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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사이여행 - 6일차 (교토, 금각사, 용안사, 인화사, 후시미이나리타이샤, 교토타워)
    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5. 6. 15. 22:36

     

     

     

     

     

     

     

    1. 여행편

     

     

     

     

     

     

     

    여행 6일차입니다.

     

    여행은 어느새 신기함을 넘어선 듯, 일상과 같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자연스럽게 목이 마르면 숙소에서 나와 자판기를 찾아 두리번 거리죠.

     

    아무리 구석진 곳이라도 자판기가 없는 곳은 찾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전날 사다 둔 음료수로 목을 축이고 동행인 Mr.골을 깨워 6일차의 여행을 준비합니다.

     

    6일차 일정은 교토 서북부 지역의 금각사, 용안사, 인화사를 스트레이트로 보고 후시미이나리타이샤에 가는 것입니다.

     

    사실 교토여행에서는 사찰, 신사를 빼면 볼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교토여행에서 특히 빠지지 않는 관광지이기도 한 금각사는 건물에 금박을 입힌 화려함과 주변 정원의 차분함이 잘 조화되는 곳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2박 3일간 훌륭한 숙소가 되어주었던 산티아고 게스트하우스>

     

     

     

     

     

     

    교토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는 방법은 오사카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방법에 비해 정보가 많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계획 단계부터 '현지에서 물어물어 다닌다.'를 모토로 돌아다니기로 했죠.

     

    하지만 Mr.골은 해외에서 이곳저곳 다녀본 노하우로 구글지도에서 교통편을 알아내는 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음... 쓸데 없는 줄 알았는데 쓸데 있기도 한 친구로군요.(계속 쓸데 없다고 하고 싶은데 이 글을 보고 있을지도 모르니...)

     

    덕분에 버스를 타야하는 정류장 위치나 버스노선번호 등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다만 한국과 다른 일본의 차량 진행 방향때문에 계속해서 헛발질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 교통계획에 대한 동행인의 신뢰도가 거듭해서 추락하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금각사로 가는 버스를 타고 출발하게 됩니다.

     

     

     

     

     

     

     

     

     

    <금박을 입힌 금각사 사리전의 모습>

     

     

     

     

     

    금각사의 원래 명칭은 로쿠온지(녹원사)입니다.

     

    하지만 금박을 입힌 3층 누각의 사리전이 긴카쿠(금각)으로 더 널리 알려지게 되어 긴카쿠지(금각사)로 불리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1397년에 막부의 장군이 지은 별장인데, 장군의 유언으로 사후에 선종 사찰로 바뀌게 되었다고 합니다.

     

    층마다 적용된 건축양식이 시대가 다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층은 침전과 거실로 쓰였고, 2층은 관세음 보살을 모셨으며 3층은 선종 불전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1층에 불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1950년에 한 사미승에 의해 불에 타 없어졌던 건물인데 1955년에 재건하였고, 이후 62년, 87년에 각각 금박을 다시 입혔다고 합니다.

     

    사용된 금의 양은 600돈(약 2.25kg)이 된다고 합니다. (시세로 약 1억원정도 되니 그리 많은 금은 아니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현재 발라져 있는 금은 약 20kg으로 약 10억원 어치입니다. 

     

    이후 교토부(우리나라 광역시 개념의 행정구역)에서 매년 보수하고 있다고 합니다.

     

    금각사가 널리 알려진 것은 일본의 소설가가 쓴 금각사라는 장편소설때문이라고 하는데, 역시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금각사 1층의 모습, 직접 앞에서 볼 수는 없고 정원 건너편에서만 볼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금각사에서 저 금각을 제외하면 그리 볼만한 것은 없었다는게 개인적으로 들었던 생각이었습니다.

     

    은이 칠해져있지 않다는 은각사에서 느낀 고요함이 제게는 더 큰 즐거움이었죠.

     

    개장시간인 9시를 살짝 넘겨서 도착했는데 이미 어마어마한 인파에 밀려다녀야 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습니다.

     

    관광객은 주로 수학여행을 온 교복입은 학생들이 많았고 서양인들도 상당히 많이 찾는 곳인 듯 합니다.

     

    교토의 여러 사찰에서 대단히 즐거웠던 기억이 정원 앞에 앉아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감상하는데 있었는데

     

    금각사에서는 그런 경험을 할 만한 장소가 없어 많은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지친 다리를 잠시 쉬일곳이 여행자에겐 정말 소중한데 말이죠.

     

     

     

    쉴 곳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일본에는 의자를 찾기가 참 힘들다는 느낌입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도 편하게 앉아 쉴 만한 곳이 많지 않아 고생을 했었는데요,

     

    상대적으로 우리나라 곳곳에 잘 놓여져 있는 의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드는 순간입니다.

     

     

     

    금각사 관람을 마치고 바로 용안사로 이동하였습니다.

     

    용안사에 있다는 가레산스이 석정을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걸어서 갈까 생각할 정도의 짧은 거리였는데, 다리가 아프다 보니 그 거리가 매우 길어보이더군요.

     

    이래서 원효대사님이 해골물 말씀을 하시는 모양입니다.

     

    버스를 타고 용안사에 내렸습니다.

     

    잘 구성된 정원을 보기 위해서는 신발을 벗고 절 내부로 들어가야 하는데요,

     

    여행지에서 신발을 벗고 다리에 숨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던지요.

     

     

     

     

     

     

     

     

     

    <용안사 석정>

     

     

     

     

     

     

     

    용안사에는 돌로 만든 정원이 유명합니다.

     

    이렇게 돌과 모래로 만들어진 정원은 가레이산스이라고 하여 선종 사찰에 많이 있습니다.

     

    용안사 석정에는 15개의 돌이 5,2,3,2,3씩 무리지어 배치되어있는데요, 돌의 모양, 크기 그리고 배치를 통해 우주를 표현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어느 방향에서든 15개의 돌을 다 볼 수는 없게 배치되어있어서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이 우주를 이해할 수 없으니

     

    끊임없는 참선을 통해 진리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하라'는 선종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드론이 뜬다면 어떨까요? 훗...

     

     

     

    석정은 마루를 지나가며 볼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마루에 걸터앉아 정원을 바라보며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저 다리를 뻗고 앉는 것만으로도 우주 삼라만상속에 파묻히는 쾌락을 느낄 수 있었죠.

     

     

     

     

     

     

     

     

     

    <이곳에도 서양인이 많이 보인다.>

     

     

     

     

     

     

    용안산에서 하나 더 좋았던 것은 이끼가 가득한 정원이었습니다.

     

    흙을 넘어 돌까지 깔려있는 이끼에서 진한 세월이 느껴졌죠.

     

    그러면서도 습하거나 한 기운 없이 시원하게 나무를 감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이곳에도 사람들이 나란히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죠.

     

    제법 뜨거웠던 교토의 햇볕을 피해온 저희들에게 편안한 마음을 선사해주는 정원이었습니다.

     

     

     

     

     

     

     

    <용안사의 또 다른 정원>

     

     

     

     

     

     

     

    <건물 건너편으로 펼쳐진 정원을 액자처럼 감상할 수 있다. 사찰 문 안쪽에 그려진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덤>

     

     

     

     

     

     

    <물이 흐르는 곳은 언제나 상쾌함이 감돈다.>

     

     

     

     

     

    <정원을 가득 메운 이끼들에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아침을 못 먹은 상태였기 때문에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동행인인 Mr.골은 배고픔을 참을 수 없는 지병(?!)이 있어서 인화사에 가는 길에 편의점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한국에서의 30년 세월 덕분에 어디를 가든 우리나라와 비교를 하게 되는데요.

     

    일본 편의점의 특징은 주차장이 있는 곳이 많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슈퍼마켓과 같은 역할을 편의점(콘비니)들이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되네요.

     

    일본 편의점에는 복사기가 있고, 화장실을 빌릴 수 있는 시스템으로 되어있다는 점도 재미있었습니다.

     

    편의점 한켠에는 서적들이 매대에 진열되어 있는데요, 성인용 잡지 등도 자연스럽게 진열되어 있으며, 그 앞에 서서 책을 읽는 사람들도 당당합니다.

     

    다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불만이었네요.

     

    컵라면을 사도 뜨거운 물이 없습니다... 대신 전자레인지에 데울 수 있는것은 데워줍니다.

     

    (도시락같은걸 사시고 "아따따메데 구다사이" 하면 데워줍니다.)

     

    도시락 종류가 다양하고 맛이 참하다는 점에서는 일본 편의점의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우리나라 편의점들도 힘내주십쇼!

     

     

     

    빵과 우유로 짧은 식사를 마치고 인화사로 가 보았습니다.

     

     

     

     

     

     

     

     

    <닌나지 이왕문>

     

     

     

     

     

    닌나지의 입구는 이왕문이라고 합니다.

     

    불교에서 사찰의 입구에는 금강역사를 두명 배치하여 도량과 불법을 수호하게 하는데요, 이 금강역사를 이왕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이왕이 서있는 문이라고 해서 이왕문이라고 합니다.

     

    이 문을 지나 정면으로 가면 금당을 볼 수 있고, 좌측으로 가면 어전과 함께 백사마당과 정원을 볼 수 있습니다.

     

    어전이 있는 이유는 이 사찰이 888년 우다일왕에 의해 창설되었고, 이후에도 왕실의 지속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본 전국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오닌의 난'으로 불에 타 없어졌다가 100년 뒤 도쿠가와 이에미스(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손자)가 재건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1887년 또 화재로 유실되었고 1914년에 다시 재건했습니다.

     

    잃어버릴 수도 있었던 문화재를 계속해서 재건해내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일본식 꽃꽂이>

     

     

     

     

     

     

    여러 일본 만화 작품을 접하면서 일본에는 특유의 꽃꽂이 문화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케바나'라고 하는 이 일본 전통예술은 나뭇가지, 꽃, 잎사귀, 풀 등을 화기(그릇)에 담아내는 기법으로 신에게 꽃을 바치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현재는 품위있는 자리에서 손님을 대접하는데 쓰인다고 하네요.

     

    일본 특유의 오타쿠 문화가 이 이케바나에도 적용되었고, 수많은 유파를 만들며 지금까지 전통공예로 발전해오고 있습니다.

     

    마침 인화사에서 이케바나 전시회같은 것이 열려있어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음...

     

    뭐가 이쁜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인화사 단체 사진촬영 중>

     

     

     

     

     

    인화사에서 재미난 장면을 하나 더 볼 수 있었는데요, 바로 스님들과 신관(?!)으로 보이는 분들의 단체 사진촬영 모습이었습니다.

     

    소림사 느낌의 승복과 일본 무녀들이 입는 의상, 기모노를 입은 분들이 모여 단체로 사진촬영을 하시더군요.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라서 참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다만 사진사분이 백사마당에 곱게 펴놓은 모래를 밟고 지나가셔서 발자국이 남아있는 부분이 좀 아쉽긴 했습니다.

     

    (사진찍고 돌아오면서 다시 평평하게 펴놓으실 줄 알았거늘...)

     

     

     

     

     

     

     

    <인화사 백사마당, 큰 사진으로 보면 사진사가 밟고 지나간 발자국이 보인다.>

     

     

     

     

    간사이 여행을 하면서는 사찰에 이런 모래를 곱게 빗어놓은 곳을 자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별게 아니라면 아닐 수도 있지만, 항상 저런 모습을 유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정갈함과 집요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수양의 한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공간의 낭비라는 생각도 들지만, 저 문양만으로 경내 전체가 깔끔한 모습이 되어 독특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모래정원에 더해 나무정원이 펼쳐진다.>

     

     

     

     

     

     

    <멀리 5층탑이 보이는 정원>

     

     

     

     

     

     

    <다시 돌아와보니 기념촬영은 끝나있었다.>

     

     

     

     

     

     

    <인화사 금당>

     

     

     

     

     

     

    드넓은 사찰을 돌아다니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일 수 있지만, 중간중간 정원을 바라보며 쉴 장소가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습니다.

     

    날씨가 참 좋아서 태양이 뜨거웠던 날임에도 불구하고 마루에 걸터앉아 있을 때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기분좋은 곳이었죠.

     

     

     

    인화사 구경을 마치고 후시미이나리타이샤에 가기 위해 가와라마치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교토 중심부를 기준으로 인화사와 후시미이나리타이샤 방향은 반대방향이었습니다만, 만나기로 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부지런히 이동했죠.

     

    일본에 처음 도착해서 만났던 그 처자들이었습니다.

     

    중간에 한번쯤 더 보려고 했는데 제 여행계획이 생각보다 빡빡해지면서 못보다가, 그 분들이 교토 관광을 오신다고 했을 때 보기로 했던 것이죠.

     

    후시미이나리타이샤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저와 Mr.골의 오전 일정이 약간 지체되고 말았습니다.

     

    먼저 도착했다던 그 분들께 편하게 구경하시다 먼저 가셔도 괜찮다고 말씀드렸지만,

     

    특유의 활기찬 기운으로 기다리겠다고 해주셔서 마음이 점점 급해지는 와중이었습니다.

     

    늦어지게 되어 죄송한 의미로 좋은 사진 찍어드리겠노라 약속한 것에 더해 그 분들의 기모노 대여 마감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납시간 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쏜살같이 표를 사고 지하철을 타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다녔습니다.

     

     

     

     

     

     

     

     

    <가와라마치역에서 보이는 가모강, 강 주변으로 늘어선 가게에 야외 테라스가 있다.>

     

     

     

     

     

    후시미이나리역에서 내려서 조금 걸으니 신사의 입구로 보이는 도리이가 보였습니다.

     

    만나기로 한 분들께 어디에 계시느냐 연락을 드리니 조금 올라오면 있다고 합니다.

     

    약간 올라가고 있자니 왠 양념꼬치를 뜯고 계시는 두 처자가 보였죠.

     

    그래도 타지에서 오랜만에 본 사람들이라 반가움이 두배되더군요.

     

    같이 간 Mr.골은 일면식도 없었기 때문에 인사를 나누고는 뻘쭘해하다가 다른 곳에 먼저 구경을 하겠노라며 떠나버렸죠.

     

    한 처자가 뜯고 있던 양념꼬치를 제게 넘겨주더군요.

     

    너무 짜서 못먹겠다고...

     

    저는 짠걸 잘 먹기 때문에 덥석 받아 먹었습니다.

     

    먹이를 세번 얻어먹으면 주인으로 모셔야 한다는 생각인데 앞으로 두번 남았군요.(하지만 두번 더 얻어먹을 거리가 안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빙수를 먹어보라고 신신 당부를 하시더군요. (두 분은 이미 호로록 하신 뒤였구요.)

     

    아무튼 약속한 대로 사진을 찍어드리고 나중에 메일로 보내드리겠노라 말씀을 드렸습니다.

     

    작은 이야기에도 크게 웃어주시는 10살 차이나는 숙녀분들 덕분에 저에게도 즐거움 가득한 시간이 될 수 있었습니다.

     

     

    사진촬영을 마친 뒤 아쉬운 헤어짐을 뒤로 하고, 먼저 떠난 Mr.골을 찾아 올라갔습니다.

     

    신사 입구에 있다고 하여 조금 더 올라가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여우신사>

     

     

     

     

     

     

    후시미는 지명 이름입니다.

     

    이나리는 일본어로 여우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타이샤는 큰 신사라는 표현이구요.

     

    후시미에 있는 커다란 여우신사 되겠습니다.

     

    야사카신사처럼 후시미이나리타이샤도 입장 무료에 시간제한이 없는 듯 했습니다.

     

    (밤에 가면 담력시험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천개의 도리이가 있다고 해서 '센본도리이'라는 표현이 있었지만 지금은 4000개가 넘어간다고 합니다.

     

    이나리(여우)신은 쌀, 농업, 공업, 성공 등을 총괄하는 신이라고 합니다. (#쌀 #농업 # 공업 # 성공적)

     

    때문에 일본의 많은 회사들이 사업 번창을 기원하며 이 신사에 기부를 하며 도리이를 세웠고, 그것이 산 전체에 심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5호부터 10호까지 사이즈가 다양한데 가장 저렴한 것이 17만엔(한화 160만원), 가장 큰 것은 130만엔(한화 1200만원)이 넘어가니

     

    성공을 위해 심기 보다는 성공 후에 심어야 할 것 같네요.

     

     

     

     

     

     

     

     

    <여우가 양쪽에 각각 한 마리씩 있는데 하나는 열쇠를 물고 있고 다른 하나는 공을 물고 있다고 한다.>

     

     

     

     

     

     

     

     

    <신사 입구를 내려다 보는 이나리신>

     

     

     

     

     

     

    <신사 내에서 소원을 비는 곳>

     

     

     

     

     

     

    <곳곳에 있는 이나리와 도리이>

     

     

     

     

     

     

    <바로 이 장면이 보고 싶었다. 사람만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을...>

     

     

     

     

     

     

    <영화 게이샤의 추억 중 어린 시절의 치요가 센본도리이를 달려가는 모습>

     

     

     

     

     

    2005년에 개봉한 영화인 게이샤의 추억은 미국 헐리우드 영화인데 배경은 일본이고, 일본인 역할의 주인공은 중국인인 아주 복잡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이리저리 휘둘리는 인생사에서 동경의 대상이 되는 한 신사를 만나 연정을 품고, 이뤄지지 않는 아픔을 느끼지만 결국엔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는 단순한 스토리로 되어있습니다만, 그 안에 녹아있는 옛 교토의 풍경을 서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의 아역이 후시미이나리의 도리이를 달려나가는 모습이 대단히 인상깊게 남아있어서, 꼭 한번 실제로 보고 싶었죠.

     

    그리고 저는 말하게 되었습니다.

     

    왔노라, 보았노라, 그리고 사람이 엄청 많노라!!!

     

     

     

    사실 영화에 나오는 빽빽한 도리이 길은 후시미이나리신사의 초입 부분의 풍경입니다.

     

    이 도리이길은 신사가 있는 233미터의 이나리산 주변 산책로를 둘러싸고 있는데요.

     

    언제 또 오겠어 싶어서 정상을 밟고 가야겠다는 오기가 갑작스레 발동되고 맙니다.

     

    체력이 좋은 Mr.골은 먼저 떠나버리고 저는 느리지만 쉬엄쉬엄 꾸준히 도리이길을 따라 걸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에 아이스크림을 파는 큰 매점이 있는 사거리가 나오기에 '어느쪽이 정상으로 가는 방향입니까.'하고 여쭈었더니 오른쪽 길을 알려주시더군요.

     

    그래서 냅다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산에 올라가다보니 핸드폰 인터넷이 되다말다 하더군요.

     

    먼저 올라간 Mr.골과 카톡대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산발적으로 끊어지는 인터넷 덕분에 고생을 좀 하였습니다.

     

    Mr.골은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갔다가 길이 막혀서 다시 돌아오려고 하던 차에, 제가 정상방향으로 간다고 하니 따라오는 모양이었습니다.

     

    (제가 중간에 내려갔으면 그냥 내려갈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역시 여행 2일차밖에 안되서 그런지 체력이 팔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왜 또 산을 타고 있나, 나는 누구인가를 되물으며 고행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마침내 만난 산 정상>

     

     

     

     

     

    그리고 이나리산의 정상에 도착했을 때 저는 외쳤습니다.

     

     

    "별거 없노라!!"

     

     

    천천히 내려가며 쉬고 있자니 Mr.골이 따라오더군요.

     

    친구가 키가 커서 그런가 금방금방 따라잡히는 느낌입니다. (쳇...)

     

     

     

     

     

     

    <다시 사거리에 도착해 보니 교토 시내가 보인다.>

     

     

     

     

     

    교토가 분지지형이라고 하더니, 이나리산 중턱에서 바라보고서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평평한 교토 시내를 산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더군요.

     

    여름에는 아마 상당한 각오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5월에도 이리 더운데 분지지형이라니 뭐 할말 다 했죠.

     

     

     

    갑작스런 등산에 완전히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저녁먹기엔 약간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에,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교토타워를 관람하고 밥을 먹기로 하였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오니 카운터에 계시던 숙녀분이 먼저 아는척을 해 주시더군요.

     

    처음에 들어왔을 때도 좀 신기했던 것이, 일본 게스트하우스인데 이름은 산티아고이고 카운터에는 서양인이 앉아있는 풍경이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외국인이 많이 오니까 응대를 위해 외국인을 고용했나보다 하고 넘어갔더랬죠.

     

    이날 대화가 좀 트인 김에 물어보니 여행을 왔다가 눌러 앉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제대로 들은건지는 모르겠는데 하루에 네 시간인가를 카운터에서 일하면 스테프룸을 마련해주고 숙식을 제공한다는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카운터의 그녀는 호주에서 온 분이고 근처 대학교에서 랭귀지 코스를 밟고 있다고 했습니다.

     

    방금 어디 다녀왔냐는 질문에 이나리산에 다녀왔다고 대답하며 다리아프다고 징징거렸더니 걱정되는 표정으로 약을 줄까 하고 물으시더군요.

     

    일본에서 느껴본 것중에 가장 개인적이고 친근한 종류의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어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교토에 얼마나 있냐고 질문을 하기에 2박 3일동안 절과 신사들을 다 둘러볼 예정이다고 했더니 빵 터지시더군요.

     

    이때는 왜 웃는지 몰랐는데 3일차에 가서야 실감이 났고, 나중에 귀국 후에 여행기 작성을 위해 추가조사를 하면서 더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교토의 명승지를 다 구경한다는 것은 한달로도 택도 없는 소리입니다.

     

    아무튼 감사한 마음을 내일 떠나기 전에 다시 표하기로 마음 먹고 Mr.골과 함께 교토타워 구경을 갔습니다.

     

     

     

     

     

     

     

    <교토타워와 주변 상가의 모습>

     

     

     

     

     

    <교토타워에서 내려다 본 교토역 야경>

     

     

     

     

     

    어느 방향에 뭐가 있는지를 좀 알고 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바로 앞의 교토역 말고는 알 수가 없어 좀 아쉬웠습니다.

     

    교토부 자체가 높은 빌딩이나 반듯한 도로가 발달한 곳도 아니었기 때문에 야경도 좀 아쉬운 편이었구요.

     

    그래도 저녁시간대에 관광할 만한 곳이 많지 않은 교토에서 선택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선택지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불만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밖에서 본 모습이 더 좋았던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이날도 저녁은 교토역 지하 포르타에서 먹게 된다.>

     

     

     

    타워에서 내려와 바로 앞 교토역 지하의 KYK돈가스집에서 양 많은 돈가스를 선택해 먹었습니다.

     

    우리나라 오겹살에 붙어있는 돼지 껍데기부분까지를 포함하는 돈가스였는데 맛이 좋더군요.

     

    일본 푸드코드가 제 입맛에 맞는 모양이었습니다.

     

    저는 규격화된 인간인가 봅니다.

     

    흑흑...

     

     

     

    숙소로 돌아오니 시간이 상당히 지나가 있었습니다.

     

    Mr.골은 빨래를 해야 한다며 제게 코인세탁기를 쓸 비용을 뜯어내는데 성공합니다.

     

    겸사겸사 제 빨래 몇 벌도 같이 세탁하기로 했구요.

     

    저는 등산 후유증으로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와 신경은 잔뜩 날카로왔고 판단력도 상당히 흐릿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가져간 액션캠과 카메라 메모리가 가득 차서, 같이 가져간 외장하드로 옮기지 않으면 내일부터 촬영이 어려울 지경임을 알았죠.

     

    졸음을 꾹 참고 게스트하우스 내의 공용 컴퓨터실에 앉아서 복사를 걸어놓고 있었습니다.

     

    내심 세탁 비용도 내주고 했는데, 여행 계획표대로 안내도 잘 해주었고 했는데, 복사가 먼저 끝나면 조금이라도 쉬고 싶은데 빨래 끝나면 같이 가야된다며

     

    저를 붙잡아놓고 있는 Mr.골에게 서운함이 폭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운함에 큰 이유는 없고 그냥 피로로 인한 판단력 부족이 원인인 듯 합니다.

     

    복사가 끝나자마자 잠 좀 자야겠다며 내 빨래는 그냥 내 침대에 던져놔 달라고 일방적으로 말을 남기고 침대방으로 올라가 버렸습니다.

     

    머리를 대자마자 잠이 들어버렸고, 약 1시간쯤 뒤에 잠이 깨어 보니 정신이 맑아지며 부끄러움이 몰려오더군요.

     

    아직 마인드 컨트롤이 잘 안되는 것을 보면 수양이 부족한 모양이었습니다.

     

    제 다리맡에 놓여진 빨래를 말리기 위해 이리저리 널어놓고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미안함을 표하긴 했지만 아직도 좀 부끄러운 기억입니다.

     

    부처급 마인드의 Mr.골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넘어가 주더군요.

     

     

     

     

     

     

    6일차의 밤은 소심한 부끄러움 속에 저뭅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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