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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 국토종주 2일차 - 5
    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24. 11. 20. 01:42

    섬강은 강원도 남서부를 흐르는 한강의 지류라고 한다. 남한강에 물을 더해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 섬강교를 지나면서 자전거 국토종주길은 강원도를 슬쩍 스쳐 지나간다. 정말 말 그대로 스쳐지나간다. 국토종주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도를 지나가는 컨셉으로 그렇게 정한거라면 납득이 가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전라도를 조금도 지나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이야기가 잠깐 샌 것 같은데 아직 섬강의 이야기가 안끝났다. 섬강교는 높은 다리로 구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차선 자체는 왕복 2차선에 불과하다. 그 양쪽에 갓길처럼 된 곳이 자전거도로였다. 공간이 충분히 나온다고는 하지만 옆에 영동고속도로 강천2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은 다리로도 트럭들이 이따금씩 쌩쌩 달려 지나갔다. 차가 자주 지나다니는 곳은 아니라서 마주하는 차가 잘 없는 관계로 트럭이나 차들이 자전거에서 조금 떨어져 지나가주기는 했지만 가끔은 그런 것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트럭 운전사들도 있었다. 약간 바람에 휩쓸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때마다 섬뜩했다. 그래도 다리 위에서 보는 절벽과 강변의 풍경이 너무나 좋아서 한참을 구경했다.

    섬강은 의외로 관동별곡에 나온다. "셤강이 어듸메오 티악이 여긔로다"라는 문장인데 나는 수험생이던 당시에 셤강을 막연하게 섬진강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곳이구나 싶어 조금 놀라웠다. 이런 것 궁금해하는 수험생따위는 없겠지만 억지로 머리에 집어넣은 지식의 편린이 이런데서 튀어나오는 걸 보면 가끔 주입식교육도 쓸 데가 있구나 싶다. 섬강에서는 안타까운 사고도 하나 있었다. 바로 1990년 강원도 강릉에서 동서울터미널로 향하던 시외버스가 바로 이 섬강교에서 추락한 사건이다. 탑승자 30명 중에 26명이 사망했는데 강으로 추락하는 바람에 헤엄쳐서 나온 4명만이 살아남고 나머지는 추락사 및 익사했다. 떠내려간 시신 한 구는 한강으로 흘러가 강화도 부근에서 발견되었다고 하니 그 유가족들의 실낱같은 희망과 결과적인 절망을 생각하면 참으로 슬프다. 당시 영동고속도로 확장공사가 진행중이라 아직 섬강교 2차선 도로가 영동고속도로로 쓰이던 시절인데 비가 오는 와중에 과속과 무리한 추월을 하다가 발생한 사고라고 한다. 안전운전이 이렇게 중요하다. 당시 버스에는 교사와 그의 아들이 함께 타고있다 참변을 당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이 목을 매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이 내용으로 사고 바로 다음해에 "섬강에서 하늘까지"라는 소설이 출판되었고 영화화까지 되었다고 한다. 사고가 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소설이 나오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이해하기 좀 어려운 부분이지 싶다. 희생자의 유족들이 아직 사고의 아픔을 수습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라는 생각이다. 

    섬강을 건너기 전이 경기도, 건넌 후에는 강원도가 된다. 섬강교를 건너자마자 얼마 지나지 않아 국토종주 코스는 다리 아래쪽으로 꺾여들어가는데 그러면서 다리에서 봤던 풍경을 바로 옆에서 보며 지나가게 된다. 양평 근처에서 잔잔한 한강의 절경을 감상했다면 이곳에서는 한 쪽엔 너른 돌밭이 펼쳐지고 건너편으로는 나무가 잔뜩 심겨있는 절벽이 있는 웅장한 풍경을 감상하게 된다. 내가 뭣도 아니지만 국토종주 10경을 정할 수 있다면 순서대로 양수리 근처를 1경, 이 섬강 근처를 2경으로 정하고 싶다. 그 정도로 나에겐 멋진 곳이었다.

    얼마 달리지 않아 강원도 원주 부론면이라는 곳에 도착했는데 공사중이라는 표식과 함께 길이 막혀있었다. 그 뒤로는 돛배를 형상화한 무언가가 건설되고 있었다. 당시에는 그냥 지나갔는데 돌아와 알아보니 이 곳이 흥원창이라는 곳이었다. 일단 일몰이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사진을 찍으시는 분들이 왕왕 다녀가시는 곳인 듯 했다. 그 이전에는 흥원창이라는 창고가 있었다고 한다. 고려와 조선 초중기에 각 지방에서 세금으로 거둬들인 곡물을 우선 이 중간지인 흥원창에 보관한다. 그리고 다시 조운선이라는 배에 이를 실어 서울로 옮겨 경창이라는 곳에  보관하여 국가 재산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조운선의 형태를 띠는 랜드마크를 설치한 것이다. 그 외에도 이곳 주변에 생태 탐방로를 만들고 화장실을 짓는 등 관광명소로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개발중이었다. 나중에 나보다 늦게 국토종주를 하고 오신 분들의 유튜브를 보니 이미 완성이 되어 잘 구경할 수 있게 되어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완성된 모습을 보지 못한게 못내 아쉬웠다. 어쩔 수 없이 국토종주를 한 번 더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가다가 남한강대교라는 다리를 건너니 충청도라고 한다. 경기도에서 강원도를 스쳐 충청도에 도착한 것이다. 들어서는 위치부터 바로 충주시라고 나오면서 나는 충주맨을 떠올렸다. 세상에 충주에 사과도 유명한데 유튜버 충주맨이 먼저 떠오르는 걸 보면 정말 캐릭터라는 것의 파워가 새삼 굉장하구나 싶다. 가면 하나 쓰지 않고 쿠마몬이나 펭수급의 인기를 얻고 있는 유튜버 아니던가. 나도 유튜브를 하고 싶은 입장에서 정말 배울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충청도의 특산물은 충주맨 김선태라고 내 마음속에서 결정했다. 

    충주시에 입성은 했지만 아직 시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 강변길을 계속 달렸다. 한참을 달리니 강 옆으로 경비행기 한대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카메라가 있었으면 줌으로 땡겨서 직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카메라도 없었을 뿐더러 (액션캠은 광각이라 찍어도 깨알만하게 나올 뿐이다.) 내려서 사브작거리기엔 너무 피곤했다. 그래서 계속 달리고 있는데 비행기가 멋지게 날아올라 내 옆으로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하늘로 사라져버렸다. 알고보니 근처에 스카이다이빙을 서비스하는 업체가 있었다. 아마 누군가가 그 비행기에 타고 수천미터 상공으로 올라가 몸을 던지는 짜릿한 익스트림을 즐겼으리라. 혹시나 해서 가격을 알아보니 가장 저렴한게 60만원이 넘는 금액이라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없었다.(그리고 그 다음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다...) 젊어서는 돈이 없어서 못하고 늙어서는 몸이 안따라줘서 못할테니 참 돈이란게 쓰기 좋은 시절에 쓰기 좋을 만큼 있기란 쉬운 것이 아니다.

    비행기와의 짧은 경주를 즐기고 갑자기 왼쪽으로 꺾여 올라가는 급경사를 만났다.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다가 내려오는 한 아저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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