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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강명 작가와의 만남
    사람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8. 10. 3. 23:27


    2018년 10월 2일 무거운 몸뚱이를 이끌고 나는 강남역으로 향했다.


    전자책 판매점인 리디북스에서 '장강명 작가와의 만남'이벤트에 신청한 것이 덜컥 당첨되었기 때문이다.


    '설마 되겠어?'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한 것인데 이렇게 되버릴 줄이야.


    아무래도 이번주 로또는 당첨되길 포기하는게 나을 것 같다.




    장강명 작가님은 내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한국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댓글부대, 호모도미넌스, 표백 등등을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잘 읽히는 글을 쓰면서도 사회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말을 현학적 표현들로 망쳐버리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에 쉽게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안다.


    언젠가 멋들어진 글을 쓰고 싶은 나도 추구하는 방향은 이런 쉽게 읽히는 글쓰기다.


    롤모델인 셈이다.




    강남에 행차한 이유는 책을 한 권 사기 위해서였다.


    장강명 작가님의 책은 모두 이북으로 발매가 되어있어서 전자책으로 독파했는데 사인을 받으려니 아무래도 종이책이 있었으면 했다.


    나만큼이나 책을 좋아하는 어머니께 빌려드렸다 돌려받을 요량으로 과감하게 종이책을 중복(?!)구매하기로 했다.


    '호모도미넌스'로 고른 이유는 어머니가 보시기에 무리가 없을 것 같기도 했고(댓글부대는 아무래도 좀 그렇다...)


    이야기의 흐름에 가장 푹 빠져서 보았던 책이라서기도 하다.


    '5년간의 신혼여행'이라는 책에서 호모도미넌스에 쏟은 열정과 그에 비례하지 않은 판매고(!)를 안타까워하시는 장면이 있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 재미난 책이 어째서?'라는 의문이 든다.


    어쨌든 내가 인세 1권어치만큼은 도움이 된 셈이다. (전자책까지 하면 2권어치는 되겠다.)


    교보문고에서 책을 사들고 나와 이벤트장소인 선릉역으로 향했다.


























    행사장소는 선릉에 있는 '최인아 책방'이라는 곳이었다. 


    붉은 벽돌 외장을 한 고풍스러운 건물은 아무리 생각해도 책방이 있을만한 자리가 아니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4층에 올라 행사장에 들어서니 사방에 높다란 책장엔 책이 가득했고, 신데렐라가 곧 뛰어내려갈 듯한 2층에서 내려오는 계단도 있었으며


    한쪽켠에 마련된 카페에는 연신 커피가는 소리와 볶은 원두 내음이 퍼져나왔다.


    지적 행위를 한다는 느낌이 단단히 드는 이 공간에 나는 순식간에 빠져버렸다. 




    이름으로 가볍게 수속을 마치니 기념품이라며 종이백 하나를 가슴팍에 안겨주었다.


    머리털이 흩날리고부터는 공짜를 멀리하려고 했는데, 굿즈의 유혹을 뿌리칠 순 없었다.


    커피도 무료로 제공되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일찌감치 포기하고는 오른편에 마련된 '리디페이퍼프로'에 눈을 돌렸다.


    나는 전자책 전용 e-ink기기인 리디페이퍼를 갖고 있는데 꽤나 만족하며 독서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리디페이퍼프로를 손에 만져보기 전까지는...


    없던 물욕이 절로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화면은 크면 클수록 좋다고 했다.


    옛말에 '대대익선'이라 하지 않던가?
















    노라는 리디셀렉트에 연재중인 SF소설인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 정도의 구성이다.


    현재 6화까지 올라와 있는데 이날 낭독회를 위해 7화와 마지막화를 리디페이퍼프로에 넣어서 공개하고 있었다.


    앞선 6편을 잘 읽고 왔기 때문에 여기서 서서 남은 두편을 순식간에 읽어제꼈다.


    미래를 엿본 느낌이라 우월감도 살짝 들었다. 




    책을 다 읽고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 기념품에 들어있던 샌드위치를 우적우적 씹어먹었다.


    안에 들어있는 파프리카가 어찌나 신선하던지, 세상에 나만 저작운동을 하는 듯 우적우적 소리가 사방에 퍼지는 듯 했다.


    사과도 슬라이스쳐서 들어있었던 것 같은데 사각사각 소리가 우적우적소리와 멋진 조화를 이뤘다.


    사람들 귀에 들릴까 민망하여 삼키듯 먹어치웠다. 































    시간이 지나 장강명 작가님이 나타났다.


    소설의 인물에 본인이 어느정도 투영되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여지없이 깨버리는 순딩순딩한(?!)모습의 작가님이었다.


    기자생활을 오래 하셨다고 해서 날카로운 눈빛, 지적 건방짐 같은 것이 있을 줄 알았는데 순딩순딩한(?!) 모습이었다. 


    나는 가끔 소설의 캐릭터를 작가의 페르소나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곤 하는데, 이날도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순딩순딩한 모습 속에 숨어있는 날카로운 시선이 있겠다는 생각은 후광효과 같은 것일까?


    책은 커녕 이야기 한번 완결짓지 못한 나에게는 하늘같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7회와 마지막회를 본인의 목소리로 낭독하며 선보이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가 어떤 느낌일지 너무나 궁금하다.


    궁금해서 미치기 전에 언젠가 꼭 한번 경험해볼 수 있기를.


    어떤 사람에겐 느낌표를, 어떤 사람에겐 물음표를, 어떤 사람에겐 쉼표를 부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사인회시간이 되어서 가방에 고이 모셔온 책을 들고 쭐래쭐래 나가 '좋은 작가가 되시라'고 한말씀 써주실 수 있는지 조심스레 여쭈었다. 


    좋은 문구가 있다며 한 문장 넣어주시고 부탁드렸던 좋은 작가 되시란 문장도 넣어주셨다.


    넉넉한 팬서비스에 팬심은 한층 더 두터워졌다.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하더라고요.'


    내가 계속 무언가를 쓰고싶어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아 기분이 묘해지다가


    '나는 써야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믿음없는 의문에 숙연해졌다.


    내가 정말 써야 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쓰게 되겠지.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언젠가는 '장강명 키드'가 되어서 '그때 그 사람이 저였습니다.'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지.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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