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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역 주변 탐방(차이나타운, 동화마을, 근대문학관, 자유공원 등)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5. 11. 2. 14:12
사진은 스마트폰 LG G4가 수고해주셨습니다.
저는 인천에 6세~25세까지 19년을 살았습니다.
지금은 서울에 나온지 제법 되었습니다만 그래도 마음의 고향은 인천이죠.
그런데 인천도 제법 큰 도시라 살면서 가볼 일 없는 곳이 생깁니다.
저는 인천지하철 끝자락 부근에 본가가 있는데, 1호선의 인천역은 제법 먼 곳입니다.
(아직도 인천에 살았다 하면 바닷가 보이냐고 물어보는 분들 계십니다... 송도는 배타고 들어가냐고 물어보는 분도 있다고...)
20여년의 세월동안 인천에 살면서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차이나타운을 이번에 가보게 되었습니다.
일요일 아침부터 점심까지 볼 거리가 끊이지 않는 좋은 곳이더군요.
저는 차이나타운, 동화마을, 근대문학관, 개항박물관, 자유공원 정도를 보며 돌아다녔습니다만,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주변에 볼거리가 더 많이 있으므로
하루 날을 잡아 가족 나들이를 하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1호선의 끝자락에 가면 인천역이 있습니다.
하차하면 바로 앞에 "중화가"라고 쓴 커다란 문이 있습니다.
"여기가 차이나타운이다."라고 외치는 듯한 중국푼의 문이기 때문에 일부러 안보려고 해도 놓칠 수 없는 랜드마크입니다.
이 곳에 들어가면 차이나타운이 시작됩니다.
정문을 지나면서 나오는 북성동 주민센터입니다.
과연 차이나타운 답게 주민센터도 중국풍의 장식이 되어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디테일들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끌어들이는 좋은 요소가 되는 것 같습니다.
동행인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관계로 혼자서 먼저 주변 구경을 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중국집들은 문을 열지 않은 이른 시간이기 때문에 정문을 지나 왼쪽이 외치한 동화마을을 만저 들러보기로 합니다.
동화를 테마로 하여 조형물과 벽화를 설치한 마을입니다.
동화속에 나올 법 한 색감과 조형들이 아주 인상깊은 곳이죠.
전번에 통영에서 동피랑 벽화마을을 방문했을때와는 또 다른 감성의 마을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와서 사진도 찍고 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배전반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로봇으로 탈바꿈한 재미난 곳입니다.
하늘에는 너구리가 전등을 부여잡고 있군요.
이런 설치미술 하나가 환경에 주는 영향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하얀 담벼락에 북극곰 한 마리가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림에서만 볼 수 있게 되지 않도록 환경보호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하늘에 우산이 걸려 날아다니고 있고(찢어진 우산이긴 하지만..) 개구리도 있고 곰돌이도 있네요.
생활공간과 상점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테마로 어우러지는 곳입니다.
동화마을의 특징은 바로 이 원색에 가까운 색감인 것 같습니다.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것 뿐 아니라 판넬을 부착해서 입체감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며 색이 조금씩 바랠 것 같은데, 사후 관리가 중요할 것 같네요.
벤치의 개구리가 "엄지척"을 하고 있습니다.
전신주를 '잭과 콩나무'의 콩나무 줄기로 만들어서 잭이 기어오르는 장면을 표현했습니다.
전신주 끝에 가면 진격의 거인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동화마을의 모토를 잘 보여주는 화사한 색감입니다.
물론 동화마을은 오래된 마을을 기반으로 하여 외관을 꾸민 마을이므로, 잘 찾아보시면 이런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동화마을 언덕에서 내려오는 길을 굽어보면 대한사료 공장까지 주욱 이어지는 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제가 간 날은 일요일이라 교회에 오신 분들까지 해서 많은 사람들이 있었네요.
조경이 잘 되어있는 곳이기 때문에 길가의 꽃에서도 화사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벌 한마리가 꿀을 빨고 있군요.
작은 규모의 트릭아트를 상시전시하고 있는 곳입니다.
연인과 함께 추억을 남기는 쏠쏠한 재미가 있겠네요.
근데 내 연인은 어디있지?
계단 하나도 색을 입히면 이렇게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 곳을 돌아다니면 동심이 절로 솟아날 것 같네요.
생각없이 지붕을 쳐다보니 '늦었다.'를 외치며 달려가는 토끼가 보입니다.
저는 저 토끼를 보며 앨리스를 떠올리지 못하고 토끼고기가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화마을에서도 동심을 되찾기는 틀렸군요...
동화마을을 벗어나서 다시 차이나타운을 가로질러 개항박물관을 향해 걸어가 보았습니다.
인천 중구는 예전 일제 강점기에 청국, 일본, 기타 외국인들이 들어와 살던 곳입니다.
강화도조약 이후 일제와의 제물포조약에서 제물포가 개항되었습니다.
그래서 제물포에 일제 식민지배의 잔재들이 남아있죠.
일본 제1은행, 제18은행의 지점 건물 등이 남아있어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지나가다 한 건물의 기둥에 쓰인 낙서를 보며 빵 터져 지나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 소원을 기각한 사람은 누구일까요?ㄷㄷㄷ
일제강점기 일본식 건물이 남아있는 거리.
치욕의 역사라며 덮어 없앨 것이 아니라 잘 보존하여 후손에게 교훈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주변에는 한국 근대 문학관이라고 해서 조선 후기부터 해방 전까지의 우리나라 문학의 역사를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근대문학을 좀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단순히 책만 나열된 곳은 아니기 때문에 연인, 가족 단위로 와서 구경하셔도 좋을 것 같네요.
왕짜장 앞에서 사진도 한번 찍어보면 좋겠죠?
젓가락이 제 키보다 더 큽니다...
사진 보니까 배고파지네요...
예전에 청기와에 백색 몸통이었던 선린문은 보수작업과 단청작업을 하여 현재와 같이 화려하게 변했습니다.
차이나타운의 가장 곡대기에 있는 문이라고 봐도 좋겠죠.
주변으로 초한지 벽화거리가 새겨져 있어, 장기에 새겨진 초한의 역사를 그림과 함께 구경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근처에는 최초의 서구식 공원인 자유공원이 있습니다.
미국과 통상조약을 맺은 것을 기념하는 탑이 있습니다.
그리고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자유공원 앞마당에서 내려다 본 인천항의 모습도 좋았습니다.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제물포 구락부(클라부->클럽) 건물도 볼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살던 외국인들이 사교를 하던 장소라는데 내부 구조가 제법 고풍스럽고 사교클럽의 느낌이 물씬 풍겨납니다.
지친 발걸음을 쉬일 수 있는 의자도 많이 있어서 자판기 커피 한잔 하시며 쉬어가시면 좋을 것 같네요.
앞서 일본인 거리를 보여드렸었는데요.
위쪽을 통해 다시 걸어가다 보면 그 거리를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청나라와 일본인들이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나누어서 배정해 주었는데, 각각 청국조계, 일본조계라 불렀습니다.
그 경계면 사이로 계단을 배치하고 꼭대기에는 공자상이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차이나타운의 핫한 플레이스인 삼국지 벽화거리도 지나가 보았습니다.
삼국지에 대해서 아는 것을 자랑하듯 동행인에게 잘난척 해 보았습니다.
삼국지라는 이름과 유비/관우/장비는 한번쯤 들어본 이름이죠.
삼국지를 열번 읽은 사람과는 논쟁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많은 교훈을 품고 있는 중국의 대표적 역사서? 소설? 아무튼 책 입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인천역에서 집에 가기 위해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한국 철도가 탄생한 곳이지만, 인천 가장 끝자락에 있어 가보기 힘들었던 곳을 보고 나니, 이렇게 괜찮은 곳을 모르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주말에 시간이 나신다면 1호선 열차를 타고 인천역에 와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근현대의 역사도 공부하고, 맛있는 중국음식도 먹고, 사진도 많이 촬영할 수 있는 좋은 곳인 인천역에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