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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브릿마리 여기 있다그외에 함께하는 이야기 2016. 12. 7. 14:06
잔소리를 많이 하는 사람이 있다.
집을 빡빡 닦아놓지 않으면 신경이 쓰여 참을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유리 세정제는 꼭 특정 메이커를 써야하고, 수저통은 순서대로 가지런히 정리되어야만 하는 사람도 있다.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들으면 볼을 움푹 빨아들이고 '하'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다.
저녁을 오후 6시에 먹지 않는 것은 교양인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하는 사람이 있다.
브릿마리가 바로 그 사람이다.
<여전히 매력적인 다산책방의 표지디자인>
프레드릭 배크만의 전작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의 등장인물 브릿마리가 이번 작품의 주인공이다.
전작 '할미전'에서도 그랬다고 하지만 이번 '브릿마리 여기 있다'에서도 브릿마리는 아주 까다롭고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자각하지 못한 채 상대를 불편하게 하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직장을 구하다가 보르그라는 작은 마을에 들어가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뒷표지, 볼을 오목하게 판 채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브릿마리, 핸드백, 고무장갑, 유리세정제 펙신, 축구공, 운동장. 이것으로 이야기는 완성된다.>
40년 동안 동네를 벗어난 적 없이 과탄산소다로 집 구석구석을 청소해온 그녀.
그녀는 결혼한 뒤로 뭘 고쳐본 적이 없다.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상책인 것 같았다.
남편은 "여자들은 이케아 가구도 조립할 줄 모르잖아"라고 했다.
결국 그녀에게 남은 꿈이라고는 바람 부는 발코니와, 어쩌다 한번씩이라도 그녀의 수고를 알아주는 남편뿐이었다.
처음부터 아무 기대도 없었떤 게 아니다.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기대의 유통기한이 지났을 뿐.
누군가의 그늘 속에서 사는 데 이골이 난 그녀일지라도 남편에게 내연의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한 지붕 아래 있을 순 없다.
그녀는 하얀 차를 몰고 운전이란 걸 해서 난생처음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브릿마리는 이케아 가구를 직접 조립할 작정이다.
-표지 후면 소개문-
<책 내부>
책을 읽으면서 내 습관에 대한 생각을 했다.
길을 걸으면서 손이 비어있을 때 허공에 손가락을 놀리며 피아노를 치곤 한다.
잘 치지도 못하는 피아노지만 건반을 뚱땅거리며 스트레스를 풀고 즐거워하던 것들이 무의식에 남아있는 모양이다.
누군가가 유심히 지켜본다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습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브릿마리의 많은 습관들도 무언가 이유가 있어 생긴 것들이 대부분이다.
처음에는 그 행동들이 너무나 눈살 찌푸려지는 것들이라, 도무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없었다.
100여페이지쯤 넘어가고 있을 때 그녀의 행동이 변화하고 습관의 내력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나는 덜컥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그녀가 겪은 많은 아픔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으로 그녀를 싫어하고 있었던 것이다.
브릿마리는 갑작스러운 보르그행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미지의 인물(이름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새미, 오마르, 파이어릿, 뱅크, 스벤 등을 만나며 서서히 그 속에 녹아들어간다.
절대로 섞일 것 같지 않던 사람들이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여는 마법같은 장면이 이 책의 백미다.
특히 초반 100페이지에서 '뭐 이따위 주인공이 다있어.'라며 좌절하게 했던 사람이 나를 감동시킨다면 더더욱.
그래서 이 책의 저자인 프레드릭 배크만에게 참으로 감탄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내용을 본격적으로 언급할 수 없음에 이 서평을 읽는 분들께 참 죄송한 마음이다.
하지만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브릿마리의 여정을 따라가는 중요한 포인트라 재미를 반감시킬 우려가 있어 자제하기로 했음에 양해 구해본다.
자아실현 없이 똑같은 나날들에 매여 사람과의 관계가 시들해진 분이 있다면
이 '브릿마리 여기 있다'를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아, 물론 그저 재미나고 따뜻한 소설을 읽고싶은 분들도 마찬가지다.
본 서평은 네이버 이북카페 지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