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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기행문-1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3. 11. 15. 13:38
다녀오기를 8월 말에 다녀오고 했지만
정작 여행기를 쓰는데는 시간이 꽤 걸리고 말았습니다.
사진을 먼저 올리고 틈틈이 내용을 추가해서 드디어 완성이 되었습니다.ㅎㅎ
기행문 한번 봐 주이소~
오징어, 호박엿으로 유명한 울릉도.
독도와 함께 전 국민에게 잘 알려져 있는 섬이지만, 가본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그런 곳입니다.
저는 사실 올 여름에 일본여행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할 줄 아는 외국어가 일본어였고, 외국에서 그 나라의 언어로 생활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은 2011년부터 가보려고 시도하고 있었죠.
11년 3월엔 지진해일로 원자력 발전소에 문제가 생겨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들 했습니다.
당시 일본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저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여행지를 제주도로 결정하게 됩니다.
2박 3일간의 짧은 여행으로 아쉬움을 많이 남긴 즐거운 여행이었죠.
< 11년도 제주여행기>
당시 2박 3일동안 제주도의 서쪽 해안과 성산일출봉만 간신히 관람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 저는 그 다음해의 여행지도 제주로 결정하게 됩니다.
< 12년도 제주여행기>
그리고 13년 7월. 방사능이 많이 없어졌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일본의 중심지 동경상륙작전을 수립하기에 이릅니다.
그동안 보아온 일본드라마와 몇몇 애니메이션이 일본어를 적당히 알아듣고 비슷하게 말할 수 있게 해 줄것이라 믿었죠.
일본어는 어차피 소데스까가 전부 아니겠습니까? (?!)
8월 말까지 약 1개월 반 정도 남은 기간동안 본격적으로 일본어를 배워 현장에서 조금씩이나마 써먹을 야심만만한 계획을 세웠지요.
그리고 8월에 접어들 무렵, 일본 여행을 가는 것은 위험하다라는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왜 1년동안 잠잠하다가 갑자기 내가 여행을 가려고 하니까 찜찜하게 이런 것이 공론화 되는 것이냐며 투덜거렸지만 의미 없는 일이었죠.
결국 누군가의 말처럼 "위험할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는데 안가도 되는 걸 굳이 찾아가서 위험을 자초할 필요가 있겠느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여행은 3년째 좌절되고 말죠. (앞으로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해외로 여행을 가지 못한다면 차라리 국내에서도 가기 힘든 곳을 가 보자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육지의 어지간한 곳은 다른 때도 가볼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사람에게 큰 의미를 갖는 독도를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이백리 외로운 섬하나 새들의 고향 그누가 아무리 자기네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땅~의 그 독도.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동경132 북위37 평균기온 12도 강수량은 천삼백 독도는 우리땅~의 그 독도.
오징어 꼴뚜기 대구 명태 거북이 연어알 물새알 해녀대합실 17만 평방미터 우물하나 분화구 독도는 우리땅~ 의 그 독도.
지증왕 13년 섬나라 우산국 세종실록지리지 50페이지 셋째줄 하와이는 미국땅 대마도는 일본땅 독도는 우리땅~의 그 독도.
러일전쟁이후에 임자없는 섬이라고 억지로 우기면 정말 곤란해 신라장군 이사부 지하에서 웃는다 독도는 우리땅~의 그 독도.
그 독도에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리고 독도에 가려면 울릉도에 들러야 하니, 울릉도 여행은 겸사겸사 따라오게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울릉도에 가기 편한 방법을 찾던 중 강릉항에서 울릉으로 가는 배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울릉으로 가는 배가 오전 8시 30분에 출발했기 때문에 아침 차로는 도저히 닿을 수가 없어 그 전날 강릉에서 1박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 9시 30분 강릉행 우등고속>
< 고속버스터미널... 요즘애들은 이곳을 고터라고 부른다...>
밤에 버스를 타고 강릉터미널로 달리고 있자니 여행이 시작되는 느낌이 들더군요.
중간에 휴게소에서 남정네 두 사람이 나갔다가 안돌아와서 15분이나 기다렸다가 출발한 일도 있었습니다.
기럭지도 이기적이더니 성격도 이기적인 친구들이었습니다.
내 이래서 기럭지 긴 친구들을 안좋아하죠... 절대로 제 기럭지가 이타적이라 그런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무사히 강릉터미널에 도착을 하고 미리 알아둔 찜질방에 택시를 타고 도착하여 1박을 했습니다.
씻고나니 새벽 1시가 다 되었고 국가전력수급이 부족한 것이 찜질방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에어컨을 안틀어줘서 정말 땀으로 찜질을 하였습니다.
잠을 자는지 온몸비틀기를 하는지 모를 그 찜통에서 문득 일출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강릉은 동해니까요.
새벽 5시에 비몽사몽중에 떠오른 일출에 대한 욕망으로 급하게 샤워를 대충 하고 다시 택시를 타고 강릉여객선터미널로 달렸습니다.
5시 40분에 일출이 시작된다고 했는데 35분 정도에 항구에 간신히 도착한 저는 방파제 끝으로 열심히 걸었습니다. (뛰진 않았어요... 몸이 무거우니까...)
그리고 바다에 반쯤 걸친 해를 발견할 수 있었죠.
삼각대와 줌렌즈를 이용하여 열심히 찍고 있자니 그 보기 힘들다는 오메가가 보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여행 일정에 귀한 장면을 보고, 사진으로 건져서 여행 시작부터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 강릉에서 배타기 전 일출관람... 오메가!!!>
< 강릉일출... 이 장면을 위해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초광각렌즈를 여행 출발 2일 전에 간신히 영입하였다. 시그마 10-20이 이번 여행에 많이 힘써주셨다.>
강릉여객선터미널은 안목해변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이름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커피샵이 죽 늘어선 풍경과, 예전 1박2일 촬영팀에서 이승기가 커피를 마셨던 곳으로 인지도가 있다고 합니다.
몇 해 전에 친구들과 강원도 여행을 왔을 때, 강원도에서 대학을 나온 친구가 이곳에서 커피를 타먹는 법을 가르쳐줬던 것이 기억나네요.
자판기에서 커피와 우유를 뽑아 둘을 섞어 먹으면 달달한 밀크커피 두잔이 나온다는 사실!!
그 맛은 바퀴벌레 두 마리가 먹다가 여왕님께 진상하고 알까지 한방에 박멸시킬만한 훌륭한 맛이라는 사실!!!(이거 맛있는거야 맛 없는거야??)
표현이 좀 격하긴 했지만 달달한거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할만한 맛입니다.
어쨌든 그런 안목해변에서 샌드위치를 하나 사 먹고 해변을 거닐었습니다.
< 8월 마지막 주라 비수기로 생각했는데 파라솔을 꽃는 아저씨가 계시는 것을 보니 아직 피서객이 남아있는 모양>
< 날씨가 엄청나게 좋아서 낮달이 이정도로 환하게 보였다>
강릉에서 출항하는 배는 이름이 "씨스타3호"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탄 배 이름이 "씨스타1호"니까 어딘가 2호도 있겠지요.
강릉-울릉 항로가 생긴지 2년 반 정도 되었다고 하고 배 자체도 제법 새것 느낌이 남아있었습니다.
강릉과 울릉 사이 거리가 180km정도 되므로 2시간 30분의 항해로 닿을 수 있다고 하면 약 70km/h의 속도로 바다를 미끄러져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기에도 가운데 바닥 부분이 없이 움푹 파여있어 보통 배가 아님을 짐작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일출을 보고 6시 30분쯤 여객선터미널에 앉아있자니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비수기라서 사람들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모여들어 울릉도 여행객이 많음을 짐작하게 했습니다.
제가 얼핏 보기에 효도관광으로 오신 것으로 보이는 여행객이 50%, 친목모임이 약 25%, 가족모임이 15%, 연인이 5%, 친구 4.5%, 단독여행이 0.5% 정도 되어보였습니다.
8시부터 승선이 시작되고 30분이 되어 배는 출발하여 나는듯 동해바다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 타고갈 배, 이름이 무려 씨스타(!!)3호>
< 내가 바로 멀미약이지롱... 멀미약이 향이 이상해서 없던 멀미도 생겨날 지경>
2시간 40여분을 달려 울릉도에 도착할 즈음에 날씨는 강릉보다도 훨씬 따사로운... 아니 뜨거운 날씨였습니다.
항구의 시멘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에서 내 자신이 오징어가 되어 말려지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데 있어 날씨가 좋다는 것은 최고의 선물이었죠.
강릉발 울릉도행 배는 저동항에 도착하게 되어 있습니다.
울릉도에서 가장 번화한 두 항구를 말하자면 도동항과 저동항입니다. (그중에서도 도동항)
도동항과 저동항은 행남해안등대를 가운데 두고 해안산책로로 연결되어 있어 바다를 보며 이동할 수 있게 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동항에서 첫번째 행선지를 도동항으로 잡고, 해안 산책로를 따라 걸었습니다.
< 울릉도 관광지도>
< 햇살이 작렬하는 저동항 여객터미널의 풍경>
점심때쯔음 해서 도착하였으므로 식사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울릉도 밥값이 비싸다는 것은 사전 인터넷 조사를 통해 잘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그래도 향토음식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에 한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울릉도에서 먹어보면 좋다고 하는 음식에는 약소고기, 따개비밥, 홍합밥, 따개비칼국수, 오징어내장탕 등이 있습니다.
< 따개비밥. 가격은 무려 1인분에 12000원>
우선 바다에서 놀 때 긁혀서 찢어지게나 하던 따개비 알맹이가 쫄깃한 식감을 갖는 음식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맛은 뭐 그냥저냥 합니다...흠흠...
다만 명이나물로 만든 김치는 그 아삭아삭한 식감과 전통 내음이 물씬 풍기는 향으로 저의 입맛을 바짝 돋구는데 성공했습니다.
(명이나물은 울릉도의 기근시 명을 이어준 나물이라 해서 명이나물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
간소하게(가격은 간소하지 않은) 식사를 마치고 행남해안산책로를 향해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저동항은 방파제가 길쭉하게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는 형태를 띄고 있으며, 원래 섬처럼 떠 있던 촛대바위를 품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밤이 되면 저 촛대바위에 조명이 비춰지고, 부둣가 어시장에서 회를 먹으며 야경을 볼 수 있죠.
(저는 혼자 갔던 관계로 그런 호사는 누리지 못했습니다만...)
< 저동항 방파제와 촛대바위>
< 행남해안산책로>
< 행남해안산책로>
행남 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구름다리가 몇 개 보입니다.
멀리서 보고 있으면 색색이 제법 아름답게 보이지만 실제 건너게 되면 머뭇거리게 됩니다.
바닥에 깔린 철판 사이사이로 시퍼런 바닷물이 보이는데 고소공포증은 없지만 왠지 움찔거리게 되더군요.
< 계단 뿐 아니라 산책로 사이사이로 바닥이 휑 하게 뚫린 곳이 많이 존재한다.>
울릉도를 돌아다니면서 가장 크게 감동을 느낀 것은 바로 수질이었습니다.
어딜가나 에메랄드빛 물빛이 섬 주위를 감싸고 있었고, 투명도가 높아서 물 속의 물고기가 다 보일 정도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항구 내의 바닷물은 기름도 떠있고 좀 지저분한편인데 울릉도에는 그런거 없습니다.
생수라도 떠 놓은듯한 물이 도처에 펼쳐져 있습니다.
울릉도 곳곳에는 낚시대를 드리운 분들이 많이 계신데, 물고기가 미끼에 입질을 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일 정도로 물이 맑았습니다.
< 어딜가나 물 퀄리티가 이정도... 심지어 항구 내의 수질도 이정도...>
< 물고기가 보인다!!!>
행남해안산책로를 한참을 걷고 있는데 뭔가 불안한 기운이 엄습하기 시작합니다.
저보다 빠른 속도로 추월해 지나갔던 사람들이 얼마 안되어 돌아오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무슨일인지 물어보지도 못한 찰나에 제 눈에도 바로 그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 뭬야? 공사중?>
그렇습니다.
낙석사고의 위험을 방지하고자 공사가 진행중이었고, 기간은 10월 30일까지인 것이었습니다. (아마 이제는 끝났겠네요)
행남해안산책로를 따라서 저동에서 도동으로 갈 방법이 없어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빙글빙글 돌며 올라가는 소라계단도 오를 수 없었습니다.
왜 하필 제가 갔을 때 이런일이...
하지만 행남등대전망대에서 보는 경치가 끝내준다는 이야기를 들은터라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싶었습니다.
저 구간만 끊어져 있는 것이라면 반대방향으로 올라와 행남등대를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 수 없이 가던 길을 돌아와 버스를 타고 도동으로 향했습니다.
< 도동행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저동항에서 본 울릉도의 오징어잡이 배>
< 불만 키면 오징어가 환장하고 달려든다는 집어등>
<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은 폐집어등 수거함... 속초엔 있을라나?>
울릉도에서 버스를 타는 시스템은 서울과는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지방 버스중에 이런 곳이 많은데, 행선지를 말하면 얼마를 내야 하는지 알려주십니다.
도동-저동 사이는 가깝기 때문에 1,000원, 내수전-저동 또한 1,000원, 그 이외는 1500원을 받습니다.
택시는 한 번도 못타봐서 잘 모르겠는데 기본 3000원에 금액이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참고로 울릉도 택시는 경사가 가파른 지형 특성상 SUV로만 구성이 되어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나마도 저동, 도동에 대부분 있고, 멀리 나갈때는 탈 수 있지만 돌아올때는 차편을 잡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어쨌든 버스를 타고 도동에 도착해서 행남해안산책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배를 타는 곳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입구가 워낙 숨어있어서 지역 주민께 물어보고 가시는 것이 확실합니다.)
< 도동항에서 저동항 방향으로 가는 행남해안도로>
행남등대전망대로 가는 길은 해안 산책로로만 되어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간에 숲속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습니다.
바다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뜨거운 햇볕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해안산책로에서 숲길로 들어갔을 때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릅니다.
경사는 제법 가파른 곳도 있고 평탄한 곳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산책"느낌보다는 좀 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숲길을 한참 오르다 보면 갑자기 그림같은 별장이 나타납니다.
행남등대와 등대지기(?!)가 살고 계시는 관사입니다.
요즘은 등대라고 안하고 항로표지관리소 라고 하더군요.
행남등대의 정식 명칭은 도동항로표지관리소입니다.
< 행남등대와 관사>
표지관리소를 지나 아주 조금만 더 걸어 들어가면 저동항과 해안산책로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날씨도 좋고 탁 트인 시야로 동해를 마주한 저동항의 풍경을 보고 있자니 마음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전망대에 오르는 길이 산길이라 정말 힘들었는데 피로를 싹 녹여주는 자연의 힘은 정말 위대한 것 같습니다.
울릉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전망대들은 각각 멋진 풍경을 제공합니다.
오르내리기가 힘들기 때문에 몇몇 곳에서는 케이블카와 모노레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되어있기도 합니다.
그래도 내 다리로 걸어야 되는 곳이 많으므로 등산의 각오로 다니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 외국인 커플 두 분이 자리에 앉아서 바게트빵에 치즈를 발라 드시고 계시더군요.
셀카찍기가 힘들어서 더듬더듬 영어로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했고, 흔쾌히 제 사진을 찍어주셨습니다.
잘됐다 싶으셨는지 제게도 본인들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셔서 훈훈한 세계 문화 교류를 이뤄냈습니다.
한국인도 잘 가기 힘든 곳에 외국인이 힘들게 올라와서 관광을 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뿌듯해지더군요.
우리나라도 볼 거리가 많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행남등대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저동항 풍경>
< 도동항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에 그냥 찍어봄...>
< 도동항으로 돌아가는 길에 갈매기 찍어봄...>
도동항에서 걸어갈 수 있는 전망대가 두 곳이 있는데 한 곳이 방금 전에 가 보았던 행남등대전망대이고 다른 한 곳이 독도전망대입니다.
도동항에서 바다를 끼고 오르는 행남등대와는 다르게 독도전망대는 도동항의 내부로 들어가 케이블카를 타고 망향봉 방향으로 올라가는 전망대입니다.
케이블카가 설치되어있을 만큼 높은 곳에 있지만, 그 케이블카를 타러 올라가는 길도 만만치 않은 경사길이라는 사실이 무시무시합니다.
절대로 케이블카가 있다고 편하게 올라간다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저는 이 곳을 오르면서 산소가 희박해지는 고산병이 오는 것 같은 느낌마저 받았었습니다.
케이블카 출발지에는 독도박물관과 울릉도 향토사료관이 있어 울릉의 역사를 읽을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독도가 왜 우리땅인지 알려주고 싶은 부모님들께서는 이 곳에 아이를 데려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도동 케이블카 타고 전망대로>
<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도동항 풍경>
< 날이 좋으면 독도를 볼 수 있다고 하는 독도전망대>
이렇게 첫 날의 울릉도 여행을 마치고 잠을 잘 곳을 찾아 헤메이기 시작했습니다.
숙박지를 정해놓고 간 것은 아니고 게스트하우스가 하나 있다고 들어서 무작정 들어갈 예정이었습니다.
예약도 하지 않았던 것이, 비수기라 사람이 얼마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는데 이게 큰 낭패였습니다.
자리가 있냐고 물어 보았으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이었습니다.
주변에 숙박업소를 물어보니 1박에 5만원을 이야기 하더군요.
제가 전에 살았던 곳 월세가 한달에 20만원이었는데 4박에 날릴 생각을 하니 배가 아파왔습니다.
4일 연속으로 숙박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가격을 흥정해보려 했지만 소용 없는 일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터덜터덜 걸어다니고 있는데 왠 할머니 한 분께서 제게 접근하셨습니다.
"방구해요?"
구세주처럼 나타나신 그 할머니는 근처 민박집 사장님으로, 방이 하나 비어있다며 저를 안내하셨습니다.
동네 골목골목을 돌아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민박집으로 안내받은 저는 1박에 3만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4일에 11만원으로 흥정을 보는데 성공했습니다.
방 자체는 대단히 열악했습니다만(바퀴벌레는 기본인데 민달팽이가 모기장을 오르고 있는 장면에서는 기막힘과 어처구니 없음에 말도 안나옴)
할머니께서 밥도 주시고 관광 코스 안내도 잘 해주셔서, 그냥 삶에 녹아 들어가듯 하는 체험도 괜찮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 할머니께서 해주신 몇 가지 이야기가 평생 기억에 남을 것으로 보이는데, 잠시 뒤에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아무튼 첫 날의 고단한 여정을 마치고 누가 업어가도 모를 수면의 세계로 빠져들었습니다.
평소엔 참 게으른 저입니다만 이상하게 여행만 가면 부지런 병이 도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외지의 불편한 잠자리에 일찍 잠에서 깬 저는 어제의 그 강렬했던 일출을 다시 한번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냅다 방파제로 해를 보러 달려갔지요.
날씨는 맑았는데 구름이 전날보다 많아 아쉽게도 일출은 보지 못했습니다만 그만큼 시원한 아침 공기를 마시고 올 수 있었습니다.
일출은 확실히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다음날 일출을 노리며...>
울릉도 이틀째의 첫 일정은 울릉도 일주 유람선을 타는 것이었습니다.
울릉도 한 바퀴를 1시간 30분에 걸쳐 볼 수 있는 코스로 가격은 2만원 정도로 크게 비싸지는 않은 편입니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처음부터 바깥 난간에 착 달라붙어 일주가 끝나는 동안 꼿꼿히 서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보기 드문 참 독특한 지형들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 도동항 건물 벽에 그려진 강렬한 메시지>
< 일주유람선은 도동항을 출발하여 섬을 오른쪽으로 두고 돌아간다>
< 도동항>
< 푸른 바다와 기암괴석>
< 해상일주유람선 탑승중>
< 공암(코끼리바위)와 노인봉>
< 노인봉>
< 관음도>
해상일주유람선을 타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갈매기였는데요.
새우깡 주면 환장을 하고 달려들 뿐 아니라 던져주면 공중에서 받아먹기도 잘 합니다.
옆에 계시던 두 여성분은 뻥튀기를 던져주면서 안먹는다고 투덜거리더군요.
좀 비린내도 나고 짭짤하기도 해야 갈매기도 식욕이 땡기는 모양입니다.
일주유람선을 타면 안에서 해설을 들으면서 볼 수도 있는데, 밖에도 안내멘트가 나가기는 하지만 바닷바람에 뒤섞여 잘 들리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풍광을 유리창이 아닌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선상유람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코끼리바위는 정말 대단했던 것이, 주상절리로 이뤄져 있는데 그 침식면이 실제 코끼리 피부처럼 갈라져 있다는 점이 압권이었습니다.
오전중에 짧은 울릉도 일주를 끝마치고 다시 저동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날 스케줄의 테마는 '배타는 날' 이었는데, 12시 30분에 저동항을 출발하는 독도행 배를 타기로 한 날도 이날이었습니다.
4박 5일 울릉도 여행의 중요한 이벤트인 독도관광에 마음이 설렜습니다.
바다는 극히 잔잔하여 편안하게 독도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독도 관광은 파고가 높을 경우 접안을 하지 못하고 그냥 한바퀴 둘러보고만 지나갈 수도 있어 날씨운이 따라주어야 합니다.
제가 갔던 날은 날씨가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날이었습니다.
< 독도로 출발하기 전 따개비 칼국수 한 그릇~ 마시따~>
< 독도>
< 자랑스런 독도경비대>
< 30대 첫여행~대한민국 동쪽 끝 표지석>
독도는 그동안 TV에서 보며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장엄하고 커다란 섬이었습니다.
배가 도착했을 때 독도경비대원 분들께서 감사하게도 도열하여 경례를 해 주었고, 대한민국 영토의 수호자에게 인사를 받는 감격스러움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경비대원분들은 관광객들의 사진을 찍어주시기도 하고, 같이 사진도 찍혀 주시는 등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더욱 감사했더랬습니다.
작년에 마라도에서 대한민국 최남단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던 것이 생각나 동쪽끝 표지석 앞에 서있는 기분이 남달랐습니다.
배멀미가 심하지만 않으시다면 살면서 한 번쯤은 가보셔도 후회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저처럼 접안을 하는 행운을 누리시는 것은 보장 못합니다. (에헹~)
멀어져가는 독도를 뒤로 하고 울릉도 저동항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4시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딱히 계획을 잡은 것이 없어 민박에 다시 슬금슬금 기어들어가 있자니 민박 주인장 어르신이 나타나셨습니다.
"봉래폭포나 구경하고 오시구랴."
다음날 일정 정도로 잡고 있었지만 시간이 남을 때 미리 봐두면 다른 여행이 여유로워질 것 같아 말씀하신대로 따르기로 하였습니다.
봉래폭포는 저동항에서 봉래폭포행 버스를 타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시간이 5시 30분 정도였는데, 매표소에서 표를 사야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매표소에 가니 준수한 청년이
"여섯시까지 입장인데 입장료는 안받을테니 그냥 올라가세요. 대신 하산 관련한 사고는 책임 안집니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사고가 자주 나는 곳인가 은근 쫄아 있었지만 돈을 안낸다는 기쁨에 냉큼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폭포까지 올라가는 길은 제법 길고 먼데다, 산에서 튀어나온 물줄기가 길을 잔뜩 적셔놓아서 미끄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래도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해야 폭포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내일의 체력을 미리 땡겨다가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곳에서 만난 폭포는 생각보다 그럴싸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 먼곳에서부터 떨어지는 3단의 폭포. 아이유의 삼단고음을 보는 느낌... 암인마 드릠~~~~~~임~~~~~~~임~~~~~~~~~~~
크기는 크지 않지만 한 폭의 동양화같은 느낌을 받았달까요.
울릉도의 신비는 정말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 봉래폭포 올라가는 길에 있는 풍혈, 한 여름에도 차가운 바람이 나온다. 지하수가 공기를 차게 식혀준다고 한다.>
< 봉래폭포>
힘든 여정을 끝내고 저동항으로 돌아오자 멋진 야경이 펼쳐졌습니다.
저동항 시장에서 내려오는 형형색색의 빛들이 항구에 들어찬 바다에 흐르듯 녹아내리는 모습.
하루의 피로가 풀리면서, 내일의 새로운 여행을 꿈꿀 수 있도록 쉬어가는 턴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 저동항야경>
< 행남해안산책로 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