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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가이포크스광고와 함께하는 이야기 2020. 2. 23. 01:06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브이 포 벤데타 스포 주의, 가이포크스 소설 스포주의-
"V For Vendetta"라는 영화를 재미나게 본 기억이 있다. 디스토피아 세계에서 무정부주의를 꿈꾸는 V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V는 극우정권이 들어선 영국의 억압적 통치를 부정하기 위해 가이포크스의 가면을 쓰고 정부를 공격하는 테러리스트다. 그는 한 개인으로서 거대한 국가권력에 맞서 홀로 고군분투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국가를 두려워하고 있어 V에게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 그러다 V의 사후에서야 결국 시민들은 깨쳐 일어나고 "국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이야기를 부르짖기 시작한다.
V는 외형적으로 가이포크스의 가면을 쓰고 있을 뿐 아니라 실제 캐릭터의 구상도 가이포크스의 이야기를 차용했다. 영화를 본 후에 검색을 통해 더욱 깊이 알아보았기 때문에 가이포크스에 대한 간단한 정보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서평단을 통해 가이포크스의 이야기를 조금 더 풍성하게 들여다 볼 기회가 생겼다. 물론 전기물이나 역사서가 아닌 소설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각색된 부분은 충분히 감안을 하며 보았다.
16세기 종교개혁의 바람을 타고 영국 또한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독립하고자 영국 국교회를 정립하고 가톨릭을 배척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가톨릭을 신봉하는 이들의 재산을 몰수하고 목숨을 앗아가는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 당연히 가톨릭측의 반발이 발생하게 되었는데, 이 중에는 잉글랜드 상원 의회의 지하에 폭약을 설치하여 테러를 자행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여기에 깊이 관여하였던 인물이 가이 포크스(Guy Fawkes)로 당시 제임스1세 암살미수 주동자로 꼽히던 사람이다.
소설은 이 가이포크스의 이야기를 좀 더 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가톨릭 사제들이 사형을 당하고, 가톨릭 신부를 숨겨주었다는 이유로 투옥되는 벌어지는 상황이 펼쳐진다. 래드클리프 경의 집에 숨어지내던 올드콘 신부와 이를 돌봐주던 래드클리프경의 딸 비비아나 래드클리프는 가톨릭 사제를 색출하러 다니는 문장관보의 급습에 당황하지만 홀연히 나타난 가이포크스의 등장으로 위기를 넘기고 도망의 길에 오르게 된다. 가이포크스는 이들을 탈출시키고 마법사를 만나 자신의 거사가 실패하는 미래를 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념을 꺾지 않고 의회가 있는 런던을 향해 나아간다.
사실 역사적 결과를 이미 알고 보는 소설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거사는 누군가의 밀고로 실패하고 붙잡힌 가이포크스는 혹독한 고문을 받다 사형을 당하게 되는 결론을 이미 알고 있기에 예언이든 무엇이든 그 파멸을 향해 치달아가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차라리 그 내용을 모르고 읽는다면 조금은 더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었을까?
소설 가이포크스는 사실 브이 포 벤데타의 일면을 느껴보고자 했던 나에게는 조금 당혹스러운 책이었다. 스타일리시한 액션이나 파시즘에 대한 저항이 주된 흐름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200여년 전에 쓰여진 400년 전 이야기다보니 종교탄압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되면서 문체가 상당히 옛스러웠다. 번역은 원서 문체의 맛을 잘 살렸다고 생각되지만 현대인이 읽기에는 조금 답답한 면이 없잖아 있어보인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책 도입부 전에 번역자의 권한(?!)으로 영국 국교회의 성립 과정과 가톨릭 탄압에 대한 간단한 배경 지식 정도를 넣어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가이포크스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