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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박9일 북큐슈 여행기 - 6일차
    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6. 7. 18. 20:17




    두 캔의 맥주에 시체처럼 잠이 들었던 저는 아침이 되어서야 눈을 뜰 수 있었습니다. 


    보통 자면서 누운자리가 뜨거워지면 옆으로 구르고, 다시 식으면 돌아와 자기를 반복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때는 잠들었을 때 그대로 눈이 뜨였습니다. (아니면 한바퀴를 돌았던가요...)


    워낙 야심한 시각에 들어온 숙소라 주변 풍광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는데, 창문을 열어보니 근처에 소나무숲이 펼쳐진 것이 보였습니다. 




    제가 묵었던 숙소는 니지노마쓰바라(무지개의소나무숲)이라 불리는 일본 명승지정 3대 송림 중 한곳에 있었습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방풍림을 조성한 것이 그 시초입니다.


    가라쓰의 번주였던 데라자와 히로타카는 이 숲을 조성하면서 금벌령을 내려 나무를 베는 자를 엄히 다스렸다고 합니다.


    심지어 낙엽을 줍는 것도 금지할 정도로 철저하게 보호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노력이 지금의 방대한 소나무숲으로 나타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폭 400m~700m의 숲은 4km에 걸쳐 바다와 마주하고 있고, 그 안의 소나무는 백만여그루에 달합니다. 


    높은 곳에서 보면 장관이라고 하는데 정작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구름이 많이 끼고 비가 오는 날씨가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6일차의 북큐슈는 작은 가랑비로 시작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더운 날씨에 촉촉함을 더해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후 비가 점점 많이 내리면서 축축함으로 변해갔죠.


    설상가상으로 안개까지 끼어들기 시작해서 가라쓰지역의 관광은 그리 만족스럽지만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호텔 입구>






    체크아웃은 오전11시였지만 점심께까지는 가라쓰시내를 둘러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미리 짐정리를 하여 캐리어를 호텔에 맡겨두었습니다. 


    비싼돈 주고 묵은 숙소에서 잠만 자고 간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억울하긴 합니다. 


    하지만 숙소 뽕을 뽑자고 관광을 포기할수는 없는 법입니다.


    이제 슬슬 무리가 가는 것이 느껴지는 다리를 억지로 달래어 소나무숲을 둘러보았습니다. 


    코의 후각세포를 자극하는 피톤치드의 향이 제 몸을 살균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비냄새와 섞여 묘한 기분이 들게 하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니지노마쓰바라>






    날씨덕분인지, 큐슈 전체적으로 관광객이 감소한 탓인지 해변가를 걷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마치 안개속으로 저 혼자 빨려들어가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죠.


    멀찍이 구름 사이로 언듯언듯 비치는 산봉우리의 모습이 신비스럽기까지 합니다. 


    이런 드넓은 백사장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은 자주 겪을 수 있는 일은 아니기에 충분히 즐겨보았습니다.


    프라이빗 비치를 혼자 거니는 대부호의 마음가짐으로 말이죠.









    <니지노마쓰바라 해변가>








    <가라쓰성으로 가는 길에 만난 낚시 하는 부자>








    우산을 쓰고 비오는 해변을 30분쯤 걸었을까요?


    작은 어촌에 있을 법한 방파제가 나오고, 곧이어 멀찍이 가라쓰성이 보였습니다. 


    그 동안 오사카성, 히메지성 등 높은 축대 위에 있던 성들을 보아와서인지 산 위의 가라쓰성은 크리 커다란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전날 숙소로 걸어가며 봤던 가라쓰성의 라이트업을 보며 기대했던 것에는 못미치는 느낌이랄까요.


    아니면 그냥 비가와서 이도저도 귀찮은 마음이 감상평에까지 젖어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9일의 긴 여행에 매일같이 날씨가 좋을수만은 없는데 참 일희일비하는 간사한 인간의 마음입니다. 












    <안개속에 나타난 가라쓰성>









    <가라쓰성>







    비는 점차 대차게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다리를 건너며 비오는 날씨를 투덜거리고 있었는데 옆으로 우산을 든 누님이 시원하게 달리며 지나가시더군요.


    한 손에 우산을 들고도 이어폰까지 끼고 신나게 달리는 그 분의 모습을 보며 마음은 좀 편안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거죠.(즐길 수 없으면 피하는거구요...)


    부지런히 걷다 보니 가라쓰 성이 큼지막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천수대가 필요 없을 법도 합니다. 


    얕은 구릉에 석벽을 두르고 그 위에 천수각을 지은 것이라 충분히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더군요.










    <가라쓰성>










    <가라쓰 카라스(까마귀)>









    <가라쓰성 망루>









    <가라쓰성 고양이>








    가라쓰성 입구로 들어가 길을 따라 걷다보면 엘리베이터를 타는 곳이 나옵니다. 


    생각해보면 그리 높은 곳은 아니라서 유료인 엘리베이터를 탈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이지만 이 곳의 엘리베이터는 좀 특이합니다.


    위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대각선으로 움직이더군요. 


    제 고정관념 투성인 마음속에서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는 SF나 해리포터같은 판타지에서나 나올법한 이미지입니다. 


    그렇게 잠시 엘리베이터에 몸을 맡긴 후 내려서도 조금 걸어야 가라쓰 성의 입구가 나옵니다. 











    <가라쓰성 마스코트 가라왕군>







    성 안에 들어서면 바로 눈에 보이는 것이 바로 이 '가라왕군'입니다.


    바둑이를 모티브로 하여 일본 사무라이 투구를 씌운 이 캐릭터는 나름 2010 유루캬라 캐릭터대회 휴대폰투표 2위에 오른 캐릭터입니다. 


    (휴대폰튜표 1위는 '다보군' 기명투표 1위는 히코냥이었고 2011년부터는 통합되기에 이릅니다.)


    다른 분의 블로그에서 보니 이 자리에 '마이즈루군'이라는 학 캐릭터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더군요.


    유루캬라 캐릭터대회 2011년의 우승자는 그 유명한 쿠마모토의 쿠마몬입니다. 


    가라왕군도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났더라면 좀 더 유명한 캐릭터상품으로 팔리지 않았을까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가라쓰성에서 내려다 본 니지노마쓰바라>








    계단을 타고 오르며 가라쓰성의 전시물들을 관람한 후 꼭대기층에 도착했습니다. 


    원래는 이 곳에서 니지노마쓰바라가 끝없이 펼쳐진 장관을 보았어야 했는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더군요.


    결국 소나무숲은 근처에서 보았던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계단을 오르느라 땀이 좀 흘렀었는데 탁 트인 곳에서 바람을 맞으니 금새 시원해집니다.


    저는 이래서 높은 곳을 계속해서 오르게 되는가 봅니다. 












    <가라쓰성>







    가라쓰성이 처음 지어진 것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가신이었던 데라자와 시마노카미 리로타카에 의해서입니다. 


    1602년에 시작된 축성이 7년이 지나 완성되었고, 이 과정에서 허물어진 나고야성의 부재들을 가져와 사용했다고 합니다. 


    가라쓰 성채 양쪽에 백사장이 펼쳐진 것을 두고 학이 날개를 폈다고 하여 무학성(춤추는 학의 성)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메이지유신때 폐허로 남아있다가 1966년에 재건한 것이 현재의 천수각입니다. 


    재건된 천수를 부흥천수라고 하는데, 이런 천수각들의 주변에 자연스럽게 관광지가 생기면서 상권이 활성화되는 것 같습니다. 


    관광선진국 일본다운 방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라쓰성 내려가는 길>









    <멀리서 본 가라쓰성과 다카시마>







    비오는 가라쓰성을 내려와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멀찌감치 섬이 하나 나타났습니다.


    올때는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던 섬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이게 된 것입니다. 


    그 섬의 이름은 다카시마, 복권당첨으로 유명한 섬입니다. 


    이곳의 호토신사(보당신사)는 이름 뜻을 풀어보면 '보물이 마땅하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인가 호토신사에 복을 기원하고 복권을 샀던 사람이 당첨되기를 수차례 반복되자 이제는 전국에서 복을 기원하며 찾는 곳이 되었다고 합니다.


    가라쓰성 근처의 선착장에서 다녀올 수 있었지만 비오는 날씨에 배를 타고 싶진 않았기 때문에 패스하기로 했습니다. 


    남장원에서 복권을 부처님 발바닥에 문질렀으니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자대비한 부처님의 무자비한 꽝 내려주심에 정신적 타격이 있을 뿐이고...)









    <다카시마>







    숙소로 돌아와 캐리어를 찾아 다시 역을 찾아가는 험난한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구글지도가 여기서도 저를 좀 괴롭혔던 것이, 잡초가 잔뜩 나 있는 폐쇄된 길로 저를 인도하고 없는 길을 알려주는 등 곤란한 상황을 연출하곤 했습니다.


    한국에 가서 구글 캐시를 지를테니 좀 봐달라고 사정사정해가며 히가시가라츠역을 찾게 됩니다. 


    여기서 저는 유후인으로 가기 위해 하카타역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히가시가라쓰>








    가라쓰에서 하카타까지 가는데 기차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가늠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잘못하면 지정석을 발권해 둔 유후열차를 놓치게 되고, 이후의 유후열차에 자리가 없다면 유후인행이 좌절되는 상황이 그려졌습니다.


    때문에 시간을 넉넉하게 잡아뒀던 것인데 생각보다 하카타에 빨리 도착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유후인으로 가는 열차를 3시간 정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죠.


    3시간동안 제 마음의 안식처였던 요도바시카메라(가챠폰이 잔뜩 있었던)에 다녀올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유후인에 좀 더 일찍 도착하면 구경할 것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미도리노마도구치(녹색창구)에 가서 지정석 시간을 바꿀 수 있냐고 했더니 바로 20분 뒤의 유후열차로 바꿔주더군요.


    급하게 하카타역 안의 매점에서 맛나보이는 에키벤 하나를 사들고, 후식으로 먹을 크로와상을 사서 열차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일포노델미뇽 크로와상>








    <유후인행 유후열차>








    일본에서 기차는 이동수단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풍경을 즐기는 유희의 개념을 갖는 것 같습니다.


    기차를 타고 달리면서 풍경을 감상하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기차여행의 진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열차가 출발하니 여기저기서 먹거리들을 꺼내어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도 도시락을 주섬주섬 꺼내어 뚜껑을 열어보니 오색찬란한 밥과 반찬의 향연이 펼쳐졌습니다.


    아홉칸의 밥과 반찬은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먹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깜짝쇼와 같은 느낌이었죠.


    짭조름한 간이 배인 밥 한 수저에 즐겁고, 실처럼 잘게 썬 계란 지단이 올려진 밥을 먹으며 미소가 절로 떠오릅니다.


    꼬치에 꿰인 튀김은 아직도 바삭했고 새우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있습니다. 


    밥 위에 놓인 빨간 구슬을 씹었다가 입 안에 퍼지는 시큼함에 온 얼굴을 찡그리며 웃음보가 터지고 맙니다. 


    에키벤에는 그런 재미가 있었습니다. 









    <유후인 가는 길에 에키벤>







    <일포노델미뇽에서 사온 쵸코크로와상>






    가방에 넣어두었더니 이리저리 찌그러진 크로와상을 후식을 먹어보았습니다.


    빵을 좋아하긴 하지만 일본에서까지 빵을 찾아 먹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번에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습니다.


    바삭하게 구워진 크로와상의 겉면은 초콜릿를 칠해 은은한 단맛이 났고, 빵 안에선 걸쭉하게 녹은 초콜릿이 입안에 퍼져갑니다.


    밥을 먹고 난 직후라 배가 불렀지만 이 세 조각의 크로와상을 밀어넣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배가 터질듯이 불러오자 그때서야 바깥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큐슈의 북쪽 중앙을 관통하는 유후열차를 타고 산과 강, 논과 밭,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눈에 담았습니다. 


    이 평화로운 시간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은 기차여행을 하는가봅니다. 


    주룩주룩 내리는 빗속에서 유후열차는 그렇게 달렸습니다. 







    <유후인 가는 길 산에서 피어오르는 안개>








    <세븐스타즈 인 큐슈(나나츠보시)>







    <유후인 가는 길>






    <유후열차 차창 밖으로 흐르는 빗물>







    <유후인 가는 길>








    유후인역에 도착하니 비는 어느정도 소강상태에 있었습니다.


    해가 구름에 가리워있었던데다 시간도 늦어서 주변은 이미 어스름이 밀려들어온 상태였죠.


    약 1.5km 거리에 있는 숙소에 가는 길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한적한 시골길을 걸으며 조용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숙소를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잡은 것은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후인은 본래 관광지가 되기에 그리 적합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교통사정이 좋은 곳도 아니었고, 1950년대에는 유후인 분지에 댐을 건설하려는 시도가 있어 마을이 수몰될 뻔한 적도 있었죠.


    당시엔 보상금 문제로 마을 사람들끼리 다툼도 잦았다고 합니다. 


    간신히 위기를 피하고 나서 사람들이 모여 마을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다가 두 가지 안이 나왔습니다.


    외부 자본을 들여 벳부와 같이 거대한 온천 관광도시를 만들자는 것과, 이미 있는 풍경과 자원을 활용하여 휴양 개념의 온천마을을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선택된 것은 후자였고, 결과는 연간 400만명이 찾는 관광도시 유후인의 모습에서 볼 수 있습니다. 


    유후인은 1584m의 유후다케를 마을 어디서든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11m의 고도제한을 두었습니다.


    꼭 높고 으리으리한 빌딩을 짓는 개발만이 성공의 길은 아니라는 교훈으로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유후인 최고의 숙소 롯지 타비노쿠라>






    <유후인 숙소>








    유후인에서 묵었던 숙소는 유후인역에서 좀 멀기는 했지만 이 지역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긴린코 호수에서 가까웠습니다. 


    새벽에 혹여 물안개를 볼 수 있을까 하여 호수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기로 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한국에서 숙소 예약을 하면서 금액이 너무 저렴한 것이 수상쩍었습니다.


    '2인실'이라고 되어있는데 1인으로 예약했다가 추가금을 무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친절한 카운터 직원분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체크인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키를 받아 올라간 방에는 여지없이 침대가 2개 놓여있었습니다. 


    각 침대 위에는 유카타와 게다(나막신)용 양말이 놓여있었고 욕실에도 모든 비품이 2인으로 준비되어있더군요.


    심지어 방은 깨끗했고 에어컨도 아주 잘 나왔으며 냉장고가(가라쓰에선 없던 그 냉장고가!!!) 있었습니다.


    손으로 쓰여진 환영 메시지가 테이블 위에 올려있어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남다르다는 생각도 들었죠.


    비와 땀에 절어 다음 일정동안 입을 옷이 마땅찮아 오랜만에 세탁기를 돌리려 했는데 이것도 무료였습니다.


    심지어 노천온천까지 무료, 저녁시간엔 신청하면 컵라면 한개가 무료!!


    큐슈여행이 아니라 일본여행을 통틀어 가장 만족스러운 숙소였다고 하겠습니다. 










    <유후인 풍경>








    저녁시간이 되어 출출해졌기 때문에 밥을 먹으러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6시가 넘어가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식당가가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편의점을 찾아 두리번거리다 보니 근처에 긴린코 호수가 있더군요.


    내일 새벽에 다시 보러 오긴 하겠지만, 지금 한번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편의점에서 도시락 하나를 사들고 호수로 터벅터벅 걸어보았습니다.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길 양쪽으로 서 있었지만 모두 문을 닫은 상태라 내일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유후인 편의점 가는 길>







    <긴린코 가는 길>






    <긴린코 가는 길>







    산 밑 동네라 그런지 해가 지는 속도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호수로 가는 그 짧은 사이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비오는 을씨년한 날씨에 걸어다니는 사람도 보이지 않아 호수에 가면 갈수록 스산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이 긴린코호수를, 그것도 다른 이들의 여행기에서 보기 힘들었던 비오는 긴린코호수를 홀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긴린코 호수>







    해가 저물어갈 때 내리는 붉은 빛이 호수에 사는 물고기의 비늘에 반사되어 금색으로 빛난다는 긴린코(금린호)호수.


    넓은 호수면엔 빗줄기가 하염없이 노크하고 뒤로 뻗은 산줄기에선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올랐습니다.


    호수 한켠에 있는 민박겸찻집인 토요노쿠니의 2층에 켜진 붉은 전등빛이 일견 무섭게도, 하지만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말소리 하나 없이 오직 추적이는 빗소리만이 귀에 튕겨들어오고, 저는 그 곳에 서서 풍경을 눈에 가득 담았습니다.


    많은 이들이 유후인을 다시 찾고 싶어하던데 저도 그렇게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큐슈에 다시 갈 일이 생긴다면 유후인의 비오는 거리를 걷고 긴린코에서 생각에 잠기고 싶네요.










    <긴린코 호수>







    편의점에서 데워두었던 도시락이 차갑게 식을 때까지 긴린코호수에서 비오는 풍경을 감상했습니다.


    저는 원래 비오는 날씨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 그 매력에 십분 공감하게 된 것 같네요.




    숙소에 돌아와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어 방 여기저기에 널어두었습니다.


    비오는 날씨에 잘 마르지 않을 빨래들이지만 2인실 방과 침대 여기저기에 널어놓고 에어컨을 틀었습니다. 


    약간 추운 느낌도 있었지만 사람보다 빨래가 우선이었던 것 같네요.


    이제는 완전히 식은 도시락을 그제서야 먹고 난 뒤 욕실에서 반신욕으로 하루의 피로를 날렸습니다.


    그리고 조금 이른 잠을 청합니다. 


    여행 6일차의 피로와 싸우려면 제게도 휴식이 좀 필요합니다. 


    그렇게 6일차 유후인에서의 즐거운 하루가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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