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8박9일 북큐슈 여행기 - 7일차
    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6. 7. 18. 22:19



     

     

    어느덧 북큐슈의 서쪽을 돌아 중앙을 가로질러 동쪽을 보러 갈 차례입니다.

     

    유후인에서 오전중에 관광을 마치고 오후엔 벳푸에 가는 계획이었습니다.

     

    전날 비가와서 풍경을 충분히 만끽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이른 아침부터 구경을 다닐 요량이었는데 첫발부터 삐끗하고 맙니다.

     

    좋은 숙소의 기운에 취해 침대에서 숙면을 취해버린 것이죠.

     

    다른 말로 하면 '늦잠' 입니다.

     

     

     

    유후인에 있는 긴린코는 주변의 온천수가 흘러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새벽녘의 찬 공기와 따뜻한 호수가 만나 신비로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갔을때는 6월의 한복판이라 새벽의 찬 공기라는게 있을까 싶었지만 혹시나 해서 계획은 세워뒀었거든요.

     

    마침 전날 비도 왔겠다 공기가 차고 하다보면 물안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하지만 그 장면은 늦잠 덕분에 다음을 기약해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먼저 이 유후인을 지나갔던 친구 골송에게 듣기로는 저녁7시 무렵엔 호수 주변에서 반딧불이를 발견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비가와서 모두 숨어버렸는지 꽁무니도 볼 수 없었습니다.

     

    이래저래 볼거리들을 많이 놓쳐서 유후인에서의 기억이 별로 좋지 않았겠다 생각할 수도 있으시겠지만

     

    8박9일의 북큐슈 여행동안 가장 행복했던 곳이라면 바로 이곳, 유후인입니다.

     

    다시 찾는다고 하면 이 곳에서 4박5일 정도는 묵으며 마을의 정취를 느끼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유후인 마을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일상이 아름다운 곳' 입니다.

     

     


     




    <안개가 피어오르는 산자락>







    11시 체크아웃인데 벌써 10시가 넘은 상황이었습니다. 


    캐리어에 부랴부랴 짐을 정리하고 카운터로 내려오니 사장님인 듯한 분이 나타났습니다.


    숙박객들의 사진을 찍어 기념으로 남기겠다며 요청을 해오기에 흔쾌히 그러시라 했습니다.


    (페이스북에 손님들 사진 올리시는 것 같던데 제건 없더군요... 왜그랬나요 사장님...)


    그리곤 선물이라며 우마이봉과 켄다마(일본 전통 놀이)가 들어있는 봉투를 건네주셨습니다.


    나갈때까지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숙소였습니다. 




    우마이봉 하나를 우적거리며 긴린코를 향해 걸었습니다.


    거리가 가까웠기 때문에 금새 호수를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전날 비가 물을 때려대던 호수가 아닌 잔잔하게 물결치는 호수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어제는 보이지 않던 오리 한 쌍도 물 위를 떠다니고 있더군요.


    온천수가 들어온 호수에 사는 오리라니... 왜 갑자기 유황오리가 먹고싶어지는 걸까요.


    고기가 야들야들... 아니 피부가 보들보들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긴린코의 오리 두마리>





    <긴린코의 오리 두마리>







    비도 안오고 날씨도 선선하니 관광객들이 슬슬 몰려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날 보았던 긴린코와 이날 만난 긴린코를 비교하니 전혀 다른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가 오는 풍경때문인 듯도 하지만 사람이 있고 없고도 풍경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호수 주변을 거닐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세명의 처자가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다짜고짜 저를 보더니 한국말로 길을 묻더군요.


    외국에서 듣는 한국어 질문에 깜짝 놀랐지만 일단 자연스럽게 대답은 했습니다.


    이렇게 남방계 중국인 왕서방(혹은 도라에몽)같은 느낌의 제가 한국인인지 어떻게 알았던걸까요??


    그냥 이사람 저사람 다 한국어로 물어보고 다니는 한국인의 기상이였던 걸까요?


    아직도 저는 그 진실이 궁금합니다. 









    <긴린코 호수>





    <긴린코 호수>





    <긴린코 물 들어오는 곳>








    <긴린코 개천변>







    물이 흐르는 길을 따라 내려와보니 유후인의 메인스트리트가 나타났습니다.


    각종 쇼핑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선물할 만한 것들이 잔뜩 있었죠.


    북큐슈 전 지역에서 볼 수 있었던 명란젓부터 얼려먹는 망고젤리까지 다양합니다.


    일본 전통문양을 새긴 젓가락을 보고 있으면 쓸 일도 없는데 괜시리 사고싶어졌다가도 지갑 형편을 다시 돌아보게 하더군요.


    이런저런 볼거리가 많은 곳이었습니다. 








    <유후인 상점가 지도>





    <유후인 상점가>





    <유후인 금상고로케>








    유후인에서 제가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이 금상고로케입니다.


    왜 그런 대회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전국 고로케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고로케 가게라고 합니다.


    어딘가엔 장려상이나 참가상 고로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한 개를 사서 먹어보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대를 많이 하셔서 그런지 별로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셨는데 제 입맛에는 딱이었습니다.


    특히 그 갓 튀겨낸 따끈한 고로케와 부드러운 속이 아주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침에 우유와 빵을 꾸역꾸역 밀어넣고 온 것이 후회가 될 정도였습니다.


    아니었다면 한 두세개쯤은 더 먹었을 것 같네요.




    고로케 가게를 지나 다시 메인스트리트를 거닐고 있는데 얼려먹는 망고젤리를 파는 가게가 보입니다.


    이 가게는 꼭 사진을 찍어서 사람들에게 알려야지 하고 생각했던 것이, 


    긴린코를 보러 올라가던 길에 시식용 젤리를 주시던 유쾌한 아저씨께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카메라를 들어 가게 외관을 찍는데 아저씨께서 환한 웃음과 함께 손가락으로 V자를 그려주셨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포즈를 잡아주셔서 가게만 널찍히 나오게 되었지만 말이죠.


    즐거움을 주신데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담아 꾸벅 인사를 올렸습니다. 









    <유후인 선물가게>





    <어 선물가게의...>




     

    <아저씨의 상태가...?>






    <해맑으심>





    <헬로키티 산리오>





    <믹스 소프트 아이스크림>






    일본의 더위는 일찌감치 찾아오기 때문에 6월이면 이미 한여름급의 날씨를 보이곤 합니다.


    성수기인 8월엔 일본에 가본 적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다녀오신 분들 말로는 지옥불을 경험하고 오기도 한다고 하시더군요.


    낮시간이 되자 날이 조금씩 개기 시작하면서 더위가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더울때 찾은 자판기에 넣은 동전만 해도 기만원은 될 것입니다.


    이날은 왠지 더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어보고 싶어 유제품을 파는 'milch-미르히'라는 가게에 들렀습니다.


    어렸을 적 휴가를 가게 되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버지가 사주시던 소프트아이스크림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었죠.


    1년동안 물놀이보다 아이스크림을 더 기다렸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 좋아하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발견하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습니다.


    초코와 우유의 믹스아이스크림을 사들고 가게를 나왔습니다.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먹다 보면 나중에는 녹아 흘러 손에 끈적임이 남는 경우가 으레 있기 마련인데,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아이스크림을 주면서 손을 닦을 티슈를 같이 줬다는 점입니다.




    바삭한 콘 깊은 곳까지 꽉꽉 채운 아이스크림은 300엔의 가격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진한 맛, 초코도 진하고 우유도 진한 바로 그 맛에 여행의 피로가 사라지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미르히라는 가게가 유후인의 떠오르는 맛집이라고 하더군요.


    에그타르트나 푸딩 같은 제품도 팔고 있다고 하니 다음에 다시 이 곳을 찾는다면 먹어보고 싶네요.












    <유후인 개천변>







    중심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유후인의 민낯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만난 맨얼굴은 유후인의 진짜 매력포인트입니다.


    잘 정비된 흙길 옆으로는 풀이 무성한 가운데 꽃들이 점점이 펴있고, 


    자잘한 온천이 모여 흐르는 개천은 붉게 물든 돌을 휘돌아 내려갑니다. 


    다랑이논에서는 한 층에서 다음 층으로 물이 흐르고 논 가운데의 오리가 먹이를 찾아 눈을 번뜩입니다.


    유후인의 맛집보다도, 온천보다도 제게는 더 강렬하게 심어진 유후인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입니다. 











    <유후인 개천변>






    <유후인 풍경>





    <유후인 다랑이논>





    <유후인 다랑이논>





    <마을의 나무>





    <찾아라 잠자리>





    <유후인 접시꽃>





    <유후인 논>





    <유후인 오리와 논>





    <유후인 풍경>





    <유후인 물길>




     

    <유후인 역>






    유후인 마을을 한참 돌며 자연의 향기에 흠뻑 취한 저는 숙소에 돌아와 캐리어를 챙겨들고 유후인 역을 향했습니다.


    역에 도착했을 즈음엔 날이 제대로 개어 새파란 하늘이 언듯언듯 비치고 있었습니다.


    구름에 가려있던 유후다케도 그 장대한 모습을 보이려 하고 있었습니다.


    30분 뒤에 도착할 벳부행 유후열차를 기다리며 유후다케 정상의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렸지만 결국 그 끝자락은 볼 수 없었습니다.


    여행객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겨야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있는듯이 말이죠.







     

    <맑게 갠 유후다케>






    <유후인 역사 앞에서 본 유후다케>





    <유후열차가 들어오는 유후인 역>





    <벳푸가는 길>





    <벳푸역>







    유후인에서 벳푸로 열차를 타고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시간이 애매하게 지난 뒤였습니다.


    벳푸 외곽의 전망대나 동물원 등에 갈 수 있는 버스들은 일찌감치 마감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죠.


    수천마리의 원숭이를 칸막이 없이 직접 마주할 수 있는 다카사키야마 동물원이나 쥬몬지바루 전망대에 가보고싶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그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보고 싶었던 곳이 한 곳 있었습니다.


    유케무리(밥짓는 연기) 전망대입니다. 












    <벳푸역 빛나리 할아버지상>







    한국에서 벳푸의 관광지를 검색해보다 저는 한 장의 사진에 마음을 빼앗기고 맙니다.


    일본 용천수 1위인 온천의 도시 벳부는 마을 곳곳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풍경이 유명합니다.


    사람들은 이를 밥지을 때 나는 연기에 빗대어 '유케무리'라고 불렀습니다. 


    낮에도 아름답지만 밤이 되면 연기가 피어오르는 이 곳에 색색의 조명이 비춰지는데요.


    이 풍경은 2001년 NHK에서 '21세기에 남기고 싶은 일본의 풍경'에 후지산에 이어 2위에 랭크되며 유명해졌습니다. 




    다만 유케무리 전망대는 접근성이 좋지 못해서 가는 길이 제법 고되었습니다.


    우선 기차를 타고 한 정거장을 지나 벳푸대학에서 하차하여 한 시간동안 언덕을 걸어올라갔습니다.


    밤이 깊었는데 가로등도 없어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구불구불한 산 속 차도 구석을 덜덜 떨며 걷는 길은 심장이 움찔거릴 정도로 무서웠습니다.


    저를 보지 못한 차가 제 몸땡이에 박치기를 해오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스마트폰에 경고등 앱을 깔아 흔들어댈 정도로 말이죠.


    모르긴 몰라도 제 옆을 지나치던 차들은 왠 귀신이 지나가나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빨간 빛이 흔들흔들 하다가(경고등 흔들기) 허연 얼굴이 공중에서 나타났다가(지도를 보느라 핸드폰 들여다보기) 했으니까요.


    사실 마지막 구간에서 돌아가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었지만, 여기까지 온 것이 아까운 마음이 컸습니다. 




    힘겹게 도착한 그 곳에 아주 작은 전망대가 있었습니다.


    현지 청년 둘이 맥주 한 캔과 함께 인생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는 옆에서 카메라를 이리저리 비틀어 가며 좋은 풍경을 담아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가져간 삼각대가 고장이 나면서 술에 취한듯 비틀거리는 손을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흔들흔들한 사진 중 몇 장을 간신히 건져내기에 이릅니다. 










    <벳푸 유케무리 전망대>





    <벳푸 유케무리 전망대>





    <벳푸 유케무리 전망대>





    <벳푸 유케무리 전망대>





    <벳푸 유케무리 전망대>







    다시 한 시간을 걷고 기차를 달려 숙소로 도착했습니다. 


    벳부역에 막 도착했을 때 체크인을 해두었기 때문에 몸만 들어가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들어가면 얼마 남지 않은 일정이 잠으로 끝나게 되는 것이라서 주변의 벳부 타워와 해변가를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커다란 관광도시였던 만큼 화려한 네온사인과 빠칭코 가게들이 가득했습니다.


    커다란 한국어가 박힌 한식당 간판도 볼 수 있었구요.









    <벳푸 한식당>





    <벳푸타워>







    남은 여행 일정은 이제 사실상 하루뿐입니다.


    7일간의 여행동안 저는 계획했던 자유로움을 충분히 느꼈을까요?


    8박9일의 여행을 마치면 제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요?


    내일 모레가 되어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 이 멜랑꼴리한 기분의 정체를 알게 될 것만 같습니다. 


    여행 막바지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잠이 듭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