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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로시마를 여행하는 뚜벅이를 위한 안내서 - 3일차
    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9. 5. 22. 16:44

    3일 차에는 이와쿠니와 미야지마에 다녀오기로 했다. 이와쿠니는 사실 히로시마현에 속하는 곳은 아니지만 히로시마를 찾는 사람들이 워낙에 많이 방문하다 보니 '히로시마 투어리스트 패스 와이드'버전으로 갈 수 있게 해 놓았다. 나는 처음부터 이와쿠니에 갈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와이드버전으로 구매해 둔 상태였다. 가장 이른 차가 여덟 시경에나 있어서 아침시간이 아깝던 차에 전날 봐두었던 포토스폿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강 중앙에 물에 거의 잠기다시피 한 나무 몇 그루가 있는데 그곳에 백로가 잔뜩 앉아있던 것을 봐두었던 것이다. 이동하는 버스에서 본 것이라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아쉬웠는데 아침에 비는 시간을 이용해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터미널이 있는 겐초마에(현청앞)까지 노면전차를 타고 이동한 뒤에 아스트램 라인으로 갈아타 후도인마에 역에서 하차하면 닿는 곳이다. 겐초마에까지 가는 것은 히로시마 패스가 커버하는 노면전차 영역이었지만 아스트램 라인은 포함되어있지 않아서 아쉽게도 생돈을 내고 다녀올 수 밖에 없었다. 패스를 손에 쥐고 쓰게 되는 이런 돈이 왜 이렇게 아깝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 정도면 '내가 자린고비였구나.' 하겠는데 가고는 싶으면서 돈은 쓰기 싫으니 이건 그냥 엉덩이에 뿔난 송아지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무튼 시간과 돈을 들이는 이상은 뽕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도인마에역에서 내려 길을 건너가니 강가에 자리 잡은 맨션 옆으로 조깅도로가 잘 나있었다. 아침시간이라 등교하는 학생들도 많았는데 이른 시간에 일본스타일스럽지 않은 꼬맹이(?!)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대니 여간 신기한 게 아니었는지 계속 흘깃거리며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든지 말든지 나는 새떼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일단 물에 잠긴 나무가 강 한복판에서 자라고 있는 것도 꽤나 인상 깊은데 그 위에 터를 잡고 앉아있는 백로들을 보게 되니 참으로 신기했다. 아마도 서식지 군집인 것 같은데 원래 백로가 이렇게 떼를 지어 사는 새인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사는 동네인 관악구의 도림천에는 기껏해야 한 마리 또는 두 마리 정도가 개천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 정도를 보았을 뿐이니 백로는 개인생활을 즐기는 새라고 생각할 법하지 않은가. 하지만 홍학이나 두루미 같은 새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을 생각해 보면 군집으로 사는 것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새의 생태까지 알기에는 나의 지식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

     

    새 사진을 한참 찍고 다시 돌아가기 위해 길을 걷는데 건너편에 왠지 눈에 익숙한 건물이 보였다. 히로시마에 오기 전에 인터넷에서 이리저리 조사하던 중 만화책 '슬램덩크'의 후반부 전국대회편의 배경이 히로시마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어떤 블로그에서 슬램덩크 배경지 성지순례를 위해 히로시마에 왔다 간 것을 떠올렸다. 그곳에 있었던 건물이었다. 심지어 슬램덩크의 백미 강백호와 서태웅이 손뼉을 마주치는 장면의 배경이 된 곳이라니 멀리서 보았지만 왠지 감동스러웠다. 실제 장소는 '히로시마 경제대학교 이시다 기념 체육관'인데 그 모양만으로 용케 기억이 났구나 싶어 기분이 좋았다. 일본에는 이렇게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한 만화들이 많은 데다 그중 메가히트작도 많아서 지역 알리기에 공헌하기도 하는데 이런 부분은 꽤나 부러운 부분이다.

     

    체육관 덕분에 꽤나 기분 좋은 마음으로 이번에는 후도인을 찾았다. 아스트램에서 내렸던 후도인마에 역은 말 그대로 부동원 이라는 이름의 절 앞에 있는 역이다. 마침 가고 싶은 곳의 옆에 있어서 들러보긴 했지만 사실 볼 만한 곳이 있지는 않았다. (있었으면 관광책자에 쓰여있었겠지...) 나름 금당이 일본 국보라고 하는데 무언가 건축사적인 의미가 있을까 싶어 이리저리 둘러보았는데 문외한인 나로서는 알 수 없었다. 시간도 너무 일러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을씨년스러웠던 기억으로 남았다. 가볍게 둘러보고 터미널로 향했다.

     

     

     

    백로군락지

     

     

     

     

     

    슬램덩크 산왕전 배경 체육관

     

     

     

     

     

    후도인

     

     

     

    터미널에서 이와쿠니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위의나라라는 지명과는 다르게 돌은 도통 보이지 않고 녹음이 우거진 초록의 나라였다. 아마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워낙에 이른 시간에 출발한 첫 차라 사람이 많이 타고 있지 않아서 '우르르 내리는 곳이 관광지'라는 나의 평소 지론을 써먹기도 애매해서 내리면서도 연신 불안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제대로 내린 셈이 되었다. 널찍한 개천(혹은 작은 강)을 사이에 두고 넘실거리는 아치 다리가 보였기 때문이다. 5월의 녹음이 니시키강에 반사되어 세상은 온통 초록이었다. 아마도 잠시 뒤면 강을 노니는 유람선이 될 배들도 한쪽에 나란히 정박되어 있었다. 일찌감치 움직이면 사람이 바글거리는 관광지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참 좋다. 산자락 위에 자그맣게 성 하나가 볼록 튀어나와 있었는데 그곳이 최종 목적지인 이와쿠니성이다. 멀리서 볼 때는 너무 작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그렇게 작지만은 않았던 기억이다. 

     

     

     

    이와쿠니 전경

     

     

     

     

     

    이와쿠니 긴타이쿄

     

     

     

     

     

    이와쿠니 전경

     

     

     

     

    이와쿠니의 최고 경치는 역시 킨타이쿄라고 할 수 있겠다. 비단띠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킨타이쿄는 마치 비단옷을 가로지르는 허리띠같이 완만한 아치형 다리로 물 위를 다섯 번 넘실거린다. 마치 물수제비를 뜨기 위해 던진 돌이 그리는 궤적 같은 느낌이다. 차가 지나다닐 수 있게 개조된 교토의 도게츠교와는 다르게 사람만 다닐 수 있는 진짜배기 목재다리인데 특이한 것이 초반 아치의 경사 부분은 얕은 계단이고 높은 부분만 곡면으로 설계되어 있다. 계단을 오르는 기분이 사뭇 아찔해서 거동이 불편한 분들께는 추천하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이 다리를 건너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이와쿠니성 꼭대기에 올랐을 때 보이는 풍경이 킨타이쿄의 진짜배기 모습이라 생각하기에 가급적 건너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신기하게도 킨타이쿄는 다리에 들어가기 전에 입장료를 받는다. 사실 도하에 대한 입장료라기보다는 다리 관리비 및 그 건너편 성하마을의 관람료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는 케이블카를 타는 것까지 포함된 세트를 구매할 수도 있고 세트로 구매하면 조금 더 저렴하다. 그리고 히로시마 와이드 에어리어 패스를 사용하면 추가 할인이 있다. 여러모로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는 패스다. 

     

     

     

     

    긴타이쿄

     

     

     

     

     

    긴타이쿄

     

     

     

     

     

    긴타이쿄

     

     

     

     

     

    긴타이쿄 근처

     

     

     

     

    긴타이쿄를 건너 성하마을 같은 곳을 지나면 케이블카를 타는 곳이 나온다. 워낙에 이른 시간에 도착한지라 사람이 많지 않은 편이라 기분 좋게 경치를 구경하며 오를 수 있었다. 산을 오르며 내려다보이는 이와쿠니의 풍경이 장관이었다. 멀리 바다까지 보이는 넓게 펼쳐진 풍경 속에는 일본 특유의 낮달 막 한 건물만 옹기종기 모여있어 아기자기하면서도 정갈한 모습을 자아냈다. 특히 먼 곳에서 본 긴타이쿄의 특이한 형태가 강 위에 화룡점정처럼 놓여있어 감탄했다. 오랫동안 지켜온 다리 하나가 풍광을 이렇게까지 인상 깊게 할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있다. '우리는 옛것을 너무 바꾸려고만 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우리가 경복궁과 숭례문을 보면서 조선시대를 느끼듯, 후대의 한국인들도 무언가 건물을 통해 대한민국의 2000년대를 볼 텐데, 과연 무엇이 남아있을까? 멋들어진 건축물은 해외의 유명 건축가에게 의뢰하여 만들어내기 때문에 세련될 수는 있지만 한국 고유의 것이라고 하기엔 어렵다. 무언가 명확한 의지를 가지고 선정하여 남기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최소한 역사와 관광이라는 가치를 후대에 전할 수 있을 것이다. 

     

     

     

     

    성하마을

     

     

     

     

     

    이와쿠니성 로프웨이

     

     

     

     

    케이블카를 오르니 넓은 공터가 하나 있고 오른쪽으로는 산책로가 있었다. 같이 타고 온 사람들이 먼저 출발하기를 기다리며 공터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아무래도 사람이 부대끼는 관광지보다는 나만을 위해 준비된 것 같은 고즈넉한 관광지가 좋다. 특히 사진을 찍을 때 사람은 꽤나 구도를 아쉽게 하는 요인이기도 해서 가급적 이른 시간, 사람이 없을 때를 골라 움직이는 것이 습관이 된 듯하다. 시간이 지나 발걸음이 뜸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천천히 산책로를 향해 걸었다. 전날 내린 비가 우거진 수풀에 가려져 아직 마르지 않은 상태였다. 축축한 바닥에 축축한 숲내음이 남아 몸에 끈적끈적하게 들러붙었다. 산책로 끝에서 진흙투성이의 나무계단을 오르니 비로소 최종 목적지인 이와쿠니성이 보였다. 

     

     

     

    이와쿠니성

     

     

     

     

    이와쿠니성 앞에서 한참을 이래저래 사진을 찍다가 건물을 올랐다. 안그래도 산길을 거슬러 올라온 탓에 숨이 찼는데 몇 층인가 계단을 오르면서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경치가 좋은 곳이 높은 곳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 걸어 올라가다 보면 체력이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보려고 이 계단을 또 오르고 있나 하는 생각을 번번이 하게 되는데, 막상 오르고 나면 그런 고생을 씻은 듯이 날려주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그랬다. 성의 최고층에 올라가니 사방으로 창이 나 있었고 맞바람이 불어 더위를 싹 가시게 해 주었다. 들고 다니던 휴대용 선풍기보다도 몇 배는 더 강력한 바람이 전신을 때려주니 정신이 돌아왔다. 그제야 발아래 펼쳐진 풍광에 눈을 돌릴 수 있었다. 성하마을은 나무가 많아 푸릇푸릇한 와중에 일본 전통가옥들의 구조가 보였고, 거울 같은 강의 가운데를 질러가는 마치 용트림을 보는 듯한 구불구불한 긴타이쿄가 그 운치를 더했다. 그 건너편으로는 최고 3층을 넘지 않아 보이는 낮은 건물들이 펼쳐져 있고 그보다 멀리로는 언듯언듯 바다가 보였다. 이른 시간에 도착한 덕분에 관광지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고요한 동네의 풍경이 방해받지 않고 눈에 한가득 들어왔다. 한참을 앉았다 일어났다 하며 이와쿠니의 풍경을 감상했다. 

     

     

     

     

    이와쿠니성에서 내려다 본 긴타이쿄

     

     

     

     

     

    이와쿠니성

     

     

    오후에 미야지마에 가기로 했기 때문에 아침부터 조금 서둘렀던 일정이었지만 이와쿠니성 관람을 마치고 내려오니 여유가 있었다. 남는 시간에 케이블카 탑승장 주변에 잘 정비되어있는 성하마을을 구경하기로 했다. 길이 반듯하고 정비가 잘 되어있는 느낌이었다. 오후시간에 가까워 오면서 슬슬 관광객들도 많이 몰려들고 있었다. 특히 어르신 단체관광객이 많은 것을 보면서 이 지역의 일본 내에서의 위치가 어떤 느낌인지 조금 와닿았다. 핫한 관광지라기보다는 전통적인 관광지 같은 느낌이었다. 여기저기 거닐며 꽃도 보고 건물도 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이와쿠니역으로 향했다. 

     

     

    성하마을

     

     

     

     

     

    성하마을 난초밭

     

     

     

     

     

    긴타이쿄 낚시꾼

     

     

     

     

     

    긴타이쿄 물가

     

     

    가지고 있었던 히로시마패스로는 히로시마와 이와쿠니를 연결해 줄 뿐이고, 이와쿠니에서 직접 이쓰쿠시마(미야지마)로 가는 방법은 없었다. 정 패스권을 쓰려면 히로시마로 돌아갔다가 다시 이쓰쿠시마행 히로덴을 탑승하거나 해야 하는데 괜히 빙 도는 셈이므로 시간 타산이 맞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이와쿠니 내에서 패스권으로 닿을 수 있는 이와쿠니 JR역까지 온 뒤에 330엔을 들여 JR을 타고 미야지마구치역에서 내렸다. 한국 돈으로 3500원쯤 되는 돈인데 있다가도 없을 돈이고 없다가도 있을 돈이지만 이상하게 일본에서 쓰려면 아깝기 그지없다. 그래도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편안해진다. 

     

    미야지마구치역에서 조금 걸으면 미야지마로 들어가는 페리를 탑승할 수 있다. 히로시마패스가 있으면 JR에서 운영하는 페리를 탑승할 수 있다. 같은 장소에서 마츠다이키센 페리도 운영중인데 히로시마패스로는 이용할 수 없다. 심지어 JR페리가 더 빙 돌아서 수중도리이 근처를 확실하게 보여주면서 지나간다고 하기 때문에 관광에 더욱 적합해 보인다. 나는 어차피 패스로 뽕뽑을 생각이 가득하므로 당연히 JR에 탑승했다. 잠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니 페리가 금세 도착했다. 로테이션으로 페리가 운용되고 있어서 배 시간 간격은 걱정 안 해도 되어 보였다.  

     

     

    가가쿠 난릉왕 동상 (이츠쿠시마 신사에서 진행되는 공연)

     

     

     

     

     

    미야지마로 가는 페리

     

     

     

     

     

    미야지마 도리이

     

     

    이츠쿠시마섬으로 점점 다가갈수록 물빛이 초록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6월의 짙은 녹음이 바닷물까지 번져있는 듯 했다. 멀리에 그 유명한 도리이가 보였을 때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사람이 개미만 하게 보이는 거대한 도리이의 위용이 처음에는 멀리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배가 점점 다가갈수록 사람대비 얼마나 큰 도리이인지가 느껴졌다. 일설에 의하면 이츠쿠시마섬은 섬 자체가 신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도리이를 섬에 심을 수 없어 바다에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로프웨이도 심어놓고 온갖 가게가 판치는 곳이다. 신성함이 많이 사라진 것일 수도...) 도리이를 쓱 훑은 배가 선착장으로 가 사람들을 내려주었다. 

     

     

    계속 왕복하는 페리

     

     

     

     

     

    미야지마 사슴

     

     

    아직 간사이의 나라현에는 방문을 해보지 못했다. 그 곳에 사슴이 뛰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여기서 먼저 경험해 볼 줄은 몰랐다. 지천에 사슴이 잔뜩 있었다. 다만 나라에선 사슴먹이용 센베를 팔아서 사슴들이 대단히 저돌적(?!)이고 이츠쿠시마의 사슴들은 온순한 편이라고 한다. 나 같아도 달달구리한 것을 주다말다 하면 갖고 있는 사람한테 매달릴 것 같기는 하다. (사실 나라의 사슴공원의 센베는 설탕을 전혀 쓰지 않고 밀가루와 쌀겨만 사용했다고는 한다.) 일본에서 사슴이라는 것이 신이 타고 온 신성한 동물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한다. 단순히 탈것의 용도를 넘어서 신의 사자라고까지 인식된다고 하니 사슴의 위상을 알만하다. 때문에 함부로 하거나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서 이렇게 길거리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게 되었다. 항상 사람과 함께 하다 보니 야생동물이면서도 사람의 손길을 무서워하지 않는 동물이 된 셈이다. 나도 일본 아니면 어디서 사슴 엉덩이를 만져보겠나 싶다. 참고로 사슴털은 생각보다 뻣뻣하다. 

    사슴이 사람들, 특히 여자사람들의 백을 물어뜯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화장품 같은 것들이 달달한 향기를 내서 먹이를 달라고 물어뜯는 것이라고 한다. 남자들은 사슴이 가까이 오면 얼굴을 밀어내거나 하면서 피할 수 있는데 여자들은 백을 놓치고 도망가거나 하기 때문에 여자만 공격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야생동물이라도 사람과 오래 하다 보면 영악해지는 법이다. 나도 길을 걷다가 왠 사슴이 유모차를 질질 끌고 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걸 말리려고 어떤 여자분이 유모차 반대쪽을 붙잡고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웬 오지랖이 갑자기 생겨서 사슴을 툭툭 건드려 유모차를 놓게 하고 여자분께 괜찮냐고 여쭤보니 괜찮다고 하셨다. 다행히 유모차에 아기가 있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여자분께 돌려드리려고 하니 자기 것이 아니란다. 자기도 마침 물고 가는 것을 봐서 붙잡았을 뿐이라고 했다. 졸지에 주인 없는 유모차를 사슴에게서 획득한 나는 주인을 몇 번 찾아보았으나 결국 없어서 주변의 나무둥치에 놓아두었다. 아기라도 타고 있었으면 어디 파출소에라도 갖다 줬을 텐데 그렇지도 않은 그냥 낡은 유모차였다. 그 여자분은 왜 그걸 붙들고 계셨던 건지 모르겠다.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어서 민망한 상태로 도망치듯 피해 나왔다. 

     

     

    미야지마 브루어리, 스타벅스

     

     

    신이 사는 땅 이츠구시마에도 스타벅스는 자리잡았다. 작은 섬에 관광객이 얼마나 많이 오던지 맥주를 제조하는 브루어리까지 생겼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스타벅스에서 같이 운영하는 맥주공장이라고 생각했는데 별개의 브랜드가 같은 자리에 있을 뿐이었다. 맥주가 꽤나 맛있다고 하는데 아직 낮술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라서 바깥에서 구경만 하고 돌아왔다. 관광객이 많은 동네라서 아마 스타벅스에 들어갔더라도 자리 하나 잡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미야지마 도리이 썰물

     

     

    도리이가 있는 방향으로 꾸역꾸역 걸었더니 모래뻘과 함께 도리이가 나타났다. 참고로 이츠쿠시마 도리이는 이츠쿠시마신사에서 바깥으로 돌출된 무대(?!)의 일직선상의 정면에 위치하고 있다. 신사에 입장하면 그 멋진 절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다만 물이 빠졌을 때는 좀 별로다. 그래서 물이 빠졌을 때는 굳이 돈을 내고 신사에 들어가기보다는 도리이 근처에 직접 가서 구경하는 것이 훨씬 좋다. 도리이까지 향하는 길은 다른 곳보다 단차가 조금 낮아서 썰물이 빠져나가는 물길이 있다. 그 주변은 물이 거의 완전히 빠지는 길이라서 사람이 걸어서 나갈 수 있다. 여전히 질퍽거리는 것은 그대로이지만 갯벌은 아니라서 신발에 묻거나 하지는 않았다. 도리이에 가까이 다가가니 더더욱 거대한 크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츠쿠시마도리이의 높이는 16m이다. 2m짜리 거대한 사람이라도 8명은 있어야 하는 높이다. 재미난 점은 도리이가 땅에 박혀있지 않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기초공사 없이 그냥 뻘 위에 얹어져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태풍이나 지진해일이 왔을 때 땅에 박혀있는 도리이는 쉽게 부러질 수 있어서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면 밀물일 때 물에 둥둥 떠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가장 상층의 기와구조물인 용마루의 무게를 무겁게 만들어서 누르고 있는 형태라고 한다. 생각해 보니 일반적인 도리이가 기둥 두 개로 지탱하고 있는 것과 달리 4개의 보조기둥을 두고 있는 것이 좀 신기했는데 그런 공법상의 이유라고 하니 납득이 간다. 땅에 심어둔 것이 아니니 보조기둥 없이는 그냥 쓰러지는 형태인 것이다. 

    참고로 도리이를 정면에서 보면 정확하게 중앙에 위치하는 묘한 형태의 건축물이 있다. 섬 건너편 히로시마방향의 산자락에 놓여있는 이 건물은 평등대권회라는 종교단체의 건물로 일부를 개방하여 미술관, 레스토랑으로 쓰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누가보아도 이츠쿠시마 도리이의 중앙에 놓기 위해 계획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신성한 경관을 꽤나 망치는 기분이 든다. 이츠쿠시마쪽에서 미야지마도리이를 바라보면 거의 100프로 프레임이 걸린다고 보면 된다. 일본의 몇몇 종교단체의 건물들의 외관이 꽤나 독특한 경우를 보게 되는데 (세계진광문명교단 이랄까, 숭교진광 이랄까, 영우회 랄까) 이곳도 손에 꼽을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야지마 도리이 밑둥

     

     

    가까이서 본 이츠쿠시마 도리이의 밑둥에는 따개비가 가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에 반나절은 바닷물에 잠겨있는 곳 아닌가.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따개비 중간중간에 1원짜리니 5원짜리니 하는 것들이 박혀있었다. 일본 동전 5엔은 일본어 발음으로 고엔(五円)인데 인연이라는 한자도 고엔(御縁/ごえん)이라는 발음이라서 5엔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는 썰이 있다. 인연이 생기고 싶은 사람이 5엔을 붙이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츠쿠시마 도리이의 밑동에 동전을 붙여놓으면 부식되거나 하면서 손상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현재는 하지 않는다는 인식도 많이 생겼다고 한다. 

     

     

    미야지마 상점거리

     

     

    오늘은 도리이에 물이 가득찬 모습을 눈에 담고 가겠다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저녁까지 시간을 때울 필요가 있었다. 이츠쿠시마섬이란 이른바 관광객을 가둬놓은 호갱모집처(?!)같은 느낌이기 때문에 무엇을 보고 먹더라도 저렴한 곳은 잘 없었다. 나갈 때까지는 섬의 물가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무엇을 먹기보다는 섬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산책하기로 했다.

    이츠쿠시마신사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1400년 전으로 올라간다. 당시 신탁을 받아 첫 창건된 이후 12세기 헤이안시대 말기에 이르러 최고권력자인 타이라노 키요모리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방문하며 힘을 실어주어 지금의 형태가 되었다고 한다. 이를 기려 신사 앞에 키요모리의 동상이 있다고 하니 찾아보는 것도 작은 재미가 될 듯하다. (나는 여행을 다녀온 뒤에 알게 된 정보라 아쉽게도 어디 있는지 보지 못했다.) 도리이도 사실은 7번이나 손상이 있어서 현재의 도리이는 8번째로 140년 전에 세운 도리이라고 한다. 물론 140년도 대단해 보이긴 한다. 

     

     

    미야지마 풍경

     

     

    섬의 전체적인 풍경은 꽤나 전통적이다. 정갈하게 정비되어있는 수로와 널찍한 길들 좌우로 일본 전통방식의 낮은 건물들이 위치하고 있다. 건물도 대부분은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어 산의 경관을 해치지 않는다. 스타벅스와 미야지마브루어리 건물 정도가 현대식인 정도다. 들어올 때 주민들이나 신사 측의 반대가 있었을 법도 한데 어떤 협상으로 가능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로프웨이의 마감시간이 생각보다 일러서 이츠쿠시마의 미센산에 올라보지 못해서 조금 아쉬웠다. 사실 헉헉대며 로프웨이 입구까지 걸어갔는데 마감시간이라고 해서 눈물을 머금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미리 알아봤다면 그리 힘들게 올라가지 않았을 텐데 사전 정보검색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츠쿠시마 신사 너머로 본 미야지마 도리이

     

     

     

    도리이가 측면으로 보이는 곳에 위치한 돌의자에 앉아서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할 일이 없으니 핸드폰만 계속 보게 되는데, 보조배터리도 없이 계속 만지작거리다 보니 배터리가 바닥나기 시작했다. 나중에 미야지마의 밀물을 타임랩스로 촬영하려고 했는데 낭패였다. 이때부터는 핸드폰도 만지지 못하고 심심해서 어쩔 줄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일어나자니 다리도 아프고 할 일도 없고 해서 계속 앉아 물멍을 때렸다. 등받이라도 있는 의자였다면 편했을 텐데 앉는 자리만 있는 의자라서 기대고 누울 수도 없었다. 다행히 사람들이 많이 오는 장소가 아니라서 카메라가방을 베개 삼아 조금씩 눈을 붙였다. 거의 노숙자와 다름없었다. 

     

     

    거대한 주걱

     

     

    중간에 다시 심심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상점가 구경을 하러 다시 다녀왔다. 왠 커다란 주걱이 있는데 당시에는 무너지도 모르고 그저 크기에 감탄했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미야지마가 주걱의 발상지란다. 우리가 항상 사용하고 있는 밥주걱이 겨우 2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당시 이 섬의 승려인 '세이신'이 저 주걱을 만들었고 그것이 세계에 퍼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점을 기려 거대한 주걱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나무를 합친 것 같지는 않고 통짜나무를 깎아 만든 것 같은데, 저 정도의 주걱을 만들려면 나무를 얼마나 큰 것을 이용한 것인가 싶어 놀랍기만 했다. 주걱의 발상지로도 모자라 전국 주걱생산량 1위를 자랑하는 곳이 이 미야지마라고 하니 주걱부심을 부릴 만도 하다 싶다.

    지금 계속 이 섬을 이츠쿠시마라고 불렀다가 미야지마라고 불렀다가 하는데 사실은 같은 곳이고 이름을 달리 부를 뿐이다. 예전에는 이츠쿠시마(厳島)라고 불렀는데 쓰기도 어렵고 해서 지금은 미야지마라고 통일되어 부른다. 다만 신사의 이름은 여전히 이츠쿠시마신사이기 때문에 한 섬에 두 가지 이름이 병행된다. 미야지마(宮島)의 미야(宮)는 한자로 집이나 궁궐을 의미하는데, 일본에서는 신사라는 의미도 있어 신사가 있는 섬이라는 의미의 미야지마로 쉽게 통하는 듯 하다. 

     

     

    미야지마 도리이

     

     

     

     

    모미지만쥬

     

     

    무심코 상점가를 돌아보고 왔더니 어느새 손에 미야지마의 명물이라는 모미지만쥬가 있었다. 모미지는 단풍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해 단풍모양의 빵이다. 안에는 팥소가 들어있어 호두 없는 호두과자를 생각하면 딱 맞다. 빵반죽 자체에 설탕을 많이 넣었는지 굉장히 단 맛이 났다. 너무 달아서 목이 말라 주변을 돌아보니 자판기가 하나 있었는데 먹을만한 음료수가 쿠우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에선 요즘엔 보기 힘든 음료수인 것 같은데 반갑기도 하고 오렌지맛이 상큼했던 기억이 있어 냉큼 사 먹어보았다. 단 빵을 먹고 단 음료수를 먹으니 당이 폭발해서 괴로웠다. 아무리 단 맛을 좋아하지만 이 조합은 좀 아닌 것 같다. 

     

     

     

    석등

     

     

    이윽고 주변의 석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해가 홀랑 넘어가있었다. 이츠쿠시마 신사도 뻘밭에 기둥으로 서있는 볼품없는 모습에서 점차 신령한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바로 바닥까지 찰랑거리는 물이 인상깊었다. 아쉽게도 저녁시간에는 신사 입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바깥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노출을 길게 잡았더니 파도가 깎여나가고 평평한 물길이 되어 더욱 신비로운 느낌이 있었다. 

     

     

    이츠쿠시마신사 밀물

     

     

     

     

     

    미야지마 도리이 밀물

     

     

    밀물이 되자 도리이도 물에 잠겨있었다. 일본3경은 확실히 물에 잠겨있을 때 볼만한 곳이었다. 늦은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남아 물 위에 떠있는 듯한 도리이를 감상했다. 이따금씩 유람선이 나타나서 도리이 사이를 들락날락했다. 꽤나 넙데데한 배였는데 운전을 잘하시는지 부딪치는 일 없이 잘 드나들었다. 처음에는 배가 드나드는 모습도 신기해서 사진에 열심히 담았는데, 나중에는 배가 너무 자주 와서 도리이만 고즈넉하게 찍을 수 없을 정도였다. 아무리 돈이 된다고 하지만 신령한 곳과 일상세계를 나눈다고 하는 도리이를 배까지 타고 와서 들락거려야 쓰겠냐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물론 전적으로 찍사로서의 의견일 뿐이다. 

    열심히 사진을 찍다가 밀물이 들어오길 기다리기 지루해져서 다시 상점가로 향했다. 가게들이 슬슬 정리하고 문을 닫고 있었는데 한 가게가 아지 열심히 굴을 굽고 있었다. 비릿한 바다내음에 이끌려 들어가니 굴구이를 2개 400엔에 팔고 있었다. 굴을 원래 좋아하기도 하고 석화굴 맛있는 것은 잘 알고 있던 터라 먹어보고는 싶었는데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던 것이 가격때문이었다. 굴 두 알에 사천 원이라니. 사실 만원이면 한 사발은 먹을 수 있는 게 굴 아니던가? 하지만 히로시마가 워낙에 굴로 유명한 동네고 미야지마의 굴구이가 또한 별미라고 하니 고민을 좀 했을 뿐 먹기로 결정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 없었다. 특히 선착장 주변에서는 500엔에 판매하던 것을 이곳에서는 400엔에 팔아서 심적인 부담감이 덜했던 것도 영향이 있었으리라. 그렇게 레몬즙이 뿌려진 굴구이를 입에 털어 넣으니 바다가 입안에서 춤을 췄다. 직화로 구워내서 촉촉하면서도 불맛이 있어 아주 만족스러웠다. 500엔이었어도 사 먹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야지마 도리이 밀물

     

     

    도리이의 뒤쪽으로는 히로시마 구석 동네의 불빛이 은은히 빛나고 유람선이 아직도 사람들을 실어나르고 있었다. 물이 차오르고 해가 지면서 조금씩 쌀쌀한 느낌이 들었고, 주변에 사람들도 현저히 적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신사에 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고 가려고 조금 더 버텨보았지만 섬에서 나가는 마지막 배를 놓칠 수는 없었다. 섬에서 총 9시간을 있었으니 이곳저곳을 다양하게 보기 위해 빠듯하게 돌아다니는 나로서는 꽤나 시간을 많이 투자한 셈이다. 그래도 기다린 값을 한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관광객으로 가득 찼던 동네가 어느새 어둠에 잠식되어 있었다. 가게들도 문을 닫고 손님들도 없었다. 섬의 진짜배기 모습은 이때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사람의 발길이 금지되었던 신령한 섬의 일부를 체험하고 가는 느낌이었다. 

     

     

    미야지마 상점가 밤

     

     

     

     

     

    미야지마 도리이 밤

     

     

     

     

     

    미야지마 상점가 밤

     

     

    새카맣게 변한 미야지마를 뒤로 하고 유람선에 탑승했다. 도리이만 몇 시간을 보았더니 돌아가는 배에선 따로 챙겨서 보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저 따뜻한 배 안에서 땀에 찌든 몸을 조금 쉬이고 싶을 뿐이었다. 배는 금세 나를 육지에 내려주었고 2시간이 더 걸리고 나서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간은 이미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모미지만쥬에 쿠우 한 캔, 굴구이 두 조각을 먹은 게 다였을 뿐이라 배가 요동을 쳤다. 들어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숙소 로비에 앉아 밥을 먹었다. 마침 지나가던 숙박객이 나를 보더니 "혹시 한국사람이세요?"하고 물어봤다. 밥 먹는 모습만으로 한국사람인 것을 간파한 것은 아닌 것 같고 내 행색이 워낙에 한국사람스러웠나 보다. 물어본 사람도 한국인이었는데 히로시마에 와서 3일 만에 처음 만난 한국사람이라 좀 반가웠다. 가볍게 스몰토크를 나누고 여행 잘하시라 서로 덕담을 나누었다. 그 사람도 타지에 와서 만난 한국사람이 반가웠는 모양이다. 이런 게 한민족의 정이라고 해야겠지. 나중에서야 생각한 건데 혹시 그 자리에서 "아닙니다. 내래 북조선에서 왔시요."라고 장난을 치면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해졌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꼭 써먹어봐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벌써 전체 일정의 반을 넘기고 있었다. 여행을 하는 시간은 어찌 이리 빠르게 흘러가는 것일까. 잠자는 시간도 아깝다며 투덜거리는 사이 꿈나라로 빨려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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