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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옥산 육백마지기
    사진과 함께하는 이야기 2022. 3. 7. 21:31

    서울 하늘에서 별을 볼 순 있어도 쏟아지는 별은 보기 힘듭니다. 미세먼지가 없어야 하고, 날씨가 맑아야 하며, 광해(빛공해)가 없어야 하고, 가급적 달도 없는 게 좋으며, 공해가 더 줄어야 합니다. 아무래도 서울에서는 경험하기 힘듭니다. 위와 같은 조건을 만족시키는 장소가 있다면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닿는다고 하더라도 별을 찍을 시간에는 차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자차가 있어야 하겠죠. 여러 가지 요건 중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별을 쏟아내기는 쉽지 않은 셈입니다. 

    동호회에서 은하수를 카메라에 담는 교육 겸 출사를 진행하셔서 위와같은 조건을 한 번에 해결하여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어두운 길을 구불구불 한참을 오르고 비포장도로까지 거친 다음에야 청옥산 풍력발전단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차창엔 습기가 가득 차서 바깥 풍경을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감탄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하늘에 별이 이렇게 많았구나 하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강원도에 살고 싶다는 생각도 조심스레 하게 되더군요. 

    새벽 3시가 되자 스멀스멀 은하수가 지평선을 넘어 올라옵니다. 맨눈으론 잘 보이지 않아 카메라에 장노출을 잡아 미세한 빛까지 잡아내 보았습니다. 그러자 비로소 선명한 은하수의 형태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카메라에 안개처럼 빛의 무리가 길게 잡혔을 때 환호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은하수의 실체를 만나본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매일 밤 서울 하늘에서도 뜬다면, 삭막한 사람들의 마음도 조금은 촉촉해질 수 있을까요. 집에 와서 사진을 편집하면서 만난 빛의 스크래치가 별똥별임을 알았을 때 잊고 있었던 전설과 신화들이 살아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야경 촬영을 마치고 여주 신륵사에 들러 일출을 촬영하면서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구름이 어느새 몰려와서 태양은 흐릿해졌지만 마음만은 아주 선명한 동그라미를 그려 가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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