비하고 있더군요.
이윽고 그들이 꼭대기에 올라가 난간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 중 한 친구는 발을 디디고는 있는데 엉덩이가 따라나오지 못하고 뒤에 머물러 있더군요.
가까스로 엉거주줌 서있자니 확성기를 통해 3,2,1을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그 확성기를 통해 학생이 절규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니, 사방팔방에 퍼져나가고 있었다고 하는 것이 낫겠군요.
"코와이코와이코와이!!! (무셔워무셔워무셔워!!!)"
"야바이야바이야바이!!! (위험해위험해위험해!!!)"
"조또마데구다사이~~~!!! (잠깐만 기다려줘요 으헝~)"
아래서 구경하는 사람들의 터지는 웃음소리리는 덤으로 들렸습니다.
저는 추태를 부리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우스텐보스 요트정박장>
<하우스텐보스 전경>
<하우스텐보스 전경>
저녁무렵이 다가오면서 주변에 하나 둘 색색의 불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하우스텐보스 일정을 저녁 9시까지 잡아뒀던 이유는 야경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조명은 인공이지만 잘 짜여진 자연과 맞물리면 시너지효과를 내어주곤 합니다.
'슈팅스타'라는 이름의 짚라인을 타고 내려오니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조명도 사방에 가득했습니다.
다시 공원을 한바퀴 돌아보며 빛의 축제 속의 유럽거리를 구경하고, 공연이 한창인 무대를 즐기고 하다 보니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하우스텐보스 짚라인 호수>
<하우스텐보스 대관람차와 번지점프대>
<하우스텐보스 야경>
<하우스텐보스 야경>
<하우스텐보스 야경>
<하우스텐보스 야경>
<하우스텐보스 야경>
<하우스텐보스 야경>
<하우스텐보스 패트레이버 야경>
<하우스텐보스 야경>
<밤의 시사이드 라이너>
모든 일정을 마치고 저는 다시 나가사키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하우스텐보스 주변에 숙소가 마땅치 않아서 나가사키에 이틀의 숙박을 예약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 시사이드라이너를 타고 나가사키에 도착하니 10시가 넘어있었습니다.
역에서 숙소까지 터덜터덜 걷고 있다 보니 친구 골송의 빈자리가 아쉽게 느껴집니다.
있을때는 잘 몰랐는데 공간을 꽉 채우던 녀석이 어느새 익숙했던 모양입니다.
북큐슈 4일차, 홀로서기 1일차의 일정이 그렇게 끝났습니다.
정보편
하우스텐보스에 관련된 팁을 드릴까 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이 상당히 반영되어 있으므로 참고 정도로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우스텐보스 내 원데이패스 대상 시설 중 제가 이용한 시설들에 대한 짤막한 감상과 팁입니다.
1. 슈팅스타
짚라인 체험입니다.
입구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손잡이를 주면 높은 쪽으로 걸어 올라가 짚라인을 타고 내려오게 됩니다.
낮 시간동안 즐기시는 것도 괜찮지만, 저녁시간에 이용하시면 LED등이 번쩍거리는 하우스텐보스의 야경을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짚라인을 타본 적 없으신 분들께 강추합니다.
2. 천공의 성
하늘에 설치된 이동 코스를 줄 하나에 의지하여 건너가는 레져스포츠입니다.
일종의 출발 드림팀 같은 인공 구조물을 건너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3m 6m 9m코스 중 3m만 원데이패스로 이용가능합니다. (나머지는 유료)
3m만 해도 높이감이 제법 되기 때문에 체험할만 합니다.
직접 가서 보시면 6m나 9m는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보통의 테마파크에서 경험하는 종류의 어트랙션이 아니므로 강력추천드립니다.
3. 원피스 라이드 크루즈
미니고잉메리호를 타고 코스를 진행하며 스토리를 구경하는 어트랙션입니다.
가방을 옆에 두고 탑승해도 될 정도로 과격한 움직임은 없는 안정적인 롤러코스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원피스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겠죠?
마지막에 레이져포를 쏘아 해군선을 격침시키는 미션에만 잘 집중하면 될 것 같습니다.
4. 쇼콜라 백작의 저택
쵸콜렛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볼만할 것 같습니다.
너무 늦게 가시면 직원분들이 안계셔서 만들기 체험 등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원하시는 분들은 일찌감치 들어가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박물관 정도의 느낌이기 때문에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5. 슈퍼 트릭아트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는 트릭아트 전시회입니다.
2인 이상으로 된 모임에서 재미난 사진을 찍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혼자 갔던 터라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무조건 2인 이상입니다.
6. 빛의 번지점프
20m 번지점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일몰 후에는 별도요금이 요구되므로 원데이패스 이용자 분들은 낮 시간에 이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패스 뽕 뽑는데 베스트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7. 감금병동
공포감을 최대한 느끼고 싶으시다면 가급적 첫번째로 이동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일본어가 된다면 더 재미나게 즐길 수 있겠지만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한국형 귀신의 집과는 다른 종류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8. 고스트웨딩
저주받은 유령이 결국 결혼을 한다는 공포+해피엔딩으로 구성된 어트랙션입니다.
안내인이 인도하는 공간을 따라다니며 진행되는 스토리를 감상하면 됩니다.
전체적으로는 심심한 편입니다.
9. 일본 괴담의 집
일본의 괴담들을 구현해 놓은 공간입니다.
전체적으로는 무난한 편이지만 몇몇 깜짝 놀랄만한 장소들이 있습니다.
10. 멜로디 인 더 다크
오르골을 만드는 두 사람이 경쟁을 하다가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고스트웨딩과 비슷한 구성이며 심심한 느낌입니다.
11. 돔토른 전망실
하우스텐보스 내의 거대한 탑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하루에 몇 번이라도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낮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올라가 보시면 하우스텐보스의 전체적인 조망을 할 수 있습니다.
12. 데리프데호 승선체험
캐러벨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마스트를 오르거나 할 수는 없고 갑판 위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라면 신기하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성인이라면 큰 감흥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13. 5D 미라클 투어
사각 큐브 안에서 5면에 펼쳐지는 영상을 감상합니다.
의자에 진동 시스템이 있어서 움직임에 실감을 더합니다.
좌측이나 우측에 쏠릴 경우 몰입감이 약간 방해되는 느낌을 받으며, 뒷자리로 갈수록 각도가 어긋납니다.
일찍 도착하셨다면 중앙 앞자리에 앉으시길 추천합니다.
내용은 약간 심심한 수준입니다.
하우스텐보스 부근의 숙소들의 가격이 센 편입니다.
따라서 하우스텐보스를 이용하실 분들은 사세보 혹은 나가사키에 숙소를 정하고 이동하시는 것이 무난합니다.
JR패스를 이용하여 시사이드 라이너를 이용하신다면 미리 시간표를 봐두셨다가 나갈 때 시간을 맞춰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간격이 넓어서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