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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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큐슈를 여행하는 뚜벅이를 위한 안내서 - 8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8. 5. 26. 19:59
여행 마지막날의 아침이 밝았다. 일본의 매력에 푹 빠져서 벌써 여섯번째 일본 여행을 하고 있지만 마지막날의 느낌은 항상 똑같았다. '이제 돌아가야 하는구나. 이 곳을 다시 보러 올 수 있을까?' 한국에 돌아가기 싫은 것은 아니다. 다만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해주던 이 이국적인 풍경들을 이제 추억속에서만 찾게 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다음번 여행을 할 때가 오면 나는 또 새로운 여행지를 찾을테니 이 곳에 다시 올 확률은 매우 낮다. 내가 결정하면서도 그 사실이 못내 서운한 것이다. 비행기 시간이 오후 3시반이라 1시반까지는 공항에 도착할 필요가 있어서 관광은 오전 정도만 가능할 것 같았다. 구마모토성 바로 옆에 숙소를 잡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아침에 일어나 곧바로 닿을 수 있는 관광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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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큐슈를 여행하는 뚜벅이를 위한 안내서 - 7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8. 5. 15. 22:44
어김없이 찌뿌둥한 몸 덕분에 새벽에 일어난 나는 호텔숙박의 최고 장점이라 생각하는 반신욕을 하며 일정을 정리했다. 9시 30분에 가고시마츄오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예약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는 상당히 여유로웠는데 이상하게 정신적으로는 여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 7시에 일어났는데도 2시간 30분이라는게 그리 넉넉한 시간이 아니었다. 이틀 묵는다고 이래저래 펼쳐놓은 짐들을 다시 싸야했고 널어놓은 빨래도 걷고 해야해서 그랬던 것 같다. 전날 마시다 남은 1L짜리 커피를 물 마시듯 들이키고 곧바로 츄오역으로 향했다. 이날의 여행 컨셉은 '온갖 관광열차를 이용하여 구마모토로 돌아가는 것' 이었다. 이제 길이 좀 익숙해져서 츄오역 가는 길이 눈에 보였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를 첫 날은 그렇게 빙빙 돌아서 왔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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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큐슈를 여행하는 뚜벅이를 위한 안내서 - 6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8. 5. 12. 21:58
전날 저녁에 워낙에 빡빡한 일정을 거쳐서 그랬는지 죽은 듯이 잠이 들었다가 깼다. 사실 잠깐만 자고 일어나서 다음 일정을 체크해볼 예정이었는데 그대로 논스톱으로 잠들어버린 것이다. 그래도 알람의 힘 덕분에 제 시간에는 일어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일어나자마자 편의점에서 미리 사둔 대용량 커피를 두 컵이나 연속으로 벌컥였다. 어차피 가고시마에는 이틀 쯤 있을 것이니 저 커피를 다 마시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부지런히 씻고 짐을 챙겨서 가고시마 추오 역으로 향했다. 일본에서 많은 것을 보기 위해서는 일찍 일어나서 돌아다니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오후 5~6시만 되어도 대부분의 관광지는 문을 닫기 때문이다. 이날도 이부스키(指宿)로 가기 위해서 아침 6시 54분에 출발하는 열차를 예약해 둔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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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큐슈를 여행하는 뚜벅이를 위한 안내서 - 5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8. 2. 18. 20:19
기찻길 바로 옆이라 잠을 잘 잘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꿀잠을 잤다. 역시 피곤함은 꿀잠을 보장하는 최고의 방법 아닌가 싶다. 여행 5일차, 전체 계획의 반을 지나가는 이 시점에 몸이 슬슬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기차시간이 정해져있어서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한참을 정신없이 주저앉아 있었다. 억지로 잠을 깰 겸 미로같은 통로를 지나 대욕장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이런 시간에는 사람이 없었다. (나 이외에 손님이 있기는 했는지 궁금하다.) 뜨끈한 물에 몸을 좀 지지고서야 피로가 살짝 풀리고 잠도 깨는 것 같았다. 마냥 온탕에 들어가 있을 수는 없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 짐을 챙겼다. 꽤 이른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날 접객을 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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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큐슈를 여행하는 뚜벅이를 위한 안내서 - 4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7. 12. 31. 20:44
구마모토 토요코인 호텔의 마지막 날이다. 비행기를 구마모토in 구마모토 out으로 해두었기 때문에 어차피 구마모토로 돌아오긴 할 예정이지만, 마지막 날은 좀 특별한 곳으로 숙소를 정해놓았기 때문에 사실상 이 호텔은 마지막인 것이다. 내게는 조식이 참 맛있었던 호텔로 기억될 예정이다. 아침에 일찍 나가야 했으므로 전날 미리 짐을 다 싸놓았다. 가볍게 샤워를 하면서 정신을 차린 뒤 내려가 조식을 챙겨먹었다. 내 방은 옆 건물과 딱 붙어있고 두꺼운 커튼이 쳐져있어서 잘 몰랐는데, 로비로 나와보니 바깥은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따금씩 우르릉 쾅쾅 거리며 번개도 쳤다. 일단 내가 오늘 가려고 하는 타카치호(고천수-高千穂)는 날씨가 흐림으로 나와서 거기에 실낱같은 희망을 두었다. 그래도 호텔을 나서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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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큐슈를 여행하는 뚜벅이를 위한 안내서 - 3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7. 10. 9. 19:54
3일차의 아침이 밝아왔다. 아침 시작부터 더위가 장난질이 심했다. 심지어 습도도 엄청났다. 에어컨을 키면 춥고, 끄면 덥고 꿉꿉한 것이 반복되어 완벽한 수면을 취하기는 어려웠다. 과연 남큐슈의 8월은 만만치가 않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머리를 스쳐갔다. 그렇다고 여행을 중단하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큰 각오를 다지고 나서야 간신히 움직일 수 있었다. 토요코인의 아침식사에 어느새 매료되어버린 나는 기어코 아침식사를 하고야 말았다. 출발하기 전에 따끈한 물에 반신욕도 하고 갈 욕심으로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꾸벅꾸벅 졸았다. 버스시간은 정해져 있고, 아침식사까지 해야 했기 때문에 일찌감치 부지런을 떤 것이다. 따끈한 물에 녹은 듯 살짝 편안해진 다리를 이끌고 식당으로 내려가니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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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큐슈를 여행하는 뚜벅이를 위한 안내서 - 2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7. 10. 8. 22:26
전날 저녁에 간식을 푸짐하게 먹은 터라 조식을 먹을 생각은 없었는데, 이틀차의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 호텔 1층으로 내려오니 무언가 맛있는 내음이 가득했다. 많이는 안먹더라도 맛 정도는 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이끌리듯 식당으로 향했다. 꽤 이른시간이라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수트에 넥타이까지 매고 아침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멀리서 이 곳에 출장온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비지니스 호텔이라는 말이 다시 실감이 나는 순간이다. 그 속에 반바지에 새파란 린넨 셔츠를 입고 있는 커다란 카메라 가방을 둘러멘 사람이 나타났으니 시선이 집중될 법도 했다. 사람들이 흘끔흘끔 쳐다보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지만, 그런 것에 신경쓴다면 혼자여행은 하기 어렵다. 아무튼 접시를 하나 들고 메뉴를 찬찬히 훑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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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큐슈를 여행하는 뚜벅이를 위한 안내서 - 1일차여행과 함께하는 이야기 2017. 10. 8. 21:59
또 다시 휴가를 일본으로 가겠다는 나에게 한 친구가 물었다. "요즘 군함도나 위안부 건으로 떠들썩 한데 굳이 일본을 여행하는 이유가 뭐냐?" 물어본 자리에서는 대충 생각나는데로 대답해버리고 말았지만, 나는 그 질문을 한참이나 생각해 보았다. 나도 대한민국의 아들이다. 위안부와 강제징용에 대해 울분을 토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일본 정치인들의 독도 도발이 어처구니 없지 않은 것도 아니며, 방사능이 무섭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일본을 자주 찾게 되는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내가 성장하면서 경험한 일본 문화에 대한 확인의 의미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문화컨텐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이 일본 문화에 그 주류를 두고 있음을 ..