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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박9일 북큐슈 여행기 - 8,9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6. 7. 18. 22:29
벳부 숙소에서의 하루는 제법 쉽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숙박을 했던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방 안에 인도 향신료 내음이 가득하더군요.
시간이 지나면 후각이 지치면서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갈수록 점점 심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냄새가 나는 자체도 문제이지만 혹여 옷에 배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될까봐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옷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아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하지만 수면은 좀 부족한 상태로) 여정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체크아웃을 대비하여 짐을 미리 싸두고 카운터에 맞겼습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카메라 가방만 메고 벳부 지옥온천순례를 시작합니다.
9일차에는 11시에 귀국 비행기를 타야 하고, 두 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 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이 8일차가 제 마지막 여정이 되는 셈이죠.
피로를 느낄 여유는 내일로 미뤄도 괜찮을겁니다.
이날은 완전히 한 몸 불사르는 정신으로 관광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벳부 빛나리 아저씨>
벳부역 앞에는 왠지 김구 선생님이 생각나게 하는 동상이 서 있습니다.
이 동상의 주인공은 '쿠마하치 아부라야'로 벳부 관광지의 기틀을 닦은 사람입니다.
오사카에서 쌀장사를 하다 홀딱 말아먹은 그는 미국으로 넘어가 3년간 일하며 아이템을 탐색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본에 돌아와 벳부에 고급 료칸과 호텔 등의 서비스업을 시작했고,
벳부에서 관광업을 하려는 사람은 아부라야를 거쳐야만 할 정도로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여성 가이드를 채용하여 벳부 온천 지옥 순례 코스를 유행시킨 장본인으로도 유명합니다.
요정 이야기와 노래 등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는 '오토기 클럽'을 개설했는데, 이 곳의 아이들이 아부라야의 머리를 보고 '빛나리 아저씨'라고 불렀습니다.
그 Shiny uncle은 1935년 73세의 나이로 돌아가셨지만 벳부의 주민들은 아직도 그의 공적을 기립니다.
역 앞의 동상은 지금도 환한 미소로 벳부를 찾는 관광객을 두손벌려 환영하고 있습니다.
<바다지옥-우미지고쿠>
벳부역에서 지옥순례 시작점인 바다지옥으로 가기 위해서는 서쪽 출구에서 2번, 5번, 41번 버스 중 빨리 오는 것을 타면 됩니다.
버스에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먼저 오신 분들이 한국분들이시더군요.
부부로 보이는 한 쌍과 아이로 구성된 관광객이었습니다.
버스를 어떻게 타야 하는지 몰라서 갑론을박을 하고 계시기에 고민을 좀 했습니다.
아는척을 해드릴까, 귀찮아하지는 않으실까, 젠체한다고 뭐라고 하지는 않을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래도 외국에서 한국인이 이상한 짓(?!)을 하면 한국 관광객의 전체적인 위신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미리 알려드리는게 낫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버스 타는 법과 내리는 곳 등을 설명드리고 마침 온 버스에 탑승을 했습니다.
혹시 말을 걸어오는 것 아닐까 긴장되는 상황에서 창 밖으로 시선을 계속 던지며 버티다 목적지에서 내리자마자 냅다 앞서 나갔습니다.
이상하게 저는 외국에서는 외국인보다 한국인이 더 어색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한국에서는 낯을 가리는 편이 아닌데도 말이죠.
원래 지옥온천순례는 9개 온천을 도는 코스로 되어있었습니다.
제가 갔던 시점에는 금룡지옥(긴류지옥)은 폐쇄되어있어 볼 수 없었고 나머지 8개 온천만 볼 수 있었죠.
통합 이용권을 2100엔을 주고 구입한 순간(개별 이용권은 400엔 정도) 8개 온천을 모두 도는 것은 기정사실화 되어버렸습니다.
저는 뽕을 뽑는 것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입니다.
8개 티켓으로 되어있는 표 중 한 장을 떼어주고 바다지옥에 입장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넓은 호수가 있었습니다.
잉어가 떼로 노니는 그런 평범한 호수 말이죠.
그런데 멀찌감치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곳에 가기 위해서는 매점을 지나가야만 했는데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아직 점원들도 준비가 다 되지 않은 듯 했습니다.
덕분에 호객행위는 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는 그 매점을 지나가니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에머랄드빛 온천이 펼쳐졌습니다.
솔직히 그 정도로 아름다운 색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색을 보았던 곳은 제주도, 그리고 울릉도에서밖에 없었습니다.
바다가 아닌 곳에 이런 색을 띄는 온천이 있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했죠.
계란이 상한 유황내음이 가득한 뜨거운 증기가 바람을 따라 얼굴을 스치고 지나고서야 진짜 온천이라는 확신이 들 정도였습니다.
처음 마주한 신기한 온천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고 예상보다 오랜 시간을 관람에 할애하고 말았습니다.
<바다지옥-우미지고쿠>
<온천수를 이용한 식물원>
바다지옥의 한켠엔 따뜻한 온천수를 이용한 식물원이 있습니다.
온대나 열대지방에서 자랄법한 식물들이 각자 독특한 자태를 자랑합니다.
다른 곳에는 악어를 키우거나 열대어를 키우는 곳도 있어 온천수를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다지옥, 귀석방주지옥, 산지옥, 가마도지옥, 백지지옥, 괴산지옥은 모두 근처에 있기 때문에 한번에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피연못지옥과 용권지옥은 조금 거리가 있기 때문에 버스를 한번 더 타고 가야 했죠.
어차피 8개 통합권을 사도 6개를 개별적으로 보는 것보다 싸기 때문에 여기서 멈춰도 되지만, 뽕은 어중간하게 뽑는 것이 아니라는 주의입니다.
언제 또 이곳을 올지 모르기 때문에, 온 김에 다 보고 간다, 이것이 저의 귀차니즘에서 태어난 끝장보자 정신입니다.
<바다지옥 한켠의 황토색 온천>
<귀석방주지옥-오니이시보즈지고쿠>
예전에는 뜨거운 물과 위험한 유황 연기, 그리고 기괴한 풍경 덕분에 지옥이라고 불리던 곳인데
이제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는 관광의 명소가 되었다는 점이 참 재미있습니다.
각 지옥의 이름은 그 특색을 반영하고 있는데, 귀석방주지옥의 경우 보글거리며 올라오는 거품이 스님의 파릇한 대머리와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바다지옥은 앞서 보셨다 시피 에머랄드빛 바다의 색을 나타내고 있고, 백지지옥은 흰 연못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30분 정도 간격으로 간헐천이 솟구치는 용권지옥은 용권(타츠마키)가 회오리바람을 의미한다고 하니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혈지지옥은 생각만큼 피처럼 붉지는 않았지만 역시 흔히 볼 수 없는 신기한 풍경이었구요.
각각의 특색을 살려 지역의 명물로 만들었다는 점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지옥-야마지고쿠>
<마시는 온천>
すごく熱いよ!!(엄청 뜨거워요)라고 적힌 글을 보고 '그래도 마시게 해 둔 물인데 뜨거워 봤자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80도에 육박하는 물 온도는 입천장과 혓바닥을 순식간에 지옥으로 보내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었죠.(과연 지옥온천순례...)
국자에 물 한사발을 떠 입에 대는 순간 외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스꼬쿠 아쯔이요~(엄청 뜨거워요!!)"
물을 마시며 따라읽으라고 써둔 주의 문구였던 모양입니다.
맛 또한 뭔가 짜다고 하기도 애매하고 쓰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맛이었습니다.
먹을 수 없기 때문에 '마시면 10년 젊어진다.'는 등의 말을 걸어 놓은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듭니다.
(어차피 뜨거워 못마실 것 같으면 '한 잔 마시면 로또에 당첨된다.'같은 멘트도 상관 없을 것 같은 느낌인데 말입니다.)
<라무네+온천계란>
온천에서 꼭 먹어보고 싶었던 라무네와 온천숙성 계란입니다.
라무네는 일본에서 오래된 청량음료로 뚜껑을 따는 방식 또한 대단히 독특합니다.
비닐을 벗겨낸 후 위의 뚜껑을 감싸고 있는 플라스틱 링을 제거한 후 남은 요철모양 뚜껑으로 입구를 막고 있는 구슬을 눌러 떨어뜨리는 방식입니다.
이 구슬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중간의 오목한 곳까지만 떨어지는데, 병을 기울여 마실 때마다 다시 구슬이 입구를 막곤 합니다.
한 입 양을 조절해준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냥 구슬이 굴러다니는 것이 재미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는데 진실은 잘 모르겠군요.
따는 방법이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미리 들어둔 차에 자리를 잡고 라무네를 노려보며 구조적 특성을 연구하고 있을 때 갑자기 왠 아저씨 하나가 나타났습니다.
관광버스 운전기사의 복장을 한 그 아저씨는 저를 보고 씨익 웃더니 숙달된 조교의 솜씨로 라무네 뚜껑을 따버립니다.
그리고 제 테이블 앞에 놓아주는데 라무네가 후지산이 폭발한 것 처럼 솟구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아저씨는 악마같은 미소로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유리를 떨굴 때 뚜껑으로 5초 이상 누르고 있어주라고 하더군요.
이 아저씨, 왠지 알고 그랬다는 촉이 옵니다.
제가 새어나오는 라무네를 먹기 위해 병 옆구리를 할짝거리는 모습이 보고싶었나봅니다.
온천물에서 잘 익힌 계란은 맛이 참 좋았습니다.
아버지께서 종종 해주시던 속부터 익는 계란 이야기도 생각났구요.
흰자가 익는 온도는 80도이고 노른자가 익는 온도는 68도라 그 사이의 온도로 계란을 익히면 노른자부터 익는 계란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온천수중엔 그 온도를 만족시키는 곳들이 있는 모양이구요.
하지만 제 간식이죠.(?!)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입니다.(?!)
계란을 좋아하는 저에게 온천계란은 불패의 맛을 자랑합니다.
안내에 따르면 흰자는 소금에 찍어먹고 노른자는 쯔유를 부어먹으라고 되어있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집에 와서도 쯔유를 찾을 정도로 말이죠.
<괴산지옥-오니야마지고쿠>
<백지지옥-시라이케지고쿠>
<혈지지옥-치노이케지고쿠>
<혈지지옥-치노이케지고쿠>
<치노이케지고쿠>
<용권지옥-타츠마키지고쿠>
<용권지옥-타츠마키지고쿠>
<용권지옥-타츠마키지고쿠>
용권지옥에 도착했을 때 마침 간헐천이 솟구치고 있어서 기다리는 시간을 벌 수 있었습니다.
20미터까지 치솟는다는 간헐천을 돌로 막아두었더군요.
확실히 온천 주변의 금속들이 부식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어서, 저런 온천수가 사방에 뿌려졌다가는 남아나는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간헐천 기다리는 시간은 벌었는데 30분에 한번 오는 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매점을 배회하며 어슬렁거리다가 벳부역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고쿠라행 카모메>
북큐슈여행의 마지막 여정은 고쿠라입니다.
큐슈의 북동쪽에 위치한 기타큐슈의 중심지로 번화한 상점가와 고쿠라성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기타큐슈를 찾는 분들은 모지코항을 보거나 시모노세키로 건너가는 경우도 많았는데 저는 시간관계상 역 주변의 고쿠라만 간단히 보고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벳부에서 고쿠라로 넘어가면서 자연 풍광이 점차 공업도시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타큐슈는 큐슈 최대의 공업지대로 신일본제철소와 탄광, 기타 중화학공업지대가 포함된 일본의 대표적인 공업지구이기 때문입니다.
삐죽삐죽 솟아있는 공장지대를 지나면 고가를 달리는 모노레일이 있는 중심 번화가인 고쿠라역이 나타납니다.
<고쿠라 가는 길>
<고쿠라 구식 다리>
<고쿠라 다리>
점심때를 넘긴 시점이라 배가 고파 밥부터 먹겠다며 음식점을 찾아 헤멨습니다.
가게는 많은데 먹을만한 음식이 없어 빙글빙글 돌기를 여러차례 하다보니 눈에 뵈는게 없더군요.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려고 서있는데 도무지 신호가 바뀌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어리버리하며 있을 때 쯤 한국에서 봐둔 자료가 갑자기 머리속을 스쳐지나갑니다.
'일본엔 보행자용 버튼이 있어서 눌러야 건너는 신호를 주는 경우가 있다.'
남아있는 혈당을 간신히 짜내어 버튼을 누르고 길을 건너자 NHK건물과 리버워크 쇼핑몰이 나타났습니다.
쇼핑몰에는 푸드코트가 있고, 푸드코트엔 음식이 있고, 음식을 먹으면 당이 올라가고, 당이 올라가면 인슐린이 나오고(?!),
아무튼 돌아볼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터였습니다.
<보행자용 누름버튼-횡단보도 신호가 오지 않는다면 이 버튼이 있지 않은지 확인해보자.>
<리버워크 앞 하마동상>
밥집이 몰려 있을 법한 층으로 올라가 복도를 걷고 있자니 제 눈에 가챠폰들이 들어오더군요.
일본에서 뽑기하는 것이 인생 취미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리저리 재미난 제품들을 보고 있자니 음료수병에 코디를 할 수 있는 티셔츠 스카프가 있었습니다.
별게 다있군 허허 하면서 지나가는데 역시 일본은 거기서 한 발자국 더 나가는 크레이지들이 사는 곳입니다.
병에 입히는 팬티도 있더군요.
하지만 보고 웃을 수 있으니 곱게 미치는 것은 좋은 에너지를 준다고 생각이 됩니다.
(살뻔했음...)
<보틀 프로듀서>
<보틀 팬티2-무려 2탄이다. 1탄도 있다는 말씀...>
<리버워크 카레우동>
리버워크 쇼핑몰에서 카레우동을 시킨 이유는 작년에 간사이에서 만났던 카레우동이 너무나 맛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만난 카레우동의 카레는 훨씬 더 걸쭉하고 진한 갈색을 띄고 있어 하이라이스에 가깝게 느껴지더군요.
보고있는 앞에서 끓는 물에 데쳐낸 우동을 찬물에 식힌 뒤 카레와 송송 썰은 부추를 얹어줍니다.
옵션으로 구매한 유부초밥 두 조갑이 달콤 짭쪼름하게 밥심을 채워주고 마지막 디저트로는 부드럽고 달달한 계란말이가 제격입니다.
일본에서 제대로 먹은 마지막 식사였기에 더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에너지가 충전되었는데, 카메라 배터리는 여기서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고 맙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남은 일정을 버티게 되었습니다.
<리버워크에서 본 고쿠라성>
배가 불러오자 비로소 정신이 좀 들었습니다.
리버워크 사이로 고쿠라성이 언듯언듯 보이더군요.
일본의 성이 일본 전통문화를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주변에 성이 있다면 놓치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 가보는 편입니다.
흔히 그렇듯 넓은 해자 사이에 천수대를 쌓고 그 위에 지어진 천수각의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 천수각마다 조금씩 다른 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을 보면 저도 이제 일본여행 준 전문가가 되어가는 듯 합니다.
<고쿠라성>
<고쿠라성과 잉어>
<고쿠라성 옆 야사카신사 입구>
<야사카 신사>
<고쿠라성>
<고쿠라성>
<고쿠라성 내부>
<고쿠라성 앞 정원>
<고쿠라성 캐릭터 도랏챠>
<고쿠라 강변>
고쿠라에 온 큰 목적중에 하나는 바로 아루아루시티였습니다.
키덜트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곳인데 지하1층을 포함 도합 8층의 제법 큰 건물이 모두 취미용품점으로 구성되어있는 아주 재미난 곳입니다.
발이 아파 죽을 지경이었을지언정 이 곳에서 발걸음을 떼는 것은 더욱 죽을 지경이었을 정도입니다.
이런저런 상품들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정신따위는 어느새 저 멀리 날아가버리고 말죠.(아 지갑에 돈도
도쿄는 아키하바라, 오사카는 덴덴타운, 큐슈는 바로 이 아루아루시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섯번째 덕을 숨기고 살았는데 이렇게 순간순간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고 마는군요.
<고쿠라역 뒤편 철이와 메텔>
<고쿠라역 뒤편 하록>
<고쿠라역 뒤편 아루아루시티>
<하카타로 귀환>
후코오카에서 첫 이틀을 묵었던 호스텔에서 마지막 밤을 머물게 되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붉은 기운을 뿌리며 떨어지는 태양이 여행의 마지막을 더욱 아쉽게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저녁 느지막히 도착하여 잠들기 전 숙소 근처의 슈퍼마켓에서 한국에 사갈 컵라면과 호로요이 등을 바리바리 사들고
캐리어에 끼워넣기 위해 빡빡한 테트리스를 한판 했습니다.
부디 비행기 안에서 터지거나 하여 캐리어 안을 술바다로 만드는 일이 없기를 조심스레 기원하며 말이죠.
<후쿠오카 전경>
8박9일은 휴가로 치면 제법 긴 시간이지만 여행자의 입장에서 보면 8.9초밖에 되지 않는 찰나의 시간입니다.
많은 것들을 보겠다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일들이 먼 과거처럼 아득히 느껴지는 시간이구요.
그렇지만 비행기 아래 펼쳐진 도시의 모습에서 내가 갔던 곳을 찾아낼 수 있을 만큼은 익숙해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먹는 것 하나, 보는 것 하나 모두 새로운 시선을 가지는 것은 어린 시절에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의 여행도, 모든것이 새롭고 신기하게만 느껴지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새로움 없는 지루한 일상에서 잠시 떨어져 봄으로써 열정적이던 예전의 나를 되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여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순간순간 가졌던 마음가짐을 되뇌이기 위해 저는 이렇게 여행기를 쓰고 있습니다.
<인천앞바다>
인천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하고 브레이크에 몸이 앞으로 쏠리는 느낌이 들면 진짜 여행이 끝났다는 기분이 듭니다.
공항 리무진 버스에 캐리어를 싣고 한시간 반여를 달리면 제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원룸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 곳에 에어컨을 키고 책상 앞에 앉아 냉커피 한 잔을 홀짝이며 저는 2016년의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여행을 가기 전 사전조사를 하며 첫 번째의 여행을, 여행지에서 보고싶었던 것들을 실제로 보며 두 번째의 여행을,
여행기를 쓰기 위해 사진을 들여다 보고, 그때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떠올려 가다 보면 세 번째의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세 번째 여행이 막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8박9일 북큐슈 여행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여행기가 다음 여행자들의 첫 번째 여행이 되길 바라며. 2016.8.11
정보편총 여행 경비 정리왕복 비행기표 : 98,630북큐슈레일패스 : 92,290다자이후그린패스 : 14,350-------------------------총 교통비 : 205,270원후쿠오카2박 숙박비 : 73,300나가사키2박 숙박비 : 56,030가라쓰1박 숙박비 : 48,600유후인1박 숙박비 : 75,600벳부1박 숙박비 : 26,908후쿠오카1박 숙박비 : 29,097--------------------------총 숙박비 : 309,535원식대, 현지 입장료, 기념품비 등환전60,000엔 : 645,000원 (100엔당 1075원 기준)총 여행경비 =교통비+숙박비+환전1,159,805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