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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여행 - 4일차 (히메지성, 아카시대교, 고베 철인28호, 삼국지공원)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5. 6. 7. 12:45
1. 여행편
4일차 일정을 위해 드디어 간사이 쓰루패스를 발동시키기로 하였습니다.
목표는 효고현의 히메지성을 비롯한 간사이 서북쪽을 보고 오는 것이었죠.
앞서 언급했다시피 간사이 쓰루패스 활용을 위해서는 히메지나 고야산, 나라 등을 다니셔야 가격대비 효율이 좋습니다.
오후 1시 30분에 아카시대교 브릿지 투어코스를 예약해 두었기 때문에 일찌감치 일어나야 히메지성을 보고 오는 길에 다리에 들를 수 있었습니다.
졸린 눈을 부비고 7시 30분 정도에 우메다역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어마무지하게 많더군요.
그래도 히메지는 간사이 외각이니까 가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착각이었습니다 .
우메다에서 한신전철 직통특급을 타고 산요히메지로 향하는데 사람이 제법 많았습니다.
교복입은 학생들도 있는 것으로 봐서는 수학여행이나 뭐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했죠.
<산요히메지역 가는 길에 보인 육갑산 국립공원 안내판, 뭔가 부들부들 떨 것 같은 국립공원이다.>
산요히메지역에 도착해서 백화점 비슷한 건물을 빠져나오니 우리나라 광화문과 비슷한 대로 끝에 높다랗게 위치한 히메지성을 볼 수 있었습니다.
JR히메지역에서 내리면 바로 정면에서 볼 수 있고 산요히메지역은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특히 JR히메지역에는 히메지성을 볼 수 있는 전망대(는 아니고 마당같은...)가 있다고 하니 산요히메지역으로 오신 분들도 가보시면 좋을 듯 하네요.
(저는 이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간사이 쓰루패스만 아니었어도 JR을 탔을텐데 말이죠... 가격때문에 참아봅니다.)
역에서 10분정도 걸어가자 횡단보도 건너에 히메지성 입구가 보였습니다.
날씨는 오후까지도 구름 많음으로 되어있어서 화창한 사진은 찍을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특히 벽이 하얗게 되어있어 해를 받으면 더 아름다웠을 것 같은데 말이죠...
<안개때문에 흐릿한 히메지성>
사전 조사에서 확인한 히메지성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본 건축은 대부분 목조건축이라 화재에 취약하여 원형 그대로 남은 건물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히메지성은 벽에 불연성 석고를 발라 화재에 강했고, 폭격피해도 입지 않아 지금까지 완벽한 형태로 보전될 수 있다고 합니다.
시라사기(백로)성이라고도 불린다는데 살짝 솟은 처마가 비상하려는 흰 두루미처럼 보인다는데서 유래했다고 하네요.
본래 아카마츠 가문이 주변 침입을 방어하기 위한 요새로 만든 성인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 통일 후 3층짜리 아성을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뒤이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세키가하라 전투 후에 사위인 이케다 테무라사에게 성을 하사했고, 5층 중앙탑과 본성을 완성했습니다.
<히메지성>
히메지성은 공주의 성이라는 의미입니다.
도쿠가와 가문과 도요토미 가문이 아직 친하던(?!) 시절에 히데요시의 아들 도요토미 히데요리와 이에야스의 손녀 센 히메는 결혼을 하여 오사카성에 살게 됩니다.
이때 센 히메의 나이가 7세였죠.
참고로 히데요리의 어머니는 센 히메에게 이모되는 사람이라 둘 사이의 관계는 사촌지간입니다.
일본은 지금도 사촌간 결혼이 법적으로 허용되어있구요.
어쨌든 정략결혼이었지만 부부관계는 좋았다고 전해집니다.
<히메지성 반영>
그러다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아들 도쿠가와 히데타다가 2대 쇼군이 된 후 도요토미가와 사이가 벌어지게 되면서 오사카 전투가 발발합니다.
전투에 패한 도요토미 히데요리는 자결하고, 그의 어머니인 요도도노(센 히메의 이모)도 자결하게 됩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센 히메를 구해오면 딸을 주겠다고 떡밥을 던졌고, 이를 덥석 문 사카자키 나오모리라는 무사에 의해 구출됩니다.(이때 나이 19세)
근데 이때 사카자키는 구출작전 중 얼굴에 화상을 입게 되고, 이로 인해 센 히메에게 외면을 받았다고 합니다.(원래 못생겼다고도 전해옵니다...)
설상가상으로 오사카성을 피해 에도로 피신할 때에 혼다 다다토키(도쿠가와 이에야스의 4대 천왕중 하나인 혼다 다다카스의 아들)를 만나 재혼을 결정하게 되죠.
이에 깊은 상처를 받은 사카자키는 센 히메의 혼례 행렬을 덮쳐 그녀를 납치하려 계획하였으나 발각되어 자결하게 됩니다.
사카자키 가문은 평민으로 신분이 하락되는 개역처분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히메지성에서 내려다 본 풍경>
히데타다는 딸 센 히메의 재혼에 10만석이라는 거금을 지참금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심청이가 아버지 눈띄울 때 공양미가 300석이었죠?)
혼다 다다카스(혼다 다다토키의 아버지)는 이 돈으로 히메지성을 개조하고 니시노마루를 정비하여 아들 부부를 살게 했다고 합니다.
(니시노마루가 오사카성에 있는 정원의 고유명사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성내 구획 이름이더군요.)
센 히메는 남편과 함께 히메지성에 살게 되었고 슬하에 딸과 아들을 두었습니다.
그러나 잇단 사고로 아들과 남편, 어머니를 연이어 잃자 히데요리의 저주라는 손가락질을 받았고
히메지성이 불편해진 센 히메는 딸과 함께 에도성으로 돌아와 불교에 입문하여 70세의 일기로 사망하게 됩니다.
<히메지성 내부 모습>
센 히메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는 일본에서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히데요리와 측실 사이의 딸이었던 나아히메가 오사카 전투 이후 처형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양녀로 들여 구했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전해오는 반면
두번째 남편을 잃은 30세 이후에 혼자 살면서 지나가는 남자를 꾀어 하루를 보내고,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우물에 빠뜨려 죽였다는 섬뜩한 이야기도
함께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히메지성 앞마당에서 바라본 히메지성>
히메지성은 2009년 10월부터 대대적인 보수공사에 들어갔었습니다.
그래서 중앙 5층탑 주변에 히메지성이 그려진 천막이 둘러져 있었죠.
그러던 것이 2015년 3월에 공사를 마치고 일반에 다시 공개가 되었습니다.
외국 관광객 뿐만 아니라 일본 현지인들도 오랜만에 다시 공개된 히메지성을 찾고 있어 인파가 엄청납니다.
게다가 입장료도 오르긴 했습니다만 더 튼튼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죠.
이런 장기간에 걸쳐 완벽을 추구하는 문화재 복원 사업을 배울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동시에 자기네 문화재는 이렇게 열심히 복원하는 애들이 강점기때 석굴암이나 미륵사지 석탑에 시멘트를 발라놓은건 화가 나기도 합니다.)
<히메지성>
히메지성은 외부에서는 5층탑으로 보이지만 내부는 지하1층을 포함한 6층으로 되어있습니다.
이는 외부에서 층을 가늠하고 아래에서 올라온 사람이 현재 위치를 착각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성 내부에서 건물로 들어가는 공간도 높낮이와 구조가 복잡해서 자신의 위치 파악이 어렵게 되어있습니다.
이렇게 침입자가 밖에서 우물쭈물하는 것을 성 내부에서는 훤히 내다볼 수 있는 구조이구요.
계단같은 경우엔 바로 꼭대기층까지 올라가거나 하지 못하게 층마다 반대쪽 끝에 설치하여 시간을 벌 수 있게 하였습니다.
(1층 계단이 오른쪽 끝에 있다면 2층 계단은 왼쪽 끝에 있는 식입니다.)
당시의 성들이 망루와 요새의 역할을 한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구조적 특성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히메지성>
오사카성이 천수각과 주변 정원 정도에 국한된 느낌이라면 히메지성은 더 넓은 크기의 성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전체 건물이 잘 보전되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날씨가 흐려서 아쉬웠던 히메지성의 관람을 마치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히메지역과 히메지성을 오가는 셔틀버스>
다시 산요 히메지역으로 가는 길에 히메지성과 히메지역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보았습니다.
사전조사에서 저런게 있다고는 들었는데, 10분 걸리는 거리에 굳이 버스를 기다릴 필요성을 못 느껴서 패스했었습니다만
지나가는 버스를 보니 한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제 저질 체력으론 10보 이상은 차를 타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히메지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라본 히메지성>
역으로 돌아가는 길 한 복판으로 멀리 히메지성이 계속 눈에 들어왔습니다.
건물 앞에서 보았을 때는 몰랐는데 멀리서 보니 한층 더 높고 웅장한 모습이었습니다.
<광화문과 같은 느낌의 히메지성>
마지막으로 한번 더 뒤를 돌아 멀어진 히메지성을 눈에 담고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산요히메지역에서 마이코코엔역으로 이동하면 아카시해협 대교를 만날 수 있습니다.
1시 30분에 브릿지월드 투어(다리 주탑에 올라가는 코스)를 예약했기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죠.
<마이코코엔으로 가는 지하철 맨 앞칸, 기차를 모는 차장님의 스킬을 바로 뒤에서 지켜볼 수 있다. 차장님 뒤통수 좀 따가우셨을 듯>
마이코코엔 역에 도착했을 때 시간이 12시 30분이었습니다.
아침도 거른 터라 점심을 먹지 않고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마침 마이코코엔역에서 아카시대교로 이동하는 중간에 대형마트가 있어 점심을 사다 공원에서 먹으면 좋다는 이야기를 사전조사에서 확인했었죠.
마트가 찾기 어렵지 않아서 바로 초밥 두세트(배가 고프면 쇼핑을 과하게 하게 되죠...)를 사다가 공원으로 달려갔습니다.
혼자 바닷가에 앉아서 덮개에 간장과 와사비를 담아 초밥을 찍어먹고 있자니 배는 불렀지만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몰려왔습니다.
(주변에 혼자 밥먹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던 것 같네요...)
그러던 중 참새가 주변에서 알짱대기에 밥을 부수어 조금 던져주었더니 다른 참새가 떼로 나타나는 진풍경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가끔 먹을 것을 던져주는 모양이었습니다.
겁을 안내고 가까이 다가오더군요.
<아카시 해협 대교 밑바닥에서>
밥을 먹은 것 까지는 좋았는데 뒷처리가 문제였습니다.
주변 어디를 둘러보아도 휴지통이 보이지를 않는 것이었습니다.
간장 냄새와 생선 비린내가 나는 초밥 그릇을 들고 한참을 쩔쩔매다가 결국 브릿지월드 등록 시간이 다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비닐에 우겨넣고 단단히 묶어서 가방에 무작정 넣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비닐이 터져서 간장냄새와 비린내가 가방안에 가득했습니다...에효...)
쓰레기통을 찾아 한참 헤메다가 등록마감 5분전에 간신히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넉넉하게 5분 전에 입장했는데 이미 진행이 상당히 되어있더군요.
덕분에 안내를 급하게 받아서 정신이 없는 차에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브릿지 투어 사전교육 중>
아카시대교는 총 연장 3991m, 기둥 사이의 거리가 1991m로 세계의 현수교 중 가장 긴 길이를 자랑합니다.
1988년 5월에 시작된 공사가 1998년 4월에 완공되었으니 10년의 기간이 걸린 셈입니다.
1995년엔 고베대지진이 일어나면서 지반 침하가 일어났고, 설계 재검토 후에 길이가 1m 추가되었다고 하네요.
아카시대교는 효고현 고베시와 아와지섬을 이어주는 다리입니다.
아와지섬에서는 다시 오나루토대교를 통해 시코쿠와 연결이 되지요.
부산과 오사카 사이를 오가는 팬스타크루즈를 타신 분들은 지나가시면서 아카시대교를 보실 수 있었겠네요.
<아카시대교 건축 과정이 나타나있는 전시실>
아카시대교를 관람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라고 생각됩니다.
하나는 아카시대교 주변에 조성된 해상공원에서 아카시대교를 보는 것입니다.
거대하고 길쭉한 위용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해상 프롬나드라는 다리 관람시설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대교 초입에 있는 건물에 들어가면 아카시대교에 대한 정보가 있는 전시실과, 바다를 볼 수 있는 교각 하부,
투명 아크릴로 된 바닥을 걸어볼 수 있는 코스 등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브릿지월드 투어 코스를 신청하는 방법입니다.
아카시대교는 브릿지투어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철저한 사전 예약제로 오전과 오후 각 30명 정도의 참가자를 받습니다.
이를 10명당 한조로 묶어서 전문 안내인을 배치하여 조별로 설명과 함께 코스를 안내합니다.
저는 모자에 노란 스티커가 붙어있는 2조였는데, 외국인을 모두 2조에 몰아놓은 듯 했습니다.
안내인분들은 아주 짧은 영어만 가능하므로 설명을 이해하거나 질문을 던지기에는 좀 어려웠습니다.
대신 외국인에게는 음성안내(영어, 중국어, 한국어) 파일이 들어있는 mp3가 대여되기 때문에
해당 위치에 적혀있는 번호에 맞게 mp3를 재생하면 안내원분이 설명하고 있는 내용을 같이 들을 수 있습니다.
한국인이 저밖에 없어서 좀 아쉽긴 했습니다만 워낙 친절하게 안내를 잘 해주셔서 좋았습니다.
<약 5mm정도의 철선을 육각형 모양으로 모으고, 이것을 다시 벌집 모양으로 모아서 현수교의 한 줄을 만든다.>
사전교육이 모두 끝난 후 해상프롬나드를 통해 본격적인 브릿지 투어가 시작되었습니다.
관람로에서 샛길로 내려가는 코스였는데, 시작부터 바닥에 넘실거리는 바다와 마주쳐야 했습니다.
발 한번 삐끗하면 굴러서 퐁당 빠질 것 같은 느낌이 제법 서늘했습니다.
이런 길을 1km남짓 걸어들어가야 합니다.
실제 브릿지투어 신청 안내에 보면 고소공포증이 있는 분들과 체력이 나쁜 분들은 신청을 자제해달라고 쓰여있죠.
그래도 바닥이 훤히 보이는 저 철망 위로 교각 수선용 자동차가 돌아다니니 사람정도로 문제생길 일은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제가 저 위로 걸어다니면서 걱정이었던 것은 카메라 렌즈캡이 빠져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뚜껑 열다가 놓치면 바로 바다에 떨어질텐데 주으러 갈 수도 없는 곳이니까요.
브릿지 투어 체험시 공사장 헬멧을 착용해야 합니다.
조끼도 입어야 되구요.
그리고 몸에서 떨어지는 물건을 가져갈 수 없게 되어있습니다.
카메라는 목에 걸어야 하고, 핸드폰도 대여되는 투명 케이스에 넣어서 목에 걸어야 합니다.
주탑에 올라가면 바로 도로 위기 때문에 물건을 떨어뜨리면 큰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어 안내음성기도 목에 걸려있기 때문에 목에 주렁주렁 물건을 매달고 가야 했습니다.
저는 액션캠을 이용해서 동영상을 찍을 계획이었으므로 핸드폰 주머니는 받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치명적인 실수였죠.
<프롬나드에서 브릿지투어를 시작하는 샛길로 나가는 중>
<끝이 보이지 않게 펼쳐진 교각 하부>
<발 밑에 초록색 바다가 넘실거린다.>
<주탑에 오르기 위해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이동중>
아카시대교 주탑에 올라서 탁 트이는 시야를 영상으로 남기기 위해 액션캠을 준비했더랬습니다.
줄 매달곳이 없어 가지고 올라갈 수 없다고 하기에 어거지로 줄을 매달 수 있도록 만들어서 허락을 받아냈죠.
수업 듣는동안에도 촬영하고, 교각을 걸어가면서도 촬영을 했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기 직전에 배터리가 사망하고 맙니다.
쓸데 없는건 잔뜩 찍어놨는데 정작 올라가서는 영상을 찍을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제 디카는 동영상 기능이 없었고, 주머니엔 핸드폰이 있었지만 꺼낼 수 없었죠.
덕분에 간당간당한 배터리로 11초짜리 영상을 남긴 채 액션캠은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보조베터리를 네개나 더 준비했는데 모두 수업을 듣던 장소에 가방과 함께 고이 놓여있었습니다.
되돌아가서 가져오면 안되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어글리 코리안으로 보이기 싫어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게 됩니다.
<원래 관람용이 아닌 보수용 엘리베이터이기 때문에 움직임이 거칠다.>
멘탈이 흔들렸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므로 사진이라도 많이 남겨보기로 하였습니다.
아카시대교의 주탑에는 보수를 위해 주탑 상층에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주탑의 두 기둥이 안쪽으로 약간 모여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도 한번에 꼭대기층까지 올라갈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잠시 멈추었다가 각도를 바꾸어 다시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이때 쿵 소리가 크게 났습니다.
내용을 알면서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고개를 숙이고 통과해야 하는 문을 몇개 지나자 하늘로 통하는 문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주탑 상부로 나가는 문이 열린다. 로보트가 출동할 것 같은 느낌이다.>
아카시대교의 주탑에 올라가서 저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경치에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주탑의 높이는 298미터로 도쿄타워에 육박하는 높이입니다.
그런 곳에 창문도 없어 간에 바로 고개를 내밀면 바닥이 보이는 풍경이 펼쳐진 것입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바람이 뺨을 흔들어도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었습니다.
탁 트인 효고현의 모습, 그리고 그 반대쪽에 보이는 아와지섬, 다리를 지나가는 개미만한 자동차들, 푸른 바다 모두가 좋았습니다.
이것 하나로 이번 여행은 모두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현수교의 보수를 위해 양 옆으로 늘어선 외줄 위로 사람이 걸어다닌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그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안전장치가 있고 허락만 된다면 저도 한번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실제 걷게 된다면 생각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지금은 무슨 말인들 못할까요?)
<주탑에서 바라본 효고현의 모습>
<주탑에서 바라본 아와지섬의 모습>
<주탑에서 내려다 본 아카시대교의 모습>
<고개만 빼꼼 내밀고 바닥을 내려보는 관광객>
<주탑의 홈 사이로 보이는 개미만한 자동차들>
<다시 내려가기>
30분 정도의 체험코스가 끝나고 올라온 순서대로 차례차례 다시 내려갔습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그 압도적인 높이에 취해 잠시 액션캠의 존재따위는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죠.
다시 1km를 걸어 프롬나드를 통해 수업장소로 되돌아오니 체험 코스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더군요.
그리고 나가는 길에 대교 체험 인증서와 주탑 위에서 찍은 단체사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카시대교관련 DVD와 현수교를 구성하는 철끈 20cm짜리 기념품 중 하나를 선택하여 가져갈 수 있게 해주더군요.
잘 구성된 코스에 큰 즐거움을 느끼며 브릿지투어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내려와서 아쉬움을 느끼고 다시 사진에 아카시대교를 담아본다.>
<아래서 보면 가늠할 수 없는 주탑의 높이>
아카시대교 관람의 두근거림을 안고 이동한 곳은 고베의 신나가타 역이었습니다.
이곳이는 실물사이즈의 철인28호가 전시되어 있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작년의 도쿄여행에서 오다이바 건담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철인28호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철인28호 세대는 아닙니다.
그보다 수십년 뒤에 나온 철인28호 FX라는 만화를 재미나게 본 세대라 저 깡통로봇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아톰만큼이나 국민로봇으로 여겨지는 캐릭터라고 합니다.
철인(테츠진) 이후로 거대 이족보행 로봇의 시대가 탄생했다고도 하더군요.
<고베 신나가타역의 철인28호>
그런데 왜 갑자기 고베에 철인28호가 생겼을까요?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고베 대지진이 있습니다.
1995년 1월 고베가 있는 한신 아와지지역에 일본 지진관측사상 최대인 진도 7.2의 대지진이 일어나게 됩니다.
(현재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진도9.0으로 최대입니다.)
이 지진의 피해는 대부분 고베시에 집중되어 6300여명이 사망하고 많은 경제적 손실이 있었습니다.
도로와 주거지가 파손되어 일대의 산업활동과 생활을 마비시켰다고 합니다.
피해를 어느정도 정비한 후 상권을 되살리기 위한 방안을 찾다가 고베 태생인 유명 만화가인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철인28호와 만화삼국지를 테마로 한 캐릭터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전에는 이름이 요코하마인 줄 알고 있었다...
실제로 요코하마 미츠테루 라고 쓰면 많은 게시물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실물사이즈의 철인28호가 세워지고 삼국지 공원이 만들어졌으며, 이로 인한 관광 상권을 활성화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철인28호 정면모습>
철인28호는 주전자를 연상시키는 듯한 둥그런 몸통의 소유자입니다.
철인28호와 제가 같이 나오는 사진을 SNS에 올렸는데 그 게시물에 '몸매가 둥그스름한 철인28호가 두명이다.'는 댓글이 달렸죠...
그리고 여행하면서 올리는 SNS에 제 사진이 나올때마다 계속 철인28호가 언급되더군요...(첫 댓글의 중요성...)
사실 저는 철인28호도 알고 있고 60권짜리 만화삼국지도 알고 있었지만 두 만화의 원작자가 같은 사람인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알고나서 보니 눈매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국지 캐릭터 중 한명. 아래로 둥근 삼백안의 느낌이 철인28호와 비슷한 듯 하다>
<철인28호의 옆모습>
오다이바 건담에 비해서는 한참 투박한 모습이지만 그 듬직함이나 역동적인 자세는 더 높은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사진에서는 작게 보이지만 실물을 보면 그 크기에 놀라게 됩니다.
빙글빙글 돌면서 사진을 찍고 근처에 있다는 삼국지 공원을 찾아 갑니다.
<삼국지 정원의 공명수레>
삼국지 공원은 철인28호가 있는 곳에서 절대로 가까운 곳에 있지 않습니다.
바닥에 화살표시가 되어있기 때문에 따라가는데 어렵지는 않았습니다만 거리가 제법 되어서 많이 걷게 되었습니다.
다리가 아프니까 평소같으면 웃으면서 갈 거리도 울면서 가게 되더군요.
헉헉거리며 도착한 삼국지 공원은 문이 닫혀있었습니다.
너무 늦게 도착한 모양이었습니다.
(일본 관광지의 상당수는 오후 5시30분~6시에 문을 닫는 듯한 느낌입니다.)
제 뒤에 이어서 도착한 커플도 문이 닫혀있다는 소리에 아쉬움을 금치 못하더군요.
공원 외부에 조성된 몇몇 시설물만 간신히 구경하고 나와야만 했습니다.
<조조군이 배를 묶고 쳐들어오자 불화살을 쏘는 방향을 조절하기 위해 공명이 동남풍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던 제단>
<요코하마 미츠테루가 그린 삼국지 속의 공명>
<도원결의를 맺은 탁자, 뒤에 복사꽃을 매달아놓았다.>
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또 한번 교통편이 꼬여서 고생을 좀 했습니다.
그래도 호텔에 들어오니 '내 집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음날의 일정이 간사이 여행의 꽃, 교토였기 때문에 일찌감치 잠을 청했습니다.
4일차의 밤이 저물어갑니다.
To be continue...
2. 정보편
1. 아카시대교 브릿지월드 투어 예약하기
http://www.jb-honshi.co.jp/english/bridgeworld/
<신청 홈페이지>
아카시대교 브릿지월드 투어 체험코스는 예약제입니다.
목,금,토,일 각각 오전, 오후에 예약을 받으며 타임당 목, 금은 34명, 토, 일은 42명의 참가자를 받습니다.
위의 홈페이지에서 application through WEB을 선택하시면 선택 가능한 날짜가 나오고(예약이 상당히 많이 되어 자리가 별로 없을 수 있습니다.
날짜를 선택하면 예약 과정이 진행됩니다.
저는 오후밖에 선택할 수 없어서 히메지성을 보고 아카시대교에 다녀왔지만, 오전 선택이 가능하신 분들은 오전에 대교를 관람하시고
오후에 여유있게 히메지성을 보시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