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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쩌다 클래식 (지이, 태복 지음, 더 퀘스트 출판사)
    그외에 함께하는 이야기 2022. 4. 18. 12:28

    classic : [형용사] 일류의, 최고 수준의 / [형용사] 전형적인, 대표적인 / [형용사] (스타일이) 고전적인, 유행을 안 타는

     

    클래식하면 약간 고리타분하고 교양있는(혹은 그런 척하는) 사람들의 전유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전에서 검색하면 위와 같은 결과물을 볼 수 있다. 클래식은 '전형적인' 음악이 될 수도 있지만 '유행을 안 타는'음악이 되기도 한다. "그런 따분한 음악은 싫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비발디 사계를 들으며 듣기 평가 준비를 했고, 트럭 후진 소리에서 엘리제를 위하여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생각보다 꽤 많은 곳에 클래식이 있다. 시작 부분의 몇 개 음을 들려주면 뒤를 이어 부를 수 있는 노래도 꽤 많다. 사람들은 클래식을 싫어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따분하다'는 감정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그건 아마도 클래식을 음악(樂)으로 즐긴 것이 아니라 음학(學)으로 학교에서 배운 것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베토벤 교향곡 5번 다단조 작품번호 67"이라는 이름으로 달달 외워야 하는 사람에게 음악의 즐거움을 물어보긴 어려울 것이다. "빰빰빰 빰~!!!"으로 대변되는 운명교향곡의 한 마디를 예능프로의 충격적인 장면에서 함께 느낀 사람이 오히려 이 음악을 좋아하진 않을까. 그래서 클래식 음악은 억지로 들려주거나 공부를 위해 듣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접하는 것이 관심을 갖게 하는 지름길일 것 같다. 더 퀘스트 출판사의 "어쩌다 클래식"은 그에 적합한 책이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 음악의 어머니 헨델. 공식처럼 외우고 있는 이 문장은 사실 이름붙이기 좋아하는 일본의 어느 출판사에서 붙인 표제에 불과하다. 물론 헨델 사진을 보면 순한 어머니같이 생겼고 바흐 사진을 보면 엄한 아버지같이 생겼다. 생긴 대로 붙은 이름이라면 외워야 할 필요가 무어 있을까 싶다. 하지만 바흐의 삶을 한 조각 살펴보면 힘찬 아버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첫 번째 아내로부터 7명의 자식을, 두 번째 아내로부터 13명의 자식을 얻어 총합 20명의 자식을 낳고 건사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한 것이다. 20명쯤의 자식을 키우다 보면 표정이 엄해질 수도 있는 법. 이런 에피소드를 통해 바흐를 위인이 아닌 좀 더 친근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그의 음악에도 관심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다 클래식"은 이런 다양한 에피소드를 심플한 만화로 그려내어 독자의 관심을 이끌어낸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재미난 점은 QR코드의 활용이다. 귀로 들어야 하는 음악을 텍스트로 전달하는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예전에는 부록 CD 등의 방식이 사용되었지만 이는 음악 저작권의 해결 등의 문제가 있고 별도의 제작비가 들어가는 데다 요즘에는 CD를 플레이할만한 기기도 많지 않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핸드폰 카메라만 들이대면 음악이 재생되는 유튜브로 바로 연결되는 세상이 왔다. "어쩌다 클래식"은 이 기술을 십분 활용한다. 각 에피소드의 말미에 책에서 소개했던 음악으로 직접 연결되는 유튜브 QR코드를 제공하고 있어 그 음악을 즉석에서 즐길 수 있다. 이 책을 더욱 알차게 읽기 위해선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옆에 끼고 있는 것이 좋다. 미국의 유명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과 유명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는 음악적 견해 차이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전해지는데, 그 불협화음(?!)을 느껴볼 수 있는 영상을 곧바로 확인해볼 수 있다. 이야기에 관심이 생겼다면 글렌 굴드와 사이가 좋았다는 지휘자 카랴안과의 협연도 검색해서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클래식에 대한 관심과 저변을 넓혀나가다 보면 어느새 클래식 애호가가 되는 것이다. 

     

     

     

     

    아무래도 정보보다는 가벼운 이야기 위주로 다뤄지는 책이라 무게감이 부족한 것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넷 상의 밈(Meme)이 많이 쓰이는 것도 나이든 분들이 이해하기엔 어려운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클래식에 대해 본격적인 탐문을 하려는 사람들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관심을 가져볼까?' 하는 젊은 분들에게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클래식을 잘 아는 분들에게도 관심이 갈만한 음악가들의 뒷 이야기들이 다뤄지고 있다. 그래서 책의 홍보문구로 "애호가가 읽어도 흥미롭고 초심자가 읽으면 도움이 될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듯하다. 클래식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더라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점이 이 책의 강점이다. 주변에서 무심코 듣게 된 클래식 그 뒷 이야기가 문득 궁금해진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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