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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평]엑스맨은 어떻게 돌연변이가 되었을까?
    그외에 함께하는 이야기 2019. 12. 5. 15:17

     

     

    이 책의 부제는 '대중문화 속 과학을 바라보는 어느 오타쿠의 시선'이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의 엄청난 힘을 알고 있고,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지만 우리가 잘 이해할 수 없는 학문을 한다는 이유로 과학자는 괴짜 취급을 받기 일쑤다. 과학에 대한 상식을 줄줄 읊다 보면 오타쿠라는 평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가 인문학 혹은 감성의 영역과 만나게 되면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는 무궁무진하다. 저자는 아마도 이런 이유로 대중문화를 이용해 독자들을 꼬셔 과학의 영역에 발담그게 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영화에는 다양한 과학기술적 관점이 들어있다. 특히 SF장르에서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저자는 '쥐라기 월드', '엑스맨', '나는 전설이다', '아마겟돈', 등을 통해 생명의 진화와 멸망을 다룬다. '그녀', '아이로봇', '혹성탈출', '바이센테니얼맨'을 통해 AI, 인격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율리시즈', '타이타닉'을 거쳐 '마션'에 이르며 점차 넓은 공간으로 지각의 장을 넓혀가는 인류의 과학기술을 이야기한다. 여기에 더해 '버킷리스트', '내 머릿속의 지우개', '캡틴 아메리카' 등으로 질병 치료기술 등에 대해 다루고, 심지어는 '몬스터 주식회사'를 통해 차원 이동에 대한 이야기까지 만들어낸다. 

     

     

    대중문화를 통해 과학을 다룬다고는 하지만 이 책이 다루는 과학적 깊이는 그리 얕은 편만은 아니다. 상당히 깊숙한 곳의 최신 이론이나 논문까지도 한 번씩은 언급하고 있어 새로운 관점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다만 과학 입문서라고만 보기에는 몇몇 기본적인 부분에 있어선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 있어 개인적으로는 과학에 대한 기본적인 학습이 되어있는 사람이 읽기에 더욱 편안한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책이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타겟으로 하여 그 속에 들어있는 과학 이야기를 함으로써 과학의 저변을 넓히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대중문화에 대한 접근이 조금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중문화에 대한 언급은 초반 한두 페이지 정도에 아주 간략하게 이뤄질 뿐이고 이후에는 과학 이론에 대한 집중적인 분석과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논란점에 대한 것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대중문화 부분을 조금 더 언급한 다음에 넘어갔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영화의 팬도 이 책의 독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꽤나 불편하게 보일만한 부분도 있다.

     

    캡틴아메리카와 그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있었다면 저렇게 각색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마지막 영화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이다. 평행우주 개념을 담기 위해 이 영화를 다뤘는데, 사실 이 소설(그리고 영화)의 원작자와 캐릭터 디자이너는 위안부와 관련하여 잇따른 망언을 해서 국내에서는 출판사가 책을 절판시킨 상태다. 평행우주의 개념을 다룬 수많은 작품중에 하필이면 이 작품을 언급했어야 하는지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결론적으로 책은 과학도의 입장에서 꽤나 재미나게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대중문화의 요소가 아니더라도 과학에는 신비롭고 재미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더 많이 부각된 점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특히 어려운 내용을 편하게 읽히게 하기 위해 노력했을 작가의 고생이 눈에 선하다. 앞으로도 이런 구성의 책이 종종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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