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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 룸스프레이 The Scent of PAGE그외에 함께하는 이야기 2023. 9. 13. 13:14
인간의 기억은 신기하다. 재미나게 보았던 영화의 음악을 들으면 감동이 되살아나고 행복했던 장소에 다시 방문하면 마음이 훈훈해진다. 영화를 본 것도 아니고 행복한 순간이 다시 온 것도 아니다. 그저 함께 했던 음악을 듣고 행복했던 장소에 방문한 것일 뿐이다. 하지만 연관되어있는 옛 기억이 소환되며 그때와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냄새도 그렇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저자 마르셀 푸르스트는 마들렌을 먹다 고향에서 숙모님이 주셨던 마들렌을 떠올렸다. 그리고 고향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냄새가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푸르스트 효과'라고 한다. 이 효과는 학습능력 향상이나 마케팅 등에 이용된다. 나는 이 효과를 마케팅에 이용하는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교보문고라고 생각한다.
교보문고에 들어가면 공통적인 향을 맡을 수 있다. 책을 읽는데 좋은 향을 골라서 교보 자체적으로 조향한 것인데 유칼립투스와 편백나무를 기반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책을 구입한다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기 때문에(물론 문제집이나 학습서를 구입하는 것은 열외로 치고) 이 행복감이 교보문고의 향과 연결되지 않을까 싶다. 나만 하더라도 일단 교보문고에 발을 내딛는 순간 냄새와 함께 약간 기분이 고양되는 감각이 있다. 물론 향이 아니라 지름신때문에 두근두근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교보문고는 매장에 향을 뿌리는 것을 넘어서 이 향을 디퓨저와 룸스프레이로 개발하여 판매하기에 이른다. 꽤나 궁금하던 차에 생일선물로 이 제품을 받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생선을 주신 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려본다.
유칼립투스와 편백나무향을 조향했다고 하는 말처럼 기본 향에서 나무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교보문고에 자주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분명히 알아차릴 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방에 뿌렸을 때 내가 있는 곳이 순식간에 교보문고로 변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냄새가 주는 연상효과가 대단했다. 독태기가 와서 종이책이 잘 손에 잡히지 않는 중이었는데 룸스프레이 한방으로 종이책을 읽고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과장같다고 생각되겠지만 진심이었다. 물리적으로 책을 가깝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심정적으로 책과 가까워지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교보 룸스프레이 The Scent of PAGE는 교보문고에서 맡을 수 있는 시그너처 향을 담은 룸스프레이다. 공간에서 나는 잡다한 내음을 지워줄 정도로 강력한 향이기도 하고 교보문고에 방문하는 기분을 상시키셔준다는 점에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책을 좋아해서 교보문고를 종종 찾는 분이라면 꽤나 만족할만한 상품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