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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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큐슈를 여행하는 뚜벅이를 위한 안내서 - 7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8. 5. 15. 22:44
어김없이 찌뿌둥한 몸 덕분에 새벽에 일어난 나는 호텔숙박의 최고 장점이라 생각하는 반신욕을 하며 일정을 정리했다. 9시 30분에 가고시마츄오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예약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는 상당히 여유로웠는데 이상하게 정신적으로는 여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 7시에 일어났는데도 2시간 30분이라는게 그리 넉넉한 시간이 아니었다. 이틀 묵는다고 이래저래 펼쳐놓은 짐들을 다시 싸야했고 널어놓은 빨래도 걷고 해야해서 그랬던 것 같다. 전날 마시다 남은 1L짜리 커피를 물 마시듯 들이키고 곧바로 츄오역으로 향했다. 이날의 여행 컨셉은 '온갖 관광열차를 이용하여 구마모토로 돌아가는 것' 이었다. 이제 길이 좀 익숙해져서 츄오역 가는 길이 눈에 보였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를 첫 날은 그렇게 빙빙 돌아서 왔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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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큐슈를 여행하는 뚜벅이를 위한 안내서 - 5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8. 2. 18. 20:19
기찻길 바로 옆이라 잠을 잘 잘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꿀잠을 잤다. 역시 피곤함은 꿀잠을 보장하는 최고의 방법 아닌가 싶다. 여행 5일차, 전체 계획의 반을 지나가는 이 시점에 몸이 슬슬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기차시간이 정해져있어서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한참을 정신없이 주저앉아 있었다. 억지로 잠을 깰 겸 미로같은 통로를 지나 대욕장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이런 시간에는 사람이 없었다. (나 이외에 손님이 있기는 했는지 궁금하다.) 뜨끈한 물에 몸을 좀 지지고서야 피로가 살짝 풀리고 잠도 깨는 것 같았다. 마냥 온탕에 들어가 있을 수는 없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짐을 챙겼다. 꽤 이른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날 접객을 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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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큐슈를 여행하는 뚜벅이를 위한 안내서 - 2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7. 10. 8. 22:26
전날 저녁에 간식을 푸짐하게 먹은 터라 조식을 먹을 생각은 없었는데, 이틀차의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 호텔 1층으로 내려오니 무언가 맛있는 내음이 가득했다. 많이는 안먹더라도 맛 정도는 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이끌리듯 식당으로 향했다. 꽤 이른시간이라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수트에 넥타이까지 매고 아침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멀리서 이 곳에 출장온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비지니스 호텔이라는 말이 다시 실감이 나는 순간이다. 그 속에 반바지에 새파란 린넨 셔츠를 입고 있는 커다란 카메라 가방을 둘러멘 사람이 나타났으니 시선이 집중될 법도 했다. 사람들이 흘끔흘끔 쳐다보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지만, 그런 것에 신경쓴다면 혼자여행은 하기 어렵다. 아무튼 접시를 하나 들고 메뉴를 찬찬히 훑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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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큐슈를 여행하는 뚜벅이를 위한 안내서 - 1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7. 10. 8. 21:59
또 다시 휴가를 일본으로 가겠다는 나에게 한 친구가 물었다. "요즘 군함도나 위안부 건으로 떠들썩 한데 굳이 일본을 여행하는 이유가 뭐냐?" 물어본 자리에서는 대충 생각나는데로 대답해버리고 말았지만, 나는 그 질문을 한참이나 생각해 보았다. 나도 대한민국의 아들이다. 위안부와 강제징용에 대해 울분을 토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일본 정치인들의 독도 도발이 어처구니 없지 않은 것도 아니며, 방사능이 무섭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일본을 자주 찾게 되는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내가 성장하면서 경험한 일본 문화에 대한 확인의 의미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문화컨텐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이 일본 문화에 그 주류를 두고 있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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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박9일 북큐슈 여행기 - 8,9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6. 7. 18. 22:29
벳부 숙소에서의 하루는 제법 쉽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숙박을 했던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방 안에 인도 향신료 내음이 가득하더군요. 시간이 지나면 후각이 지치면서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갈수록 점점 심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냄새가 나는 자체도 문제이지만 혹여 옷에 배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될까봐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옷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아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하지만 수면은 좀 부족한 상태로) 여정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체크아웃을 대비하여 짐을 미리 싸두고 카운터에 맞겼습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카메라 가방만 메고 벳부 지옥온천순례를 시작합니다. 9일차에는 11시에 귀국 비행기를 타야 하고, 두 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 날은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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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박9일 북큐슈 여행기 - 7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6. 7. 18. 22:19
어느덧 북큐슈의 서쪽을 돌아 중앙을 가로질러 동쪽을 보러 갈 차례입니다. 유후인에서 오전중에 관광을 마치고 오후엔 벳푸에 가는 계획이었습니다. 전날 비가와서 풍경을 충분히 만끽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이른 아침부터 구경을 다닐 요량이었는데 첫발부터 삐끗하고 맙니다. 좋은 숙소의 기운에 취해 침대에서 숙면을 취해버린 것이죠. 다른 말로 하면 '늦잠' 입니다. 유후인에 있는 긴린코는 주변의 온천수가 흘러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새벽녘의 찬 공기와 따뜻한 호수가 만나 신비로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갔을때는 6월의 한복판이라 새벽의 찬 공기라는게 있을까 싶었지만 혹시나 해서 계획은 세워뒀었거든요. 마침 전날 비도 왔겠다 공기가 차고 하다보면 물안개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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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박9일 북큐슈 여행기 - 6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6. 7. 18. 20:17
두 캔의 맥주에 시체처럼 잠이 들었던 저는 아침이 되어서야 눈을 뜰 수 있었습니다. 보통 자면서 누운자리가 뜨거워지면 옆으로 구르고, 다시 식으면 돌아와 자기를 반복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때는 잠들었을 때 그대로 눈이 뜨였습니다. (아니면 한바퀴를 돌았던가요...) 워낙 야심한 시각에 들어온 숙소라 주변 풍광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는데, 창문을 열어보니 근처에 소나무숲이 펼쳐진 것이 보였습니다. 제가 묵었던 숙소는 니지노마쓰바라(무지개의소나무숲)이라 불리는 일본 명승지정 3대 송림 중 한곳에 있었습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방풍림을 조성한 것이 그 시초입니다. 가라쓰의 번주였던 데라자와 히로타카는 이 숲을 조성하면서 금벌령을 내려 나무를 베는 자를 엄히 다스렸다고 합니다. 심지어 낙엽을 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