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Z BA10기계와 함께하는 이야기 2018. 10. 25. 23:56
들어가며
예전부터 저는 좋은 소리에 대한 욕심이 있었습니다. 초창기에 막 이어폰을 쓰다가 크레신의 도끼를 썼을 때 리시버가 음향을 좌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주변에 있는 있는집(?!) 친구들이 B&O사의 A8을 갖고 다녀서 빌려다 들어보곤 했는데 그때 든 생각은 이랬습니다.
'아이구... 빨리 돈을 벌어야 해...'
더 많은 돈을 쓰면 더 좋은 소리가 난다는 것은 오디오계의 일반상식 같은 것이라(뭐 이건 사실 어느 영역에 갖다대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만) 좋은 소리를 듣고 싶으면 비싼 리시버를 써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어느 순간 그 공식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바로 중국의 등장 때문이었습니다.
'지적재산권따위 개나 줘버리라지'라는 강렬한 의지를 갖고 있는 중국에서 세계 유수의 오디오들을 뜯고 분석하여 카피품을 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어폰쪽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마 예전에 오웬황의 IE80카피품 사태를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시가 40만원에 육박하는 젠하이저의 이어폰을 카피하여 그에 준하는 짝퉁을 3만원 정도에 쏟아냈던 사태입니다. 예전에는 뭘 베껴도 좀 어설프게 베끼던 그들인데 이제는 퀄리티있게 베껴버리니(?!) 가성비의 왕으로 등극하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열심히 베끼다 보니 자의식이 싹텄는 모양인지 누적된 기술력으로 이제는 독자적인 제품들을 생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선두주자에 KZ가 있습니다.
KZ 제품을 처음 써본 것은 KZ-ATE HIFI 였습니다. 뭔가 보청기같이 생긴 제품인데 1만원대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리가 참으로 훌륭했습니다. 한동안 그 제품만 들고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그 KZ가 BA를 도입한 이어폰을 내기 시작하고, 음역대를 커버하기 위해 무려 5개의 BA를 탑재한 이어폰을 내기에 이릅니다. KZ-ZS10, AS10 시리즈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가장 최근에 출시한 제품이 BA10입니다.
우선 BA가 무엇인지를 알아보자면 Balanced armature의 약자입니다. (잘 살펴보면 amature가 아니라 armature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해석하면 '균형잡힌 뼈대' 정도로 말할 수 있겠네요. 시중에 나와있는 상당수의 이어폰들이 Dynamic driver라는 발음체로 소리를 냅니다. 전기신호로 자성을 발생시켜 자석에 진동을 주고, 그 진동을 진동판이라는 얇은 막을 통해 소리로 바꾸어 전달하는 기술입니다. 단일 유닛으로 가청 주파수 전체를 커버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엄청나게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작은 구조로 깔끔한 소리를 낼 수 있는 BA기술이 개발되었습니다.(보청기를 위해 개발된 기술이라고 합니다.) 자석면을 지나는 얇은 금속 진동판에 자성을 띄우면 진동판이 직접 진동해서 소리를 냅니다. 소리는 깔끔하지만 커버할 수 있는 주파수가 넓지 않아서 문제였는데 지금은 여러 주파수를 커버하는 BA를 2개 이상씩 넣어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단일 BA로 커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기술적인 문제는 이 정도로 하고 제가 이번에 구입한 KZ BA10 모델은 이름 그대로 BA유닛이 10개 들어간 제품입니다. 각 주파수대별로 최적화된 BA가 5개씩 양쪽 총 10개가 들어갔습니다. BA특유의 깔끔한 소리는 유지하면서 넓은 음역대를 커버하는 셈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BA의 최고 장점이 고주파음을 깔끔하게 재생해준다는 점입니다. 현악기나 여성 보컬의 고음을 듣는데 이 특성은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이야기가 길었네요. 제품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박스>
<제품>
<제품>
외관
제품 구성은 심플합니다. 비닐로 코팅된 검은색 상자의 뚜껑을 열면 스펀지에 KZ-BA10이 심어져있습니다. 색상은 빨-금/빨-검 두 종류인데 저는 빨-검으로 하였습니다. 하단 손잡이를 이용하여 스펀지를 벗겨내면 제품 설명서와 추가 이어팁, 케이블, 보증서가 들어있습니다.
<구성품>
<제품>
<유닛>
AS10이나 ZS10이 곡면의 인체공학적 디자인을 따르는 것에 반해 BA10은 대단히 각져있습니다. 장시간 착용시 편안함을 보장할 수 없는 디자인입니다. 보통 투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이상하게도 각을 사랑하는 제 취향을 저격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그랜져도 각그랜져가 좋은 그런 사람이라서요. 그래도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해서 그런가 그렇게 귀에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귀가 작은 분들은 조금 불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제품의 하우징이 알루미늄으로 되어있어 처음 만지면 차가운 금속의 느낌이 납니다. 귀에 꽃으면 살짝 차가운데 열전도율이 좋아서 금방 이질감은 없어집니다. 다만 불안한 것은 이게 금속하우징이다 보니까 서로 닿으면서 자갈 부딛치는 소리가 나는데 스크래치가 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AS10이나 ZS10은 플라스틱 하우징이니까 상대적으로 이런 부분에서는 안심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KZ의 고가 이어폰들이 2핀 케이블 탈착식으로 되어있어서 케이블의 업그레이드나 블루투스로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합니다. 단선이 되어도 선만 교체하면 되니까 그런 점도 좋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구매하면서 은도금케이블이 포함된 제품을 구매했고 추가로 블루투스 케이블도 같이 구매하였습니다. 서드파티(?!)같은 것일 줄 알았는데 이것도 KZ에서 정식으로 나온 것들이더군요. 알리익스프레스 제품소개 페이지엔 은도금선이라고 했는데 제품 상자에서 銀자를 찾을 수 없어 '혹시 사기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잘 보니 银이라고 간체로 잘 쓰여 있네요.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되는 중국 제품입니다.) 은도금 케이블은 다 좋은데 마이크가 없어서 아무래도 기본 케이블(동 재질)로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은도금 케이블>
<케이블 재원>
<2핀 은도금 케이블>
<V40 ThinQ와 KZ BA10>
<착용샷 - Feat 머리꼬라지>
KZ BA10을 구입하면서 연관상품에 블루투스 케이블이 있었습니다. 크게 관심이 없을뻔했는데 무려 APT-X코덱을 지원한다고 해서 다시 상세히 보게 되었습니다. 블루투스 업그레이드 케이블의 가격은 약 13,000원 정도인데 이 가격에 APT-X를 지원하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꽤나 괜찮은 것 같아서 냉큼 같이 질렀습니다. 포장도 깔끔하고 마감도 나쁘지 않네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배터리가 꽤나 오래 갑니다. 완충 후에 2시간 정도 사용했고 36시간째 대기중인데 아직도 배터리가 60% 이상 남아있네요. 음질도 좋아서 계속 블루투스용으로만 사용할까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블루투스 업그레이드 케이블>
<APT-X로고>
<블루투스 업그레이드 케이블 구성품 - 짧은 충전용 USB 5pin 케이블이 보입니다.>
<나쁘지 않은 마감>
<배터리를 양쪽에 넣고 한 쪽에 리모콘과 마이크를 탑재한 것으로 보입니다.>
<5pin 충전단자>
<완충시 파란색으로 변합니다.>
성능
BA유닛이 적용된 리시버답게 깔끔한 고음이 들립니다. 드럼의 스네어나 심벌이 찰랑찰랑하며 들리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음역대를 5개의 BA가 분리하여 재생하기 때문에 음 분리도도 상당히 높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괜찮은 헤드폰을 쓰고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저음은 조금 더 무거웠으면 하는데 살짝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AS10은 저음이 좋다고 하는데 궁금해지고 있습니다.(이러다 as10도 사버릴 기세) 아무래도 우리나라 음감 성향이 저음 강조이고 저도 저음을 꽤나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저음이 얕기만 한 것은 아니고 기대를 너무 크게해서 그에 미치지 못했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네요. 그래도 가격대비 대단히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것은 맞습니다.
리시버 유닛이 묵직한 편이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꽈배기모양으로 꼬여있는 케이블의 재질 덕분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마찰음이 소리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도 꽤나 만족스러운 부분입니다. 예전에 칼국수케이블 쓰다보면 옷에 스치면서 음악을 듣는건지 마찰음을 듣는건지 모르던 시절도 있어서 그 부분에 꽤나 예민하거든요. 아무튼 전체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제가 리시버의 전문가가 아니라 정말 일개 아마추어 애호가에 불과해서 전문적인 정보는 드리기가 어렵고 애매하게 '마음에 든다.' 정도로 표현할 수 밖에 없음이 아쉽습니다.
구매
저도 일단 ppomppu.co.kr에서 정보를 얻어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75$정도에 판매하는데 어떤 셀러한테 'korean discount'라고 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해줍니다.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mini&no=43989&keyword=ba10
<관련 뽐뿌 게시물 - 할인받는 방법 링크를 잘 참조하세요>
<판매자 링크>
BA10의 경우 61$까지 할인해주는데 저는 쿠폰 썼더니 51$에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셀러가 진행한게 아니라 알리 전체적으로 진행했던 한시적 10$ 쿠폰이라 지금은 없어요... 11.11일 광군제를 노려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BA10만 할인받기 좀 아쉬워서 블루투스 케이블 주문하면서 이것도 좀 할인해줄 수 없느냐고 하니까 1달러 정도 깎아주었습니다. 최저가인 셈이고 셀러도 친절하고 피드백도 많이 쌓여있어서 이 셀러한테 구매하시는 것이 여러모로 편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싸게 해주면 홍보해주겠다고 말해서 쓰는 글이긴 한데 제 개인적으로는 실제로 괜찮은 셀러라고도 생각합니다.)
총평
중국제 이어폰을 사기에는 만만한 가격은 아닙니다만 그만큼의 값어치는 하는 제품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블루투스 케이블을 같이 구매하면 적당한 가격에 좋은 소리를 내는 블루투스 제품이 되는 것이라서 이 조합은 꿀조합이라고도 생각되네요. 디자인은 호불호가 있겠습니다만 제 기준에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제 마음엔 사실 쏙 들었습니다.) 6만원대로 음감에 입문하시기에는 이만한 제품도 없다고 봅니다. 강추합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