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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즈오카를 여행하는 뚜벅이를 위한 안내서 - 1일차
    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6. 11. 9. 19:13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나라 여행을 반복한다.(?!)

     

    4번째 일본여행.

     

    이번엔 시즈오카입니다.

     

     

     

     


    6월에 다녀온 북큐슈의 추억을 곱씹으며 여행에의 욕구를 잠재우던 무더운 8월이었다.

     

    1년에 한번 참기름 쥐어짜듯 경비를 모아 나가는 여행이었던 만큼 2016년에 더이상의 해외여행은 없을 터였다.

     

    그러던 중 실시간 검색어에 '에어서울'이라는 이름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을 보았다.

     

    확인해보니 새로이 취항하는 항공사가 이벤트 특가 항공권을 낸 것이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려 해 보았지만 이미 폭주상태.

     

    여행자가 항공권 특가 이벤트를 잡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힘들다고 했던가.

     

    그날 오후까지 내가 홈페이지의 글씨 하나라도 구경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다 5시가 되자 느릿느릿하게 접속이 되기 시작했다.

     

     

     

    의류 땡처리 첫 날이 지난 후의 행사장을 찾아본 적이 있는가?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알맹이는 싹 빠져나가고 쭉정이만 남아있는 그 휑뎅그렁한 모습을.

     

    알짜 지역과 시간대는 모두 매진이고 남은 표는 얼마 없었다.

     

    '그럼 그렇지 내 팔자에 무슨 특가' 라며 무의미한 페이지 넘기기를 있을 때 10월 말 시즈오카 좌석에 자리가 하나 있었다.

     

    그야말로 떠억하니 있었다.

     

    2박 3일도 가능하고 3박 4일도 가능한 일정.

     

    시즈오카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던 나는

     

    '인터넷에서 시즈오카에 대해 조사하고 오는 동안에도 표가 있다면 너는 내 운명'

     

    이라는 생각으로 시즈오카 관광지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약 5분 뒤에 '후지산만 보고 오더라도 가볼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다급히 항공사 홈페이지를 찾았을 때

     

    그 운명과도 같은 티켓은 아직도 그 자리에서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빠른 결제를 내려주는 것이 역시 인간된 도리일 터.

     

    정신차려보니 내게는 10/29일에 출국하여 11/1일에 귀국하는 왕복 티켓이 손에 들려있었다.

     

    그리고 38,000원짜리 영수증도 함께. 


    낙타가 바늘 구멍을 뚫어냈다!


     


    여행까지 두어달이 남은 시점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숙소를 정하는 것, 엔화를 환전하는 것, 여행계획을 세우는 것

     

    이렇게 세 가지였다.

     

    내게 일본여행 계획의 기본 룰은 다음과 같다.

     

     


    1박에 1만엔, 0.5박에 5천엔, 그러므로 3박4일엔 3만5천엔!


    엔화는 현 시점 전 1개월 내 최저가 기준으로 오차 10% 내에 들어오면 환전할 것.

     

    교통비가 비싸니 패스권을 찾아라!

     

    교통이 결정되면 비용/거리 최적지역의 숙소를 결정할 것.


    패스권의 뽕을 뽑을 수 있는 구체적인 여행계획을 세운다!

     

     

     

    환전 타이밍을 엿보면서 패스권을 찾아보았는데 내 여행에 가장 적합했던 것은

     

    JR 후지산-시즈오카 지역 관광티켓 mini였다.

     

    시즈오카시를 중심으로 서남쪽의 하마마쓰부터 동쪽의 이즈반도까지 시즈오카현을 훑어볼 수 있는 패스였다.

     

    신칸센을 제외한 JR 도카이도 재래선을 무한정 사용할 수 있고 주변 특정 관광지까지는 버스노선까지 지원되는

     

    스루가만 페리 탑승권까지 포함되는 꽤 괜찮은 3일짜리 교통권이었다.

     

    가격은 4,500엔이었는데 당시에 이 티켓의 판매처는 HIS korea라는 일본계 여행사밖에 없었다.

     

    그리고 구매는 구매시점의 엔환율로 환산하여 한화로 구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므로 이 티켓 역시 내가 생각하는 엔환율 최저점에서 구매하는것이 가장 저렴했다.


    인터넷에 영국 EU 재가입 소문(?!)과 일본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등의 물밑작업을 펼치며 엔환율이 떨어지기를 기원했다.




    환전의 시기가 찾아왔을 때 숨겨왔던 나의 90% 환전 우대권을 사용하여 환전을 진행했고

     

    동시에 서울시청에 출격하여 HIS korea 사무실을 급습했다.

     

    현장구매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귀차니즘을 무릅쓰고 종로에 나간 것이다.

     

    시청 건너편 프린스호텔에 위치한 HIS에서 49,000원이라는 거금을 내고 티켓 교환권을 손에 쥐었다.

     

    (지금은 여행박사라는 곳에서 인터넷으로도 판매를 하는 모양으로 나는 배가 많이 아프다...)

     

    숙소는 카케가와역의 Dormy Inn이 개인실로는 저렴한 축에 속했기 때문에 3박을 예약하여 베이스캠프로 확정지었다.

     

     

     

    정작 구체적인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은 자꾸 뒤로 밀리게 되었는데, 한달 반 남은 여행이 실감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모두투어 여행박람회에 시즈오카현 블로그 분이 부스를 만들어 온다고 들어서 대략적인 계획표를 세워 들고 다녀왔다.


    블로그에도 정보가 참 많았지만 실제 대면하고 여러 정보를 듣게 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


    시즈오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이라면 꼭 한번 들러봐야 할 블로그다.


    http://blog.naver.com/goshizuoka



     

    생각없이 빈둥빈둥거리다가 정신이 번쩍 든 것은 출국 이틀을 앞둔 시점이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췜기름 짜내듯 만들어내는 여행경비로 돌아다니는 것이기 때문에 여유따위는 없는 뽕을 뽑는 스케줄을 세우는 편이다.

     

    그래야 같은 금액에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먹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짜여진 계획은 열 패스권이 부럽지 않을 정도이다. 

     

    그런데 출국 이틀을 앞두고도 내 손은 계획표를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콧구멍을 쑤시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이러려고 항공권을 구입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여서, 콧구멍에서 손가락을 빼고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PPT를 만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호텔에서 놀멍 쉬멍 목욕할멍 하면서 멍때리기는 여유로운 여행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시즈오카에는 볼거리가 많았고, 하나씩 집어넣다 보니 계획표는 점점 예상을 벗어나고 있었다. 

     

    시,분,초를 다투는 지옥의 여행계획 PPT가 그렇게 탄생했다.

     

    여행준비는 모두 끝났다.






    <1일차 계획표>





    여행즈음에만 도지는 부지런증세 덕분에 5시 반에 손쉽게 기상한 나는 30분만에 뭉개진 얼굴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전날 미리 준비한 캐리어를 질질 끌며 공항버스 출발점으로 걸어갔다.


    요즘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서 그런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새벽 이른시간 캐리어를 끌고 어디론가 가는 사람'이라는 모습이


    혹여 으스스한 풍경으로 보여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나는 아무런 꺼리낄 것이 없다.'는 표정을 일부러 지어보이며 어색한 걸음을 재촉하여 제 시간에 버스에 탑승했다. 


    일찍 일어난 피로를 잠으로 좀 보충할까도 싶었지만 여행의 시작, 그 특유의 두근거림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좀 달라보이는 것도 내가 오늘은 여행자이기 때문이리라. 




    공항에 도착하니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평소엔 이들을 부러워했지만, 오늘은 나도 이 중에 하나다.


    신나는 마음으로 발권을 하고 탑승동으로 날아가서 탑승게이트에 기다리고 있자니 얼마 안되어 수속이 시작되었다.




     






    <에어서울 좌석>





    일본여행 4회에 저가항공이 아닌 적이 없었기 때문에 에어서울 비행기에도 크게 기대는 갖지 않았었다.


    근데 아시아나의 자회사로 출범하면서 평균 연식 3년 정도의 비행기들로 구성이 되었다더니 생각보다 퀄리티가 좋았다.


    특히 정면에 LCD와 리모콘, USB충전기, 옷걸이 등이 달려있는 것은 정말 신기했다.


    (미주나 유럽노선을 타보신 분들은 흔히 보았을 구성이지만 내게는 문화충격급이었다.)


    리모콘이 신기하다며 이리저리 만지고 있자니 승무원이 와서 물었다.



    "부르셨습니까 승객님?"



    리모콘 버튼중에 승무원 호출 버튼이 있었던 모양이다.


    신기하다고 이것저것 막 누르다 보면 진상을 면할 수 없음을 명심하자. 


    헛걸음에 사과를 드리고 얌전히 앉아있기로 했다. 







    <에어서울 좌석>





    <에어서울 좌석>






    1시간 40여분을 날아 후지산 시즈오카 공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창밖을 내려다보니 구름 가득한 아래 촉촉히 비에 젖은 동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착륙을 하고 보니 직전까지 비가 왔었는지 활주로에 비가 고여 하늘이 비치고 있었다.


    다행히도 날이 개는 중이었는지 파란 하늘이 듬성듬성 보였다. 


    여행에서 날씨는 내 편인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내게 쨍한 시즈오카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하며 공항을 나섰다. 








    <후지산-시즈오카공항 상공>





    <후지산-시즈오카 공항>






    여행 준비단계에서 내가 기억해두었던 한가지는 시즈오카 공항에 후지산이 보이는 전망대가 있다는 것이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면 작은 매점 몇개를 지나 밖으로 나갈 수 있는데 그 곳에서는 탁 트인 시즈오카공항을 만나볼 수 있다.


    그런데 후지산은 보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모습을 쉽게 보여주면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녀석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귀국 전까지만 모습을 보여주면 되지 뭐' 하는 생각을 하며 셔틀버스를 타고 JR 시즈오카역으로 향했다. 







    <후지산-시즈오카 공항>






    <공항버스 USB 충전기>






    한국에서 시즈오카공항에 도착한 사람들의 목적지는 대부분 JR 시즈오카역일 것이다. 


    버스 곳곳에서 한국말이 들려오기 시작하는데 나는 속으로 약간의 경쟁심(?!)을 갖고 긴장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JR 시즈오카역 관광안내소에선 외국인 관광객에게 Wifi 라우터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었는데


    선착순 대여라 물량이 부족하면 빌릴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길찾기와 이동 중 시간때우기 대부분을 인터넷에 의지하고 있는 나로써는 그 wifi 라우터가 여행 필수품이었다. 


    한국 업체에서 서비스하는 포켓 와이파이가 1일에 5,500원쯤 하니까 4일이면 22,000쯤 되는데 이걸 세이브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버스에서 내려 캐리어를 끌고 역 내부로 들어가니 다행히도 곧바로 관광안내소가 보였다.


    1착으로 와이파이를 신청하여 백팩에 넣어두니 마치 김장을 마친 어머니와 같은 뿌듯함과 든든함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닌자 와이파이 무료 렌탈>






    후지산-시즈오카 미니 관광티켓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구입한 교환권을 일본 교환처에서 패스권으로 바꿔야 했다.


    JR 시즈오카역에 교환처가 있었기 때문에(미도리노 마도구치) wifi와 함께 1타2피로 패스권 교환까지 완료할 수 있었다.


    2016년 7월부터 판매중인 패스라 그런지 창구의 직원이 티켓의 정체를 잘 모르고 어버버하는 신기한 모습도 잠시 볼 수 있었다. 


    지난 북큐슈에서 구매했던 북큐슈 레일패스와 비슷하게 생긴 패스권을 받고 나니 이제 무서울 것이 없었다.




    첫날 일정은 시즈오카역에 도착한 김에 그 주변을 돌아보는 것으로 했기 때문에 캐리어를 어딘가에 맡겨둘 필요가 있었다.


    시즈오카역 내부에 코인락커가 세군데 있다는데 그 중 두 곳의 락커가 사용중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고 특히 500엔짜리 락커가 모두 사용중이라 600엔짜리 쓸데없이 커다란 락커를 사용해야 했다.


    막 도착한 터라 잔돈이 없었기 때문에 자판기에 1,000엔을 넣고 망고쥬스 하나를 뽑아 동전을 마련했다.


    그리고 다시 코인락커에 돌아와 100엔을 먼저 투입하고 남은 500엔을 투입하려는 순간, 이 500엔이 안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100엔짜리만 들어가는 기계였던 것이다. 


    다시 500엔을 깨러 자판기에 가서 캔커피 하나를 사들고 돌아왔다.


    뭔가 본격적인 여행 시작 전에 정신력 소모가 상당한 사건이었다. 


    특히 마지막 날에 같은 역에서 지폐가 들어가는 전자식 락커를 찾은 것은 멘탈이 흔들리는결정타였다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캐리어가 해결되었기 때문에 백팩만으로 날아갈듯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역 바로 건너편에 있는 시즈오카 하비스퀘어라는 곳이었다. 




    시즈오카는 반다이와 타미야가 있는 곳이다.


    프라모델이나 미니카를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 이름들을 들어봤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건담을 개발하고 플라스틱 모델(줄여서 프라모델, 건담 플라모델을 또 줄여서 건프라)을 상용화한 반다이의 공장이 바로 이 시즈오카에 있다.


    그래서인지 매년 '시즈오카 하비쇼'라는 이름의 성대한 박람회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내용들 때문에 나는 시즈오카에 가면서 살짝 두근두근 했었다.


    정신연령을 초등학교 어딘가에쯤 동결시키고 살고 있는 내게 장난감이란 영혼을 팔아서라도 가져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시즈오카 하비스퀘어엔 생각보다는 내 취향의 소소한 것들은 없었다.


    구경을 마친 후 미련없이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시즈오카 하비스퀘어>





    <시즈오카 하비스퀘어>





    <시즈오카 하비스퀘어-타미야>





    <시즈오카 하비스퀘어>






    <시즈오카 하비스퀘어-쿠마몬>





    <시즈오카 하비스퀘어-도쿄역 미니어쳐>






    사실 이번 시즈오카 여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대망'이라는 소설이었다.


    아직 2권밖에 읽지 못해서 큰 흐름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라는


    일본 센코쿠시대(전국시대)를 평정한 세 사람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는 책이다.


    인물평에 의하면 오다 노부나가는 '새가 울지 않으면 그 새를 죽인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새가 울지 않으면 꼬셔서 울게 만든다.'


    고 했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새가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린다.'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나의 인물평을 자평해보자면 '새가 울지 않으면 갑자기 치킨이 먹고싶어진다.'라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대망이라는 책은 3인 중에서도 특히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인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어린 시절 인질로 생활하고, 커서도 거듭된 인내로 마침내 일본 통일을 이룩한 바 있어 일본인들의 존경의 대상이기 때문인 듯 하다. 


    바로 그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인질생활을 했고 은퇴 후에 노년을 보냈던 슨푸성이 시즈오카에 있어 한번 가보기로 하였다.


    JR 시즈오카 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시즈오카역 전경>





    <시즈오카역 다케치요(어린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즈오카 차 캐릭터-가을 차 마츠리 홍보중>






    슨푸성은 1585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축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래 스루가 지역의 중심지였던 슨푸는 이마가와 가문이 다스리던 곳으로 어린 도쿠가와(아명은 타케치요)가 인질 생활을 했던 곳이다.


    일본 통일 후 쇼군이 되어 이마가와 가문의 저택이 있던 곳에 성을 지었고, 이후 쇼군에서 은퇴하여 에도에서 돌아오자


    성을 더욱 크게 증축하여 6층짜리 천수각과 3단 해자를 갖춘 거대한 규모로 만들었다.


    하지만 일본 고건축물들의 운명이 으레 그러했듯 화재로 인해 1635년 천수각이 소실되었고 이후 다시 짓지 않았다. 




    그런 역사가 있는 곳이 슨푸성인데 바로 옆에 시즈오카 현청(우리나라로 치면 도청)이 있고 무료로 전망대를 이용할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전망대의 한 쪽으로는 바다가 펼쳐지고 빽빽한 건물들 사이사이에 나무가 가득한 언덕이 듬성듬성 있었다.


    평소에 보던 도시의 풍경과는 무언가 약간 다른 느낌이 있는데 뭐라 명확히 설명하기엔 애매한 다름이었다. 


    직접 보게 된다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금요일이라는 시간적 특성 덕분인지 전망대 내부에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아주 호젓한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시즈오카 여행의 매력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인파에 치이지 않는 여유로움이라고 말해두고 싶다. 


    한국인도 많이 보이지 않고 중국인도 많이 보이지 않는 조용한 여행으로, 화려한 관광지가 아닌 진짜 일본을 만날 수 있다. 






    <시즈오카 현청 전망대-슨푸성>





    <시즈오카 현청 전망대-시즈오카 시내>





    <슨푸성 공원>






    시즈오카 출신의 작가로 짓펜샤 잇쿠라는 사람이 있다.


    1765년 하급 무사의 자식으로 태어나 본인도 무사의 고용인 생활을 했는데 


    이후 작가가 되어 기뵤시(삽화가 포함된 소설)를 쓰며 전업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의 소설 중에는 '동해도중정강말-도카이도츄히자쿠리게'라는 작품이 있는데 에도(도쿄)에서 교토로 가는 도보여행에서 있었던 재미난 일들을 그리고 있다.


    그 소설 출판의 200년을 기념하여 슨푸성 공원 옆에 소설의 주인공인 '야지로베'와 '키타하치' 동상을 세워두었다.


    (이 소설에서 유래하여 일본어로 '야지키타'는 '한 쌍의 익살꾼', '마음이 맞는 친구와의 여행'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처음에 갑자기 무슨 동상인가 한참 생각했는데 역시 인터넷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위 소설에서 컨셉을 따온 '한밤중의 야지키타(2005)'라는 영화가 아주 유쾌하다고 하니 나중에 한번 볼까 싶다. 









    <슨푸성 공원>





    <슨푸성 공원>






    천수각은 불에 타버렸지만 출입구는 여전히 건재하여 거대한 일본식 대문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이 문을 통해 어린 다케치요가 인질로 들어오고, 쇼군을 은퇴하여 위풍당당하게 다시 돌아왔을 것을 생각해 보면 참 재미있다.


    소설 속 인물이었을 도쿠가와가 실제 인물이 되어 다리를 건너가는 모습이 그려지는 것이다. 









    <슨푸성 공원>





    <슨푸성 공원>







    오사카의 오사카성이 임진왜란의 주범 원숭이놈(대망 소설에서 오다 노부나가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부르는 이름)의 성이라


    구경하면서 좀 께름칙했던 것과는 다르게 슨푸성은 여유있는 감상이 가능했다.


    왜란 중 도요토미의 급사 후 정권을 잡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조선에 다시 통신사 요청을 하는 등 원숭이놈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당시 정세가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로써는 원한을 가질만한 대상은 아닌 느낌이다.


    어린 시절부터 볼살 도톰한 꼬마였다는 묘사가 있었기 때문에 시즈오카역의 다케치요상도 그렇게 그려져 있고


    슨푸성에 있는 도쿠가와 동상도 살집이 있는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다. 


    매사냥을 즐겨했다는 이야기가 있어 한 손에 매가 앉아있는 동상인데 많은 이들이 찾아와 사진을 찍고 있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내가 방문했을 당시 시즈오카에서는 다이도게이 월드컵이라고 해서 거리공연 페스티벌 같은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장소로 슨푸성 공원이 이용되는 모양인지 곳곳에 천막과 현수막들을 설치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11월 1일에 귀국하는 나는 11월 3일에 시작하는 공연을 입맛만 다시며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넓은 슨푸성 공원을 거닐고 있자니 예전 천수각이 있던 시절의 위용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슨푸성 까마귀>






    슨푸성 공원에서 다음 목적지로 결정한 곳은 센겐신사였다. 


    신사는 우리에겐 야스쿠니 신사 같은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어서 부정적인 인식의 대상이 되곤 하는 곳인데


    대부분의 신사는 옛 신이나 위인들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일본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곳이다. 


    그래서 관광지 주변에 신사가 있으면 꼭 한번씩 찾아가 보고는 하는 편이다. 


    물론 유래와 역사를 잘 알고 찾아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센겐신사는 여러개의 신사가 한 장소에 모여있는 복합신사이다.


    기본적으로는 캄베신사, 센겐신사, 오토시미오야 신사 세 곳을 메인으로 하야마, 야치호, 스쿠나히코, 타마호코 신사가 결합되어 있다.


    장소는 한 곳이지만 행사나 기타 등등은 따로 진행한다고 한다.


    캄베신사는 오나무치 노 미코토를 모시는 곳으로 일본 신화에서 건국, 농경, 사업, 의학의 신에 해당한다.


    센겐신사는 코노하나사쿠야 공주를 신으로 모시는 곳으로 역시 일본 신화에서 미의 여신, 후지산의 여신을 맡고 있다.


    후지산에 가는 길목에 후지노미야라는 곳이 있는데 그 곳에도 후지센겐신사가 있다.


    미의 여신의 신사인 만큼 만큼 여성이 이 곳을 찾으면 말라있던(?!) 여성성이 되살아나 애인이 생긴다거나 바람난 남편이 다시 돌아온다는 등의


    신사 소개를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어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마지막으로 오토시미오야 신사는 스사노오의 딸인 오토시미오야 노 미코토를 모시는 곳으로 상업과 시장을 보호하는 신이라고 한다.




    시즈오카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관련된 곳이 많은데, 이 센겐신사에도 그의 입김이 들어가 있다.


    쇼군 은퇴 후 슨푸성에 눌러앉은 이에야스는 성 근처에 있던 이 신사의 재건축을 명령했고, 이후 도쿠가와 쇼군 대대로 관리해왔다는 것이다.


    내가 센겐신사를 보았을 때 느낀 점은 '대단히 화려하다.'라는 점이었다.


    그 동안 다른 곳에서 보아왔던 주황에 가까운 붉은 도리이와 건물들과 달리 


    센겐신사의 붉은색은 약간 짙고 어두운 붉은 색이어서 고급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화려하게 새겨진 금박 장식들이 건물을 뒤덮고 있는 점도 그 고급스러움을 더하고 있었다.


    에도 시기동안 쇼군의 강력한 비호를 받던 신사의 위용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센겐도리 입구 도리이>








    <센겐신사-야치호 신사>








    <센겐신사>







    <센겐신사 - 좌 : 센겐신사 / 우 : 캄베신사 >






    <센겐신사 - 하야마 신사 올라가는 계단>






    슨푸성에서 센겐신사로 이동하면서 다리에 비축해 놓은 에너지 상당수를 소비했다.


    돌아갈 체력을 남겨놓지 못한 까닭에 시즈오카역으로 가는 길은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마침 센겐신사 입구에 '슨푸 로망 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본 터라 돌아가는데 저걸 타면 되겠구나 생각했다.


    시간표를 확인해 보니 신사를 둘러볼 시간이 약간 빠듯해서 산 위에 있는 신사는 시간상, 체력상의 이유로 빠르게 포기하게 되었다. 


    원래는 걸어서 시즈오카 역까지 돌아갈 생각이었다.


    '100엔이나 주고 버스를 타다니 차라리 그걸 아껴서 라면을 하나 더 사오겠다.'고 처음에 생각했었는데 다리가 아파오니


    '이 거리에 100엔밖에 안하다니 버스님 감사합니다.'로 자연스럽게 생각의 변화가 이루어졌다.




    슨푸성, 센겐신사, 시즈오카역 등 시즈오카시의 굵직한 관광지들을 순회하는 버스의 이름이 '슨푸 로망 버스'다.


    거리가 얼마가 되었든 탑승 후 하차까지 무조건 100엔이면 해결되는 아주 아름다운 버스다.


    다만 운행이 일찌감치 종료되는 편이라 막차를 타고 간신히 들어온 것은 다행이라고 하겠다.


    내부에는 의자가 정면을 향하지 않고 안쪽으로 서로 마주보도록 되어있었는데


    내가 버스를 타자 동네 어르신들로 보이는 분들이 '아니 이런 곳에 외국인 관광객이?'하는 표정으로 흘끔흘끔 쳐다보곤 하셨다. 













    <슨푸 로망 버스>






    시즈오카역에 도착해서 나는 고민에 빠졌다.


    이른 아침에 출발해서 돌아다니고 있는 이 비루한 몸에 피로가 깃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동쪽을 향해 달리면 시미즈에 갈 수 있고, 그 곳에는 '마루코는 아홉살-치비마루코짱'이라는 애니메이션 테마파크를 볼 수 있었다.


    시간은 이제 겨우 오후 5시 정도가 되었을 뿐이어서 돌아다니자면 아직 더 돌아다닐 수 있었다.


    하지만 다리가 아프고 눈이 감겨오니 자기 합리화가 시작되었다.


    "나는 마루코는 아홉살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없잖아. 가도 별 감흥 없을거야. 내일을 위해 지금은 푹 쉬는게 더 좋을거야.'


    그렇게 나는 지옥의 여행계획 후반부를 포기하고 숙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캐리어를 꺼내어 JR을 타고 카케가와역에 도착했을 때 정말 주변이 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6시가 넘어가면 문을 닫는 점포가 많고, 그에 따라 사람들도 다들 집에 들어가는 분위기가 있다. 


    한국과 표준시는 같지만 더 동쪽에 있어 해가 일찍 지기 때문에 더욱 그런듯도 하다. 


    우리의 밤은 일본의 낮보다 찬란한데 말이다. 


    아무튼 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도미인 in 카케가와에 체크인을 하였다. 


    보통 게스트하우스에 묵는데 이번에는 조금 호기롭게 1인실을 이용했더니 서비스가 엄청 좋았다.


    특히 좋았던 것은 오후9시30분 부터 11시까지 제공되는 야식 라면 '요나기소바'.


    짭짤한 간장에 꼬들꼬들한 라면을 즉석에서 끓여주는데 속이 뜨끈하게 풀리는 맛이었다. (약간 짜긴 하다.)


    그리고 하나 더, 도미인 꼭대기층인 13층에 대욕장이 있었는데 이게 실내와 야외가 있어 아주 재미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야외탕에서 밖을 내다보면 카케가와성에 라이트업이 되어 있어 알몸으로 묘한 기분에 젖어든다. 


    USB충전기를 들고 갔는데 깜빡하고 돼지코를 들고 가지 않아 당황했다.


    이 돼지코도 도미인에서 대여해주고 있어서 좋았고, 객실에 충전기가 있어서 아이폰 4 충전기부터 C type USB까지 모두 커버하고 있었다.


    다음에 도미인에서 묵게 된다면 충전기는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야식과 온천욕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내일의 일정을 다시 정리했다.


    오늘은 반나절짜리 여행이지만 내일은 새벽부터 밤까지 긴 시간 강행군이 될 터였다.


    포근한 침대에서 절로 감겨오는 눈에 몸을 맡기며 내일을 기대했다. 







    <도미인 익스프레스 인 카케가와>





    <숙소 야경 - 카케가와 성 라이트 업>








    1일차 종료.













    정보편



    1. 후지산-시즈오카 관광 티켓 mini


    2016년 7월부터 판매중인 따끈한 신상패스입니다.


    기본적인 정보는 http://touristpass.jp/ko/fuji_shizuoka/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타미에서 도요하시까지 시즈오카를 길게 가로지르는 JR 도카이도선 재래선을 3일간 무제한 탑승 가능합니다. 


    재래선은 철도같은 것으로 지정석 예약석 같은 것이 없이 그냥 타서 앉으시면 됩니다.


    구매는 HIS korea 현장구매 혹은 여행박사 인터넷 구매가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6년 11월 기준)


    구매시 여권이 반드시 필요하고, 수령하는 것은 패스 자체가 아닌 교환권(MCO)이라서 시즈오카에 도착 후 교환이 가능한 장소에 가서 교환해야 합니다.


    시즈오카의 주요 JR역에서 교환이 가능하고 도쿄역이나 신오사카역 등에서도 교환이 가능합니다. (위 링크 참조)


    JR탑승 방법은 개찰구가 아니라 승무원이 상시대기하는 가장 사이드측의 통로에 패스를 보여주고 지나가면 됩니다. 


    도카이도선 이외에도 슈젠지~미시마를 연결하는 이즈하코네철도, 후지~시모베온천을 연결하는 JR미노부선도 이용 가능합니다.


    버스노선은 하마마쓰, 시미즈, 신후지~가와구치코, 가와구치코~고텐바, 도이~슈젠지, 누마즈~야마나카성터 등을 이용 가능합니다. 


    역시 위의 링크를 잘 참조하시면 노선도와 시간표가 잘 나와 있으니 확인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본의 경우 버스시간표도 거의 딱 맞아떨어지게 도착하기 때문에 시간표를 잘 활용하면 낭비 없는 여행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해당 패스로 시미즈항과 도이항을 연결하는 에스펄스 드림 페리를 탑승할 수 있는데, 마구로킵뿌 등도 페리 탑승이 가능하므로 


    여행 루트를 잘 살펴보고 패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시즈오카 주변과 후지산 주변, 이즈반도까지 넓직한 관광을 할 예정일 때 


    이 후지산-시즈오카 관광 티켓 mini가 효율적이리라 생각됩니다. 


    아쉽게도 본 패스로는 시즈오카 공항에서 시즈오카 시내로 접근은 되지 않기 때문에(애초에 시즈오카 공항에 패스 교환 장소가 없음.)


    해당 비용은 따로 생각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2. 닌자 와이파이



    http://blog.naver.com/shizuoka_ct/220841975392


    시즈오카 에어서울 취항 기념으로 에어서울 이용자에게 닌자 와이파이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습니다.


    여행 기간에 상관 없이 대여일과 반납일을 작성하여 빌릴 수 있어 아주 좋습니다.


    반납의 경우도 빌린 곳에 직접 돌려주는 것 분 아니라 나리타/하네다,츄부,니가타,고마츠,칸사이,후쿠오카,가고시마,나하,시즈오카공항


    등지에서 반납이 가능하고, 묵었던 호텔 서비스를 이용하여 착불로 보내는 방법도 된다고 합니다. 


    인터넷 속도도 대단히 좋았을 뿐 아니라 켜놓고 12시간 정도는 너끈히 버텨주는 배터리도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닌자 와이파이 충전기에 USB포트가 하나 더 달려있어 전자기기 충전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외에 티켓 관련 질문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아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성심껏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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